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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를 먹었다
게시물ID : readers_341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바나
추천 : 1
조회수 : 41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9/12 00:14:42

한 남자가 우연히 거미를 먹었다.

그는 운동장을 달리는 중이었고 입으로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으며 거미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던 중이었다. 남자는 입가에 묻은 거미줄을 느꼈을 뿐이다. 새끼 손톱보다 작은 거미는 그가 들이마쉬는 숨에 빨려들어가 입을, 기도를 통과하고 폐에 무사히 안착했다. 기도에 닿으면 기침이 나와 도로 빠져나왔을 태지만 작은 거미는 아주 기적적으로 목구멍의 어디도 건드리지 않아 무사히 들어올 수 있었다.


거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여긴 어디지? 캄캄하고 좁은 내부. 주변에는 쉴새없이부풀었다 줄어드는 무언가로 가득하다. 오가는 공기는 신선하다. 나가고 싶었지만 길은 미로처럼 복잡하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포기했다. 배가 고파서 발 밑의 풍선을 씹었다. 연하고 부드러운 고기. 폐에는 통각 세포가 없어서 남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작은 거미는 더 작은 알을 수백개 품고 있었다. 거미는 자신을 위해, 새끼들을 위해 주변의 폐포를 씹어 먹으며 방을 넓혔다. 남자는 호흡이 조금 나빠진 것 말고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것도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다. 거미는 자기 몸의 열다섯배나 되는 방을 만들고 알주머니를 낳았다. 인생의 목표를 달성한 거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


일주일 뒤, 남자는 기침 할 때마다 토해내는 살아있는 깨알들을 보고 병원에 달려갔고, 그제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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