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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1) 편의점에서 일한지 두달이 좀 안됐네요.
게시물ID : readers_341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윤인석
추천 : 5
조회수 : 740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9/09/13 18:55:45
오늘도 글을 써보려고 컴퓨터를 켰는데 손가락이 딱 굳어서 계획에 없던 수필을 써보려 합니다.
그냥 편의점 일 하면서 있었던 소소한 일들이요.
두서 없이 생각나는데로 쓸 생각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공사장을 전전하다가 몸이 상해서 7월 중순부터 편의점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몸에 부담도 덜되고 야간 편의점 일을 하면 글 쓸 시간도 조금은 있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었죠.

일 구하면서 느낀 것은
'아... 최저 시급 때문에 자영업자 죽는 다는 소리는 다 거짓말이구나!'
였습니다. 왜냐면 최저 시급 주는데가 없거든요.

사실 노가다는 일 구해지는 데로 전국 팔도 돌아다니면서 했었는데
아르바이트는 서울에서만 해봤었어요.

서울에서 일 할 때는 최저 시급 챙겨주는 곳도 좀 있었는데
지방에서 일 구해보자니 한 이주간 일 구하는 동안
최저 시급을 챙겨준다는 곳이 한군데도 없더라고요.

인터넷에 최저 시급을 적어놔도 면접 첫마디가
저희는 6300원 드리는 데 괜찮으세요?
더라고요.

6300원에서 7500원.

그 사이를 오가더라고요.
주휴나 야간수당은 당연히 없고.

그러다 gs 편의점에 7000원 받고 일하기로 하기로 했습니다.
gs 점장님 말이 전에 하던 알바가 하도 난리를 쳐서 새 알바를 구하기도 전에
그만 나오라고 했다고 당장 나오면 채용하겠다 하시더라고요.

대체 어떻게 난리를 치면 대책없이 알바를 잘랐냐 싶었지만
그럼 오늘 밤부터 일하겠습니다. 하고 나오는 길에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얼마전 면접봤던 세븐일레븐이었습니다.
전화한 후 찾아가서 이력서를 내밀었더니

"그건 됐구요."

하시더니 앉자마자 하소연을 하시던게 인상 깊어서 기억하고 있던 곳이었습니다.

내용인 즉
야간 알바를 고용했는데 애가 집안 사정이 어렵다고 하더니
낮에도 일하고 밤에는 여기와서 잠만 잔다.
일과를 물어보니 쉬는 시간이 아예 없더라.
이건 정말 아니라고
바닥 한번을 쓸지 않아서 새 알바를 구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아, 그러시군요. 뽑아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했더니.

"아 그런데 엇그제 정년 퇴직하신 분이 왔었는데
그분이랑 내가 뭐가 좀 통했거든."

갑자기 무슨 말인가 했더니 그분을 뽑기로 했으니 가보라는 말이었습니다.

짐작컨데 이미 내정은 했지만 혹시 좀 더 좋은 알바생이 올지도 모르니 오라고 한 거겠지요.
첫 눈에 전 아니었나 봅니다 ㅠ.ㅠ

아무튼 여러모로 인상 깊은 곳이라 전화 받자마자 어디인지 알겠더라고요.

"혹시 오늘부터 일해줄 수 있어?"

그때 시간이 새벽 6시 반.
이미 기존 알바생은 잘랐는데 뭔가 통했다는 퇴직자 분이 안나와서
벌써 24시간동안 근무 중이라고 당장 출근하면 채용하겠다고 하시더군요.

"죄송합니다. 마침 다른 편의점에 일하기로 하고 나온 참입니다."

"그냥 우리 집에서 일하면 안될까? 거기 얼마준데요?"

"7000원요."

"오늘부터 나오면 7500원 줄께요. 밤 새서 죽겠느데 나 오늘도 밤새야 되요."

나중에 들어보니 잠만자던 알바생은 7500원을 받았었고, 명퇴자 분은 7,000원을 주기로 했었다는 군요.

"어.... 탐나긴 하는데요. 상도의상 그래도 이미 하기로 한데가 있어서.
지금 하기로 한데서 다른 알바 구할때까지 며칠만 기다려 주시면 안될까요?"

"안되요. 지금 바로 결정해요."

gs도 그렇고 세븐일레븐도 그렇고 여기저기 알바들이 탈주해서 난리다 싶더군요.
결국 500원에 gs를 배신하고 세븐 일레븐에서 주 7일 7500에 일하기로 결정.
gs 점장님은 한숨 푹 쉬시더니 알게다고 하시더군요. 죄송합니다. ㅠㅠ
여기 점장님도 밤샘 하는게 아닌가 싶었지만,,,, 어쩌겠어요. 한푼이라도 더 준다는데 가야죠.

그렇게 시작한 편의점 아르바이트.
힘들지도 않고
좋더라고요.

제일 좋은 것은 폐기 음식!
사실 개인적으로 편의점 중에 세븐일레븐 간편식이 제일 맛없다고 생각해오긴 했는데
공사장 함바집 음식에 비하면 훨씬 좋더라고요.

어쩌다 잘 나오는 데도 있지만 함바집 음식이라는 게 군대 짬밥 비슷하거나 그보다 못하게 나오는데가 많아요.
게다가 일주일 식단이 고정되어서
화요일에 된장국에 멸치, 김이 나온다면
그 함바에서 먹는 동안은 화요일은 무조건 된장국에 멸치, 김 인거지요.
일년 넘게 한군데서 일하면서 먹으면 참 질리죠.
그렇게 먹다가 폐기 도시락을 먹자니 삶의 질이 확 올라간 느낌이더군요.

게다가 새벽 3시부터 5시 경에는 손님이 거의 없을 때가 많아서 한두시간 정도는 글을 쓸 수도 있었죠.

만족하고 열심히 일하기로 했습니다.

다시 첫날로 돌아가 보자면
편의점은 대략 난감인 상황이었습니다.

건물주이자 초보 점장인 점장님은 첫날부터 졸음을 참지 못하고 몇가지만 알려주시더니
점 운영 컴퓨터 프로그램을 열어주시고 세븐일레븐 운영 메뉴얼 책자를 넘겨주시더군요.

"모르는 건 잘 찾아서 해보세요."

음.... 점 운영 프로그램은 물건별 마진율이나 일간, 월간 손익계산서 내역까지 다 볼 수 있게 열려 있더라고요.
개점한지 두달된 편의점 운영 현황이 그대로 보이더군요.
이걸 처음 온, 그것도 편의점 경력 없다고 말한 알바생에게 열어주시고 들어가시다니.... 점장님 스타일이 딱 보이더라고요.

'건물주라면 그럴 수 있지.'

내심 납득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매출은 바닥.
제가 일 시작한 때가 7월 25일이었는데
6월 초가 유통기한인 음식들이 진열되있고
특히 충격적인 것은 김치가 폭발 직전까지 부풀어 올라 있는 상태로
신선 식품 매대에 진열되어 있더라고요.
프로그램상 재고와 실제 재고는 맞지도 않고.
제품 진열은 유통기한과 상관 없이 뒤죽박죽.
이름표도 엉뚱하게 붙어 있는 것들이 많고.
지난달 행사표가 그대로 붙어 있고.
창고는 물건들이 낱개로 마구 섞여 있어서 뭘 찾을 수도 없고....

'...건물주라면 이럴 수 있는 건가?'

일단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고
창고 매대를 싹 정리하고
잘못된 것들, 고쳐야 할것들을 매일 보고서 형식으로 적어서 아침에 보고했습니다.

이런 상품을 찾는 손님이 있었습니다.
이런 손님 불만 사항이 있었습니다.
상품표 뭐뭐가 잘못되었습니다.
이 상품과 저 상품 새로 발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매대 진영을 이렇게 바꾸어 봤습니다..
상품 진열할 때 유통기한 순서가 안지켜 집니다. 진열할 때 유통기한이 빠른 걸 앞에 놔주세요.
이 상품군들은 몇 주뒤에 유통기한이 다 되니 할인 행사를 추천드립니다.

매일 이런 내용들을 빼곡히 적어서 보고 했지요.
사실 기본적인 내용들이지요.

기본적인 것만 하고 친절하게 손님을 대했습니다.
친절하다고 손님이 1+1으로 증정된 상품을 먹으라고 주시거나
떡을 주시기도 하시고
낮시간에 점장님에게 제 칭찬을 하기도 했지요.

기본적인 것만 지키니 매출이 빠르게 늘더라고요.
일 매출 50~60만원이던 매상이
며칠만에 60~100만원으로 변했습니다.

제돈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일 매출 100만원 돌파할 때는 기분 좋더라고요.

편의점은 처음이라
손님들 맞이하는 것도 재밌었어요.
다양한 손님들이 많았거든요.

세상에 1+1 제품이라고 알려드렸는데

"아. 괜찮아요. 하나만 먹고 싶어서요."

라고 말씀하신 분을 봤을 때는 내적 충격을 받았더랬죠.

'공짜를 싫다는 사람이 있다니!'

"괜찮아요."
"무거워서요. 그냥 드세요."

놀랍게도 그런 분들이 가끔 계시더군요....
세상은 넓구나...
나라면 아까워서 자기 전에 생각날텐데....

"어제 누구한테 전화 왔는 줄 알아요? 나경원한테 전화 왔더라고.
비례 대표로 나와달라는 걸 내가 아 첫 전화에 너무 깊은 대화를 하시는 거 아닙니까 하면서....
아! 내 통화 목록 보여줄까? 봐봐. 어제는 구청장이랑...."

차 한가득 여행 용품과 개를 데리고 다니시면서
초면에 뜬금없이 당황스러운 자랑을 하시는 분도 있었고.

"이거요."

남녀 둘이 와서 조용히 콘돔을 집어드는 커플도 있었어요.
콘돔 판매야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그 분위기 라는게.
계산하는 몇초 되지 않는 순간이지만
긴장한 표정의 남자분과 모른척 다른 물건을 만지작 거리는 여자분.

"4000원 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풋풋한 개인사의 중요한 장면을 나도 모르게 훔쳐보게 된 것 같아서
아빠 미소가 나오려는 걸 누르고 알바생의 미소를 지으려고 애썼죠.

아. 연인 이야기를 하자니 또 다른 손님도 생각나네요.
고작 한달 반이지만 새벽 단골들 얼굴은 좀 익혀는데
여자 분 두분이서 오시는 손님이 있어요.

두분 다 외모가 독특하신데 묘사를 하면 특정되어서 좀 그렇군요.
아무튼 두분이 연인이신데 어찌나 알콩달콩 하신지
콘돔하러온 남녀가 왔을 때도 부럽지 않았는데
그 분들 모습을 보면 정말 부럽더라고요.
누군가의 체온을 느껴본지 얼마나 됐는지 나도 모르게 헤아리게 된다니까요.

"나랑 싸울거야? 응? 응?"

다퉜는지 무뚝뚝한 한분을 다른 분이 폭 안겨서 뽀뽀 해줄때까지 얼굴을 치우지 않을 때는
괜히 담배 매대를 살피며 안보려고 노력했지요.
호기심 못이기고 슬쩍 바라봤을 때 뽀뽀하고 있어서

'아. 화해 했구나.'

하고 괜히 안심하고. ㅎㅎ 하긴 이 세상 애교가 아니라서 누구라도 녹아나지 않을 수 없었을 거에요.

좋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었어요.
전 일단 여러 명이 편의점에 들어오면 좀 긴장하고 살펴보는데요.
계산하느라 매장을 안 보고 있거나 하면 어수선한 틈에 물건을 훔쳐가기도 하거든요.

물건을 훔쳤다고 후다닥 도망 가는 것도 아니더군요.
그냥 자연스럽게 나가는 편이 더 눈에 안 띈다는 것은 아는지 자연스럽게 나가더군요.
한번은 여러명이 와서 일부는 물건을 사고 몇명은 다른 사람이 계산하는 사이에
다른 물건들을 집어들어서 안보일 법 곳에서 이미 산 물건 봉투에 집어 넣고 나가더라고요.
그 팀만 네명이고.
마침 다른 손님들도 들어와 있어서 하마터면 못 볼 뻔했지요.
그런데 저희들끼리 눈을 찡긋거리며 웃는게 수상해서 유심히 살피니 봉투안에 계산안한
물품들이 얼핏 보이더군요.

"손님. 잠시만요. 계산 안된게 있는 것 같아서요."
"아? 그래요? 이거 계산 안됐어요?"

몰랐다는 듯이 말하는데 어쩌겠어요. 그냥 계산하고 보냈지요.
교대하면서 점장님에게 보고했지요.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일단 계산하고 보냈습니다. 앞으로 도난 사고가 있을 때는 어떻게 할까요?"

"도둑이 있어? 난 손님 믿고 안에 들어가 있고 그랬는데. 앞으론 그런 일 있으면 전화 번호 받아놔요."

"예? 그걸 순순히 주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 자리에서 제가 전화번호 달라고 싸울 수는 없잖아요.
경찰을 부르거나 그냥 보내거나 둘 중에 하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요? 뭐.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런거 다 신경쓰면 힘들어서 못 살어."

결국 대책 같은 건 없이 그냥 흐지부지 넘어가게 됐는데....
며칠전에 샌드위치 확실치 않지만 샌드위치 하나를 도난 당한 것 같아서
(낮 시간에 무슨 일들이 있는지 재고현황은 계속 맞지 않아서 반쯤 포기 상태라 확인 불가.)
내 돈으로 채워놓고 보고하고 cctv 확인을 부탁드렸더니.

"안보이던데. cctv 확인하려면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빨리 돌리면 안보이고 
천천히 보자면 하루 종일 걸리고."
"3시 30분쯤에 세팀이 들어왔었는데 그 때쯤인 것 같아요."
"그냥 하나 사먹은 셈 쳐요."

하시더라고요. 음... 뭐 내가 확인 못해서 먼저 내 돈 넣은 거긴 한데.... 아깝네....
그리고 넘어가지요. 뭐.

아! 쓰다보니 엄청 길어졌네요.
문득 정신 차리니 수필이 아니라 잡담이 되었군요.
더 지루해지기 전에 이만 끊어야 겠습니다.

담에 기회되면 다른 손님들이나 점장님이랑 싸운(?) 이야기도 해드릴께요.

알바 나가기 전에 빨리 글 써야 겠네요.
단편을 쓰다가 단편 하나가 갑자기 제멋대로 길어지더니 장편이 되어서 요즘에 그걸 쓰고 있답니다.

편의점 시작하면서 단편 쓰면서 습작하려고 했는데 또 다른 길로 빠지네요.
뭐 하나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는 자괴감에도 빠졌다가
열심히 써야지 다짐도 했다가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추석이네요.
다들 풍요로운 추석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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