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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일기 / 문학 산행
게시물ID : readers_341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1
조회수 : 37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9/09 10:4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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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문학 산행 

 

아파트 뒷문은 바로 언덕길이 이어지고 그 끝이 바로 문학산 입구다.

산으로 들어서면 언제나 마음이 푸근해진다.

주로 주말에 오르던 산이었으나 은퇴 후로는 요일을 가릴 일이 없다.

사실 가까운 산이므로 굳이 주말에만 오를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주말에 산을 오르는 것은 주말이 주는 느긋함 때문이다.

문학산은 양쪽으로 높지 않은 올망졸망한 산들을 거느리고 늘어서 있다.

별로 가파르지 않은 산이어서 오르내림에 별 부담도 없다.

더러 평탄한 구간에서는 오랜 습관 탓에 가볍게 달리기를 하기도 한다.

달린다는 건 때로 스스로에 대한 채찍이기도 하고 삶의 충전이기도 하다.

나는 그걸 자학이자 미학이라고 했다.

그러다보니 달릴 때만큼은 무념이고 무상이다.

다만 평탄한 곳이 아니므로 산을 달린다는 것은 신경이 곧추서는 일이다.

순식간에 이름 모를 풀을 스치고, 관목을 스치고 거뭇한 바위를 스친다.

발아래 저 멀리 고층빌딩은 스치는 가벼움 대신 천천히 뒤로 물러선다.

더러는 쉬이 사라지고 더러는 느리게 사라지는 것이 꼭 삶을 닮았다.

늘 가까이 있던 사람들은 은퇴와 함께 순식간에 멀어져갔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자주는 아니더라도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정을 나눈다.

문학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라 찾는 이들로 늘 가득하다.

모두들 저마다의 보폭과 빠르기로 제 길을 간다.

삶이라는 것이 또한 그렇다.

누가 뭐라 해도 제 갈 길을 제 방식대로 가는 것이 삶이다.

때로 삶에 동반자가 함께 하기도 하지만 결코 온전히 함께 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삶은 본디부터 고독한 것이다.

산을 오르는 것은 그런 고독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행위 중의 하나다.

어느덧 산길을 달리는 동안 흘러내린 땀방울이 전신에 가득하다.

땀을 훔쳐 낸 수건을 비틀자 땀이 주르르 흘러 마른 산을 적신다.

묘한 쾌감이 흐르는 땀줄기를 타고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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