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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중홍화
게시물ID : readers_345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9릴령샌얀뛰
추천 : 1
조회수 : 30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1/18 11: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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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세상을 아득히 지운 창백한 적설 속에는

한 떨기 붉은 꽃이 꼭 작품에 빠져선 안 될 낙관落款처럼 운치를 장식하길래

덩그러니 일색一色을 지킨 그 기개야말로 귀한 경지로 우러러봤다

쓰러져달라 다그치듯 수의를 입히려는 눈발에도 꽃의 주장은 완고했다

혀를 깨물고 피를 뿜어야 견주어질 만한,

절렬한 분위기를 자아낸 붉디붉은 꽃의 맵시는 그렇게 한겨울에 농익었다

동장군 칼춤이 모지락스레 비끼던 날, 생광스러운 전성기를 구가하는구나

사활을 건드는 하늘의 궂은 변덕도 배겨낸 꽃의 빛깔이 어찌나 비범하던지

얼어 죽지 않을까 하는 통속적인 동정은 들 엄두가 안 났다

죽어도 거기 안 있으면 안 될 거처럼 아리따워서

꺾으러 왔다가 저승사자도 넋 놨는지 혹한 나는 게 신통한 붉은 꽃이었다

푸른 피가 돌며 붉게 피어오른 꽃을 두고

붉은 피가 도는 내가 안색이 푸른 역설에 쓴웃음이 터졌다가 설움이 갈마들었으나

동정을 바라지 않기로 사는 그 시련에서 내내 태연한 꽃을 닮아지고 싶었다

꺾어오라며 염라가 닦달해도 섣불리 연행하지 못할 꽃을 심안心眼으로 겨누고

죽기밖에 더 없을 노체老體로나마 죽음을 주춤케 하는 기개를 본받을까 하여

느껴지는 병세를 초연하게 신선이 될 경과라 마음먹으니

고통도 얼마나 귀하던지

일신에 내려앉은 오한이 학창의 같고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경련이 쥘부채 같았으며

엄동 깊은 밤, 담담히 붉은 꽃잎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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