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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62) / 자이언 캐니언 가는 길
게시물ID : travel_276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1
조회수 : 74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9/28 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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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자이언 캐니언 가는 길
 
 
아침에 호텔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우리는 바로 자이언 캐니언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아들은 우체국을 들러야 한단다. 교수에게 보낸 과제물이 있단다. 어젯밤에 늦도록 과제물을 모두 만든 모양이었다. 과제하랴 부모 모시랴 정말 정신이 없겠다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아들은 그런 힘든 일을 내색조차 않는다. 내비게이션으로 작은 도시 한 가운데쯤에 자리한 우체국을 발견하고 그리로 갔다. 우리는 아들이 우편물을 붙일 때까지 바깥 차안에서 기다렸다. 사막의 기온의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었다. 잠시 후 아들이 나왔고 우리는 다시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길을 잡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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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로로 나오자 내비게이션은 유턴을 알려주었다. 조금 더 앞으로 나가니 중앙분리대가 끊어진 곳을 발견했고 아들은 그리로 들어섰다. 중앙분리대를 반쯤 넘어섰을 때 맞은편에서 들어오는 화살표가 보였다. 결국 그 중앙분리대는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만 유턴할 수 있는 일방통행로였던 것이다. 기왕에 차가 거의 중앙분리대를 빠져나왔으니 무슨 일이 있을까 싶어 그대로 맞은편 도로로 들어섰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어떻게 알았는지 그리고 어디에 있었는지 금방 경찰차가 뒤를 따랐다. 차를 갓길에 대었더니 영화에서나 보던 교통경찰이 다가와서는 중앙분리대 통과 위반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다. 아들은 이곳이 초행이고 길이 열려있어 진입이 가능한 곳인 줄 알았다고 미안해했다.
그러나 경찰은 규정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하고 면허증을 요구했다. 결국 장황한 설명 끝에 내린 처분은 우리 돈 12만 원 정도의 과태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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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을 겪고 보니 왜 이곳 사람들이 교통 규칙을 잘 지키는지 알 것 같았다. 경찰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만 누구라도 위반을 하면 어디서든 달려온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일단 단속의 대상이 되면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며, 과태료가 상당한 부담일 것 같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교통경찰의 적당주의라는 것이 없어 보였다. 나는 그 경찰의 설명을 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그는 우리처럼 위압적으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목소리로 교통법규 제 몇 조를 위반 했습니다 하고 퉁명스럽게 통보하듯 하는 것이 아니었다.
 
20180619_072136.jpg정확히 어떻게 운전자가 잘못을 했는지 그곳에서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는지 등을 명확히 그리고 자세히 설명했다. 더 가관인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딱지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는 위반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교통경찰의 자비에 달려있는 경우가 흔하다. 어떤 위반행위가 과태료 5만원에 해당한다면 교통경찰관은 가장 약한 딱지로 대체해 주는 식이다. 물론 그런 교통경찰이 고맙다. 그러나 그런 고마움이 교통질서를 문란케 하는 원인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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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하면서 잠시 시무룩한 표정들을 지었지만 곧 잊어버리고 자이언 캐년의 장엄함을 마주하려 길을 달렸다. 사막 지역이라 산들은 더 이상 척박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그런 곳에 띄엄띄엄 마을이 나타나기도 했다. 푸른 초원이 가득한 너른 남부 지역을 버리고 이런 척박한 곳에 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을은 모두가 조용했다. 하기는 낮 기온이 40도를 웃도니 누가 밖으로 나올 것인가.
저런 곳에 애리조나 카우보이가 소떼를 몰고 갈 일은 전혀 없어보였다. 그래도 아들은 애리조나 카우보이를 흥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서부 영화에서는 저런 척박한 땅에서 주인공이 먼지를 풀풀 날리며 멋지게 말을 타고 오지 않았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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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등 뒤로 멋진 석양을 짊어지고 말이다. 약탈자와 맞서는 힘없는 마을이 있고, 그 마을을 우연히 지나는 서부의 사나이는 정의감에 불타 그 마을을 돕는다. 그 가운데 양념처럼 그 마을에는 미모가 출중한 아가씨가 등장하고-
그런데 아무리 봐도 지금 우리가 달리는 길은 그런 멋진 장면을 떠올리기엔 무리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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