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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거나 뻔한 이야기(18) / 내 사랑 그대
게시물ID : readers_345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수와영이
추천 : 1
조회수 : 29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1/22 13: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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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그 즈음 여자는 전문적인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교사로서 한번쯤은 해볼 만한 일이라 사실 남자가 넌지시 권하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하던 여자가 언제부터인가 관심을 보이더니 차츰 적극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 여자를 위해 남자는 많은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었다. 남자는 그런 소망을 담아 여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내 사랑 그대...
그냥 거기 그렇게 가만히 있으세요.
세상은 모두 그렇고 그런 거랍니다.
내 사랑 그대...
조금 더 높은 곳으로 가세요.
세상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멀리 보인답니다.
내 사랑 그대...
한 곳만 바라보고 가세요.
그 곳에는 그대의 손길을 기다리는 또 다른 삶이 있답니다.
내 사랑 그대...
그때 비로소 베푸세요.
그 길목에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그리워하며 기다리고 있답니다.
사랑하는 당신,
그런 당신이 되세요.-
 
그런 남자의 메일에 여자는 지체 없이 사랑을 가득 담은 메일을 보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음은 진정 기쁨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음은 참으로 행복입니다.
 
남자와 여자는 중년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참으로 오랜만에 서로 꿈꾸듯 한 날들 속에 묻혀 지냈다. 하루하루가 행복으로 가득했다. 출근길이 즐거웠고 여자의 웃음은 늘 쾌활했다. 어느 날 여자가 남자에게 콧소리를 섞어가며 말했다. 까만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사람들이 있지. 모두들 내게 얼굴이 전에 없이 활짝 핀 걸 보니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고 물어보네.
-그래서?
-크하하하. 뭐라 그래. 그냥 웃었지 뭐.
-내가 보기에도 당신 요즈음 얼굴이 전에 보다 훨씬 화사해졌어.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는 유행가가 참말이라는 걸 증명한 셈이 되었군.
 
이런 낯간지러운 원초적인 언어들 속에 어느 때부터인가 남자는 여자가 얼마간이라도 보이지 않게 되면 안절부절 못하게 되었다. 그건 여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사실 그 얼마간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별 것도 아닌 시간에 속할 뿐이다. 그런데도 남자는 그런 시간조차 참으로 길게 느껴지며,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다가 여자가 사무실을 문을 열고 들어오면 한참 숨을 참았다가 한꺼번에 내뱉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여자에게는 늘 아름다운 향기가 났다. 여자의 조용한 미소 속에는 늘 사과향이 묻어났다. 남자는 그런 여자의 향기를 맡기 위해 쓸데없이 그녀 옆을 맴돌기도 했다. 마침내 남자는 여자의 숨소리며 발소리 하나까지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나 호흡은 거기에서 멎었다. 그건 남자에게 있어 진한 떨림이었다. 남자는 그런 기분을 담아 콧노래를 불렀다.
 
-당신 곁에 다가서면,
아름다운 향기를 맡을 수 있답니다.
당신을 생각만 해도 아름다운 향기가 온 몸을 감쌉니다.
그런 탓에 눈을 뜨지 않아도 당신이 늘 옆에 있음을 압니다.
-당신 곁에 다가서면 당신의 고운 숨결을 느낍니다.
당신을 생각만 해도 고운 숨결은 내 온 몸을 감쌉니다.
그런 탓에 사방을 둘러보지 않아도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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