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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살인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게시물ID : panic_1007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뚜레마땅
추천 : 7
조회수 : 130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9/09/19 23: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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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살인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김호현은 너무나도 살인이 하고 싶다. 그는 예전부터 이러한 욕망을 느꼈지만 40살이 넘도록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아왔다.

 

살인을 하면 안된다는 윤리의식 같은 하찮은 이유에서는 아니었다. 그는 그렇게 모법적인 사람은 아니었고, 살인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다만 한국에서 살인을 하기란 너무 어렵다! 해외에서 살인범죄를 저지르면 완전범죄를 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는데, 한국에서의 살인사건 검거율은 거의 완벽에 가깝다. 심지어 공소시효까지 없어 평생을 경찰을 피해 도망다녀야 한다. 이러니 어떻게 마음놓고 살인을 할 수 있겠는가...?

 

육교를 걷던 중 한 여대생을 보며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하고 싶은 거라고는 아예 하지도 못하고 사는데, 저년은 앞으로의 미래가 창창하잖아!’

 

또 그 년이 실실 웃으면서 가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아마 저 여대생을 죽이면 기뻐서 죽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 한 청년이 김호현을 불렀다.

 

안녕하십니까. 이게 필요하실 것 같아서요.”

 

, 망할 전단지 알바 아닌가. 저놈부터 죽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두 명을 죽이면 쾌감도 배가 될테니까.. 하지만 참아야지. 여기서 살인을 하면 바로 감방행이다.

 

그는 마음을 다잡으며 거절한다.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가려하자 청년이 그를 붙잡으며 말했다.

 

이게 꼭 필요하실 겁니다. 이것만 있으면 원하시는 것을 다 하실 수 있습니다!”

 

참 나, 어이가 없어서. 그는 약간 미소를 띄면서 말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나 알긴 해? 아마 상상도 못할걸.. 흐흐흐.”

 

청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뭔지 아니까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고객님을 부르지 않았겠습니까..”

 

곧이어 청년은 그에게 명함 하나를 건넸다.

 

여기 적힌 주소로 오셔서 상담을 받으시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는 멀뚱멀뚱 명함을 쳐다보다 괜히 청년의 뒷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야? 안 가! 내가 왜 가?!”

 

 

 

 

 

집에 온 그는 명함을 뚫어져라 보았다. 정말 이상한 하루였다. 아니, 내가 뭘 원하는 지 안다고? 거만한 놈. 아무래도 명함에 적힌 곳을 찾아가 첫 번째 살인을 해야했다. 그는 주머니에 칼 하나를 챙겨들고 집을 나왔다.

 

명함에 적힌 주소는 그를 후미진 지하 철문 앞으로 안내했다.

 

이런 곳에 사무실이 있다고...?’

 

누가 봐도 그런 업소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참 나, 내가 원할 거라는 게 이거였어? 지랄하네.”

 

그는 어찌 되었든 문을 밀고 들어갔다.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죽이더라도 이곳에 경찰들이 오는 것을 꺼려 다들 쉬쉬할 테니까.. 지금 생각해보니 성매매 업소는 나름 살인을 저지르기 이상적인 곳이었다.

 

하지만 예상 과는 다르게 안은 평범한 사무실이었다. 고객 상담용 탁자로 보이는 곳에 앉은 청년이 그를 기다렸다는 듯이 인사했다.

 

역시 오실 줄 알았습니다. 살인이 하고 싶으시다고요..? 흐흐흐

 

그는 순간 흠칫 놀랐다.

 

어떻게 안 겁니까?”

 

그거야 제가 다 알죠. 이 일이 몇 년짼데.”

 

참 나. 지가 기껏해야 얼마나 살았다고.

 

어찌 되었든 계획이 조금 바뀌었다. 이 청년을 바로 죽이는 것보다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제가 필요한 게 뭡니까?”

 

청년은 뒤쪽 선반을 뒤적거리더니 알약 하나를 꺼내왔다.

 

바로 이겁니다. 이 약은 시간을 거꾸로 가게 해줍니다.”

 

스콧 F 제럴드의 밴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같은 건가?

 

소설 속에서 밴저민은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는 생을 살다 아기의 상태로 생을 마감한다.

 

그냥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겁니까? 그런 거라면 필요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 약을 먹게되면 정말로 시간을 거꾸로 사시게 됩니다. 오늘 하룻밤 자고 내일이 오게되면 그때는 오늘의 하루 전날인 2019115일이 되어 있을 겁니다. 다음날은 114일이 되어 있겠죠. 물론 이 과정에서 당연히 나이도 거꾸로 먹게 되겠죠...”

 

근데 시간이 거꾸로 가는 게 살인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

 

당연히 상관있죠. 어차피 내일은 어제가 되기 때문에 어떠한 살인을 해도 다음날이면 없던 일이 됩니다! 피해자도 살아있겠죠! 살인 당일 경찰 조사를 조금 받을 수도 있겠지만, 뭐 어떻습니까? 그 정도는 감수하셔야죠. 또 시체를 유기하실 때에도 그냥 아무 대나 갖다 버려도 상관 없습니다! 잡혀도 상관이 없으니까요!”

 

결정했다. 이 알약을 사야겠다.

 

얼마입니까?”

 

무료입니다. 가져가시죠. , 내일이 되면 당신 집을 털겠습니다. 어차피 내일의 당신은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요. 여기 집주소와 현관문 비밀번호를 적어주시죠.”

 

이거 혹시 사기면..”

 

만약 알약을 먹고 다음날 어제가 되지 않으면 집을 털러온 저를 죽이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군.”

 

그는 알약을 받아왔다.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그냥 속는 셈 치고 먹어보면 되었다. 알약을 먹고 잠이 드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아무래도 내일 살인을 할 생각에 들뜬 모양이다.

 

, 살인하고 싶다. 너무나도 살인이..’

 

어느 순간 골아 떨어졌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그는 12시가 돼서야 일어났다. 전날 맞추어둔 알람시계가 울리지 않은 것이다! 휴대폰에서 달력날짜를 확인했다.

 

2019115.

 

청년의 말이 사실이었다. 이제 마음 놓고 살인을 할 수 있다.

 

누구를 먼저 죽여볼까.. 흐흐흐

 

그는 일어나 샤워를 하고 옷을 갖추어 입었다. , 회사에 출근해야 되는데.. 아까 휴대폰에서 부재중 전화가 10통 정도 와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 때문일 듯 싶다. .. 망할.

 

잠깐만. 내가 회사에 갈 필요가 뭐 있어? 어차피 내일이면 다시 리셋되는 데?’

 

, 그래도 택시를 타고 회사까지 갔다. 부서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들 그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라도 된 듯이 보고 있었다. 어느 정도 침묵 끝에 상사가 입을 열었다.

 

지금 몇시야?”

 

그는 별 고민없이 대답했다.

 

, 죄송합니다. 제가 늦잠을 자서.. 사표 내겠습니다.”

 

상사는 당황한 얼굴이었다.

 

아니, 뭘 그렇게까지..”

 

김호현은 확고하게 다시 말했다.

 

아닙니다. 애초에 관두려고 했습니다.”

 

, 이럴 줄 알았으면 알약을 먹기 전에 미리 사표라도 쓰고 나올 걸 그랬다. 앞으로 이 짓을 매일 반복해야 될 것 아닌가? 그래도 괜찮다. 평생 무직으로 살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 심지어 나이도 매일 젊어질 것이다!

 

완전히 이거 김현호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어찌어찌 사표를 내고 나오니 손목시계가 벌써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 아직 점심을 먹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지갑을 보니 현금 10만원, 신용카드랑 체크카드 하나 정도가 있었다. 신용카드에 눈이 갔다.

 

돈 정도는 막 써도 되겠군.’

 

5성급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특별한 드레스코드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메뉴판은 볼 필요 없이 가장 비싼 코스요리를 내어 달라 했는데, 랍스터, 관자요리 등 여러 가지 나오는 것이 제법 괜찮았다. 와인도 시키면 좋을텐데 그래도 첫 살인은 맨정신에 해야되지 않겠는가?

 

음식을 서빙하는 호텔여직원을 보고 확 강간하고 죽여버릴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곧 마음을 다 잡았다. 여기는 레스토랑이기에 누구나 부엌을 드나들기 쉽고, 칼을 구해 그를 찌르고 여자를 구해내는 영웅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정당방위이다. 솔직히 죽어도 어제로 돌아가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긴 하지만 그런 모험을 했다가 정말 죽기라도 하면 큰일 아닌가?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호텔을 나왔다.

 

살인도 살인이지만 이렇게 돈을 펑펑 써대며 살 수 있다니!’

 

진짜 그 청년을 다시 만난다면 절이라도 해야겠다. 이렇게 좋을 수가! 그는 길거리를 걸으며 죽일 사람을 찾아보았다. 사람들은 하찮게 보였다.

 

살인도 못하는 것들..’

 

아마 저 노숙자는 평생 구걸만 해야 할 신세일 터이다. 굳이 저런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다. 엄마 손을 잡고 싱글벌글 웃으며 걸어가는 꼬마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저 꼬마를 죽이면 엄마가 너무 불쌍하잖아? 아니, 같이 죽일까? 사실 괜찮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뭔가 특별한 것이 필요했다. 그래도 첫 살인인데..

 

그 순간 그는 봤다, 내일인 어제에서 보았던 그 여대생!

 

안녕 친구, 오늘 자기가 내 먹잇감이 되어줘야 겠어.. 흐흐흐

 

그는 줄곧 그녀를 미행했다. 저녁 때가 되자 그녀는 친구를 불러 근처 우동집에서 밥을 먹었다. 그는 식당의 구석자리에 앉아 그녀가 식사를 마치길 기다렸다.

 

제발 저 친구년이랑 빨리 좀 헤어졌으면..’

 

불청객이 나타나 그의 첫 살인을 방해할 순 없다. 얼마나 숭고한 일인데! 무엇보다 그녀와 둘 만 있고 싶다. 사실 지금 심각하게 그녀를 강간하고 죽일지 그냥 죽일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중이다. 아무래도 벌써 그렇게 황홀한 행복을 맛볼 수는 없겠지. 좋은 건 아껴둬야 하니까. 그녀는 처녀일까? 아직 대학생이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내가 그녀의 첫상대..?! 정말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엿듣던 중 그녀의 이름이 김지연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름도 예쁘네... 흐흐흐

 

그녀들이 식당을 나와 먹던 우동을 남기고 따라갔다. 둘은 코인노래방 앞에서 해어졌다. 그는 노래방 입구 쪽에 숨어 있었다.

 

9시쯤 되자 밖이 깜깜해졌다. 그는 조용히 김지연을 뒤에서 미행했다. 그녀의 집은 다행히도 외진 곳에 있었다. 그녀가 현관을 열고 집에 들어가려는 순간.. 그때가 기회라는 것을 자각했다.

 

미리 가져온 밧줄을 올가미처럼 만들어 뒤에서 그녀의 목을 졸랐다. 그녀의 몸이 젖혀저 그에게 안겼다. 밧줄을 더 팽팽하게 감았고, 그녀는 더욱 더 커지는 고통에 신음했다. 첫 번째 살인! 엄청난 전율이 온몸을 스친다!

 

내일도 올게.”

 

그녀는 그렇게 첫 번째 죽음을 맞이했다. 보람찬 하루였다.

 

늘 그렇게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었다. 날마다 자취방을 찾아가 그녀를 죽였다. 어떤 날은 강간하고 죽이고, 어떤 날은 살려달라고 빌어보라 시키기도 하였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그녀를 가지고 노는 게 너무나도 재밌었다!

 

심지어 2년 정도가 지난 이후에는 그녀가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다. 너무나도 좋다! , 진짜 내 평생 고등학생과 섹스를 해보다니!! 그의 하루는 늘 근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찼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그녀를 가지고 놀고 있을 때, 뒤에서 무언가 날아왔다. 누군가 그를 둔기로 가격한 것이다.

 

지연아!”

 

오빠..”

 

그녀의 남자친구 이무진이 그녀를 꼭 안았다.

 

미안해.. 이제 와서 미안해...”

 

아니야 오빠.. 내가 미안해..”

 

남자친구가 있었어?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지랄하네.’

 

김호현은 바닥에 떨어진 망치를 들어 그녀의 남자친구를 가격했다. 내려치고, 또 다시 내려쳤다. 이무진은 신음조차 낼 수 없이 축 늘어졌지만 그는 계속했다.

 

. . .

 

그러던 중 그의 등에 갑자기 칼 하나가 꽃혔다.

 

, 이 씨발새끼야!

 

김지연은 다시 칼을 뽑고 그를 찔렀다.

 

그리고 그는 자각했다.

 

죽었구나.’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다시 어제를 살 수 있는 건가..?

 

 

 

 

 

모든 세상이 깜깜했다. 하지만 곧이어 불빛 하나가 새어나왔다.

 

그리고. 창밖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에 깬 김호현은 휴대전화를 보았다. 어제였다.

 

또다시 그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태어나서 처음 죽었을 때의 느낌은.. 잘 모르겠다. 그냥 아팠다. 그것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오늘은 다시 시작되었고, 또 내일이면 다시 어제가 열릴 것이다. 그는 태어날 때까지 죽지 않는 것이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김지연을 살해하면 안 될 것 같다. 3년 동안이나 같은 사람을 살해하는 것도 좀 질린다. 이제는 날마나 회사에 사표를 내러가는 것도 귀찮다. 그냥 잠이깨면 휴대폰을 화장실 변기에 빠뜨려 버린다. 어차피 호텔이나 모텔에서 묵으면 되니 집 화장실을 쓸 일이 없다.

 

이제 더 다양한 살사람을 죽이기 시작했다. 길을 잃은 아이, 꼰대였던 회사 상사, 어떤 날은 그에게 실수로 껌을 뱉은 남자를 홧김에 죽이기도 했다.

 

가끔씩 경찰에 잡혀가기도 했다. 물론 별 문제는 없었다. 바로 자백을 했고, 경찰들도 자신들 실적을 쉽게 올려주니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경찰서에서 먹는 설렁탕 맛이 얼마나 끝내주는 지 일부러 살인을 자백하러 간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알약을 주었던 청년은 지금도 그 일을 하고 있을까? 지금 나이로는 고등학생 일지도 모르겠다.

 

사무실을 다시 찾아가보고 싶었다. 물론 청년의 명함은 미래에 있었다. 사무실이 어디에 있었더라...? 아무리 수소문을 해도 찾을 수 없었다. 어쩌면 청년이 아직 장사를 시작하지 않은 것일지도.. 그 청년을 어디서 만났더라.. !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청년을 처음 만났던 육교를 걸었다. 정확한 장소, 같은 시각에 기다리고 있으니,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김지연이 육교를 걸어왔다.

 

죽이고 싶다..’

 

그때,

 

안녕하십니까? 이게 필요하실 것 같아서요..”

 

한 고등학생이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 안녕하십니까? 6년 전 알약의 구매자입니다!”

 

, 가끔씩 이렇게 찾아오시는 고객님들이 있죠. 물건은 만족하십니까?”

 

, 정말 잘 쓰고 있습니다. 이제 제가 죽인 사람들이 몇 명인지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군요 흐흐흐

 

, 살인을 목적으로 물건을 사용하셨군요.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그럼 다른 목적으로 알약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까?”

 

누군가는 날마다 푸지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또 누군가는 복수를 위해 알약을 사용하죠. , 잠시만 저는 다른 고객니믈 뵈러 가봐야 겠습니다.”

 

그리고 학생은 김지연이 지나간 방향으로 뛰어갔다. 육교 위에 혼자 남은 김호현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것 같았다.

 

지연아, 내가 보고 싶었지? 흐흐흐

 

짜릿한 손맛의 추억을 다시 느껴봐야 겠다.

 

 

 

다음날 그는 다시 육교를 찾아갔다. 중학생이 된 김지연이 육교를 걷고 있었다.

 

지연아, 안녕.’

 

그녀를 다시 죽이기 시작했다. 어떤날은 납치한 다음 강간까지 하고. 중학생을 강간하는 것은 고등학생을 강간하는 것과는 또다른 신선함을 주었다.

 

언제부턴가 그녀는 친구와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두 명이서, 다음엔 세 명, 이후 다섯 명까지 불어났다. 아무래도 왕따를 당한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같이 다니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완벽한 혼자로. 물론 상관은 없었다. 그녀만 골라서 죽이면 되었다. 친구들은 그저 칼로 조금 위협을 주고 지연이만 납치해서 재미를 보면 되는 일이었다. 물론 친구들이 신고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근데, 어느 날, 김지연이 사라졌다. 더 이상 육교에서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동네를 샅샅이 훑었지만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10일쯤되자 그냥 체념했다.

 

대신 그녀의 친구들 중 한 명인 A양을 죽이기 시작했다. 빨간색으로 염색한 단발머리가 귀여운 그녀도 김지연 만큼이나 짜릿한 쾌감을 주었다.

 

오늘도 아저씨랑 놀아볼까? 흐흐흐

 

그가 이렇게 물을 때마다 그녀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도 그럴것이 처음보는 사람이 오늘도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큰 곤혹이었겠지. 얼마나 떨었는지 이빨이 딱딱 부딪히는 소리가 들릴 지경이었다. 너무나 좋았다!

 

하지만 1달쯤 지나자 다시 그녀도 사라졌다. 괜찮다. 다시 3명이 된 무리에서 이번엔 B양을 죽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 또한 곧 사라졌고, 두 명이 된 무리에서 C양을 죽이기 시작했다. 결국 마지막 D양만 남게되었다.

 

결국.

 

어느 날 육교에 갔더니 아무도 없었다.

 

결국 너까지 떠났구나..’

 

그때 육교 끝에서 나타났다. D양이었다!

 

역시 날 버리지 않았어!’

 

그리고 그 뒤로 C, B양이 걸어나왔다. 이렇게 반가울수가! A양까지 그 뒤를 따랐다. 마지막으로 지연이가 끝에서 걸어나왔다!

 

지연아, 사랑해!!!”

 

그는 그녀에게 달려가려 하다, 무언가를 보고 흠칫 놀라 멈추었다.

 

그녀는 공허한 표정으로 칼 하나를 들고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었다. 나머지 아이들도 각자 무기하나씩을 꺼내었다. 한 명은 식칼, 한 명은 전기톱...

 

날 죽이려는 건가?’

 

그녀들은 하나같이 공허한 눈빛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준비한 무기들로 그를 찌르기 시작했다.

 

다시, 아프다, 또 아프다... 그것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드디오 끝없는 고통이 끝나고, 죽음이 그를 구원하려 할 때가 돼서야 그녀들은 학살을 멈추었다.

 

김지연이 무덤덤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우리는 아저씨처럼 영원히 어제를 살 거에요. 내일 봐요.”

 

 

 

 

시야가 희미해지고 다시 뚜렷해졌다. 어제가 다시 시작되었다. 청년의 말이 생각났다.

 

누군가는 복수를 위해 알약을 사용하죠..”

 

그리고 아마 지연이가 간 방향으로 갔었지...

 

띵동.

 

초인종 소리가 났다. 현관문을 열기가 너무나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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