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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4) 내 글의 가치
게시물ID : readers_343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윤인석
추천 : 3
조회수 : 528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9/11/26 03:56:36
그간 일하고 있던 편의점 점장님과는 여로모로 맞지 않았다.

서로 불편했지만 그럭저럭 참고 지내다가 어떤 일을 계기로 그만둬야 겠다고 맘을 정했다. 유기견 관련 사건 이었는데.... 음. 이건 이야기가 길어지니 나중에 따로 수필을 써야겠다.

어쨌든 일을 그만두려고 맘 먹으니 새로운 일 구하는게 골치였다.
여유를 가지고 구하면 쉽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하루도 일을 쉴 수는 상황이다.
그만둔다 말하고 사람을 구한 후에 새 일을 알아보면 며칠에서 몇주간 일을 할 수 없을 테니 곤란했다.

그래서 지금 하는 야간 일을 피해 낮에 하는 일을 알아보았다.

일단 아무거나 빨리 구해지는 일을 찾았다.
이번에는 최저 시급을 챙주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동네 마트 일이었다.
하루 매출 2~3백만원대의 마트였는데 손님이 끊이질 않아서 바쁜 편이었다.
일이 몹시 잡다했다.
계산, 물건 진열, 오토바이 배달과 농산물 포장, 업체에서 물건 들여온 걸 검수하고 장부 정리까지 하자니 일하는 내내 쉴틈없이 동동거려야 했다.
크게 힘든건 아닌데 동시에 여러가지를 해야해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래도 안 맞는 사람하고 일하는 것보다야 낫겠다 싶었다.
동네 마트 일이 좀 익고 나서 편의점에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오늘 결국 후임이 결정되었다.

이 과정이 3주가량.
'퇴근했는데 바로 출근해야 하다니. 말도 안돼. 거짓말.'
'투잡의 세계란 엄혹하구나. 쓰리잡은 물리적으로 가능한건가? 아.. 글까지 하면 나도 쓰리잡인가?''
궁시렁 거리며 마트와 편의점을 오간 시간들이었다.

사설이 몹시 길었다.
결국 이 글을 쓰는 것은 이 과정을 거쳐서
오늘 이제 그만 나와도 된다는 말을 듣고나서 생긴 선택 때문이었다.

내가 이미 일을 구한줄 모르는 점장님은 내일부터 이달 말일 사이중 아무 때나 일을 그만둬도 된다고 하셨다.
생각해보고 내일 말씀 드린다고 했다.

바로 머리속에 돈 계산이 굴러갔다.
하루 일당 6만원의 편의점. 이달 남은 기간은 5일.
내일부터 나오지 않으면 30만원을 적게 벌게 된다.
이미 마트 일을 하고 있으니 밤에 쉬어도 되긴 하지만 30만원이라고 하니 크게 느껴졌다.

'편의점 안나가면 그 시간에 글 쓰겠지. 밤에 8시간동안 집중해서 글을 쓴다고 6만원의 가치가 있을까? 하는 김에 말일까지 할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곧바로 쓸쓸해졌다.

내가 내 노력과 내 글에 6만원의 가치도 매기지 않고 있구나. 객관적으로 8시간이 아니라 80시간 써도 경제 가치는 0원이지만.... 그래도 내가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는게, 무의식적으로 내린 평가가 적잖이 섭섭했다.

스스로 6만원 어치 가치도 매기지 않고 있다면 난 뭐하려고 글을 쓴다고 끙끙거리고 있는 걸까? 

적어도 나는 그러지 말았어야지.  

조금쯤 오기도 솟는다.
  
이거 왜 이러셔. 열심히 쓸거야. 계속 쓸거야. 언젠가 6만원 때문에 망설였다고 말하며 머쓱하게 만들어 줄게

...
내일부터 편의점을 그만두기로 마음을 정했다.

우울한 밤이다. 힘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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