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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거나 뻔한 이야기(13) / 부재 중 전화
게시물ID : readers_344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수와영이
추천 : 1
조회수 : 28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1/03 12: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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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마라톤 대회는 주말이면 전국의 어디선가 열린다.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또 다른 마라톤 대회가 한 주일 앞으로 다가왔으므로 남자는 일요일을 이용해서 마무리 훈련에 몰두했다. 모처럼 하프코스를 완주했고 몸 컨디션은 제법 괜찮은 것 같았다. 3분 정도 기록을 늘려 잡으면 무난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참으로 상쾌했다. 남자는 운동을 마친 오후 여자를 위해 주말이라 텅 빈 사무실에서 계획서의 마지막 작업을 했다. 남자가 막 계획서를 완성하였을 즈음 여자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계획서를 여자 앞에 내밀었다.
 
-어머, 벌써 다 하셨어요? 이렇게 빨리요?
여자는 탄성을 지르며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를 뒤에서 안았다. 여자의 얼굴에는 기쁨과 놀람이 함께 어울렸으며 진정으로 남자에게 감사했다. , 나의 천사. 남자는 자기의 목을 둘러싼 여자의 손을 흐뭇한 표정으로 쓰다듬었다. 여자는 남자 앞으로 돌아와 바짝 의자를 당겨 앉으며 감사의 표시로 무엇을 어떻게 해주면 좋을지 말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래?
-그럼요.
-글쎄. 무엇을 해달라고 해야 하나. 고로쇠 수액을 잔뜩 담아왔을 테니까 그걸 마실까?
-흐흐흥, 당신을 주려고 정말 잔뜩 담아왔지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무데서나 주지?
그러면서 여자는 즐겁게 웃었다. 남자는 그런 여자를 가볍게 안았다. 여자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 좋아. 당신에게 이렇게 안겨 있으면 너무도 편안해요. 신기하지요?
여자는 가볍게 남자의 가슴으로 파고들었고 남자가 귓불을 간지럽히자 몸을 꿈틀댔다. 여자의 가슴은 봄 날씨처럼 안온하고 따듯하다.
 
-그래. 당신을 안으면 참으로 편안해. 그래선지 하루 종일 일에 시달려 피곤해도 당신을 안으면 피곤이 눈 녹듯 사라져. 사실 삶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 아닐까? 거기에 우리가 쓸데없는 덧칠을 하고 있을 뿐이지. 여자와 남자는 똑같은 기분으로 중얼거렸다. 여자는 안긴 채로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내일이 마라톤 대회야.
남자가 말했다.
-알아요.
-응원해 줄 거지?
-그럼요. 그런데 이번에는 얼마를 달릴 거지요?
-하프코스. 이제 풀코스는 좀 힘든 것 같아.
-그렇군요. 잘 달리세요. 절대로 너무 무리하지 말고.
남자는 여자가 끓여주는 커피를 마시고 다음날 마라톤 대회 준비를 하기 위해 사무실을 나섰다.
-커피 잘 마셨어. 커피 맛이 일품이었어. 고마워.
-파이팅.
여자가 귀여운 표정으로 대답대신 주먹을 불끈 쥐며 응원을 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얼마가 지나서 남자는 집 주변 학교 운동장에서 가볍게 몸을 풀었다. 남자는 천천히 운동장을 돌며 신체의 구석구석을 점검했다. 그것은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로 마라톤을 할 때 몸에 무리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남자는 운동장을 몇 바퀴 돌다가 문득 여자가 생각나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신호음만이 길게 늘어지고 전화는 끝내 침묵을 지켰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켜자 여자에게서 메일이 와 있었다.
-부재중 전화1. 핸드폰에 당신의 이름이 찍혀 있었답니다. 당신의 이름 석 자를 보는 순간 벅찬 전율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곤 이내 그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보고 싶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임을 처음 알았습니다. 어느 드라마 노래에서 나왔던 <죽을 만큼 보고 싶다>라는 가사를 가슴으로 이해 할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당신과 헤어진 지 몇 시간이나 됐다고 그런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네요.
 
생각해 보면 저는 당신의 어린아이 입니다. 제 길을 또 당신께 찾아 달라고 응석을 부리는 걸 보면 정말 저는 어린아이 입니다. 그래도 당신이 이제는 네가 알아서 가라고 아니하고 길을 열어 주시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가슴은 가슴으로 이성은 이성으로 받아들이렵니다. 그리고 그리움은 또 그렇게 그리움으로 담으렵니다. 누군가 당신에 대해 그랬었지요. <따뜻한 사람> 이라고. 이제 비로소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합니다. 새롭게 보여주신 당신의 순수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사랑합니다. 내일 눈 뜨면 당신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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