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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
게시물ID : readers_344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9릴령샌얀뛰
추천 : 2
조회수 : 34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2/27 14: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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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모조리 불타버리고 생명이 증발한 폐허의 도시

하늘빛이 은폐된 회색 톤 허공에서 뿌연 죽음의 재가 휘날려

마지막 숨소리까지 처분한 소름 끼치는 적막을 느끼며

눈앞이 흐려지다가 어디선가 반사된 광선이 번뜩이자 꿈이었다

눈을 끔뻑여 모든 게 그대로임을 확인하고

기지개를 켜 잠들어 있던 신경을 회복하고

마비가 풀리면서 원기가 되돌아온 손길로

얼굴을 쓸어내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창밖은 고즈넉한 전원 풍경

흐르는 개울의 목가적인 여음이 귓가에 적셔 든다

텃밭에서 기른 신선한 채소를 간식으로 가벼운 채비만 갖추고

봄 흙냄새가 구수하게 밴 가죽신을 신고 산보에 나선다

비에 씻긴 맑은 공기가 폐 속으로 신속하게 충전된다

하얀 솜처럼 떠 있는 구름 몇 점이 물에 풀린 각설탕이 녹듯 서서히 옅어진다

대낮의 온기랑 잘 버무려진 순풍이 낮게 스쳐서 부드러이 체모를 쓸고 간다

한가운데 태양은 높게 화창해서 따가운 느낌 없이 밝은 기운만 발산한다

오솔길을 따라 야트막한 풀잎이 빼곡히 펼쳐진 들판에서는

막 자라나기 시작하는 것들의 풋내가 코를 간지럽힌다

작은 하얀 꽃, 파란 꽃, 노란 꽃, 분홍 꽃 군락 위를 미끄러지며 나풀대는 나비의 춤이 돋보여

매료된 채 손을 건네 닿을 듯 말듯 무지개 저편까지 끌려가고 말아서야 쿵 부딪친다

지직거린 무지개 너머로 만져지는 금속성의 평면감

형언할 수 없는 불안함에 휩싸여 더듬는 손끝에 전해진 거대한 진실의 중압감

끔찍한 두통이 내리친 뇌리에서 재생되는 악몽적인 기시감

눈앞이 흐려지다가 어디선가 반사된 광선이 번뜩이자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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