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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거나 뻔한 이야기(22) / 고로쇠 물
게시물ID : readers_345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수와영이
추천 : 1
조회수 : 28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2/10 23: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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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협의실 창으로 햇살이 가득 들어왔다. 여자의 가슴은 눈이 시리도록 흰색이었다. 그것도 투명한 그런 흰색. 남자는 덜 자란 여자아이 같은 여자의 작은 젖가슴을 어루만졌다.
-아직도 고로쇠 물이 담겨 있을까?
-그럼 아무도 마신 사람이 없으니 그곳에 그냥 저장되어 있겠지.
아무도 마신 사람이 없다는 말에 남자는 즐거워했다. 그건 여자가 온전히 자기를 향하고 있다는 말과 같은 말일 테니까.
 
-고로쇠를 두통씩이나 가득 마셨어. 수액이 전신에 퍼졌을 거야. 그때 갑자기 하얗게 눈부신 당신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다가왔어. 정말 늠름하게 보였어. 내밀하게 감추어진 것들이 하나 둘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고, 마침내 활화산처럼 당신은 불을 뿜기 시작했어. 주체할 수 없는 격정이 온 몸을 휘감고, 그렇게 밤새 하늘을 날았어. 그 밤새 눈가에, 그리고 귓가에, 마침내는 입가에서 당신이 맴돌았던 것 같아.
여자는 남자의 품에서 웅얼거렸다.
-사실 고로쇠 물은 맛이 없었어. 그래서 모두들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어 먹어. 한참 오징어를 씹었더니 턱이 다 아파.
-오징어를?
-오징어가 짭짜름하잖아. 그래야 고로쇠 물을 더 많이 들이키게 되거든.
남자가 여자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입으로 여자의 가슴을 헤집었다.
-맛있군. 정말 맛있어.
 
남자의 행위는 여자로 하여금 몸을 틀며 가는 숨을 토해내게 했다.
협의실 창밖 도로에서 자동차가 급하게 지나는 소리가 들렸다. 나른한 봄볕이 창가에서 머뭇거렸다. 창 너머 가로수가 여린 새잎을 틔우고 있었다. 아주 작은 연록색이 햇빛에 반짝거렸다. 그 여린 잎으로 생명의 물이 끊임없이 흘러들어 고인다. 고로쇠 물도 사실은 고로쇠의 여린 나뭇잎으로 가야할 것이었다. 그걸 사람들이 중간에서 가로챈 것이다. 그러니 결국 고로쇠 잎으로 가야할 물이 지금 여자의 작은 젖가슴 속에 담겨 있는 것이다.
-이곳에 장물이 담긴 거로구만.
-장물?
여자가 의아하게 되물었다. 그러다 작은 소리로 웃었다
 -맞아. 그러고 보니 장물인 것 같기도 하네. 그럼 내가 장물아비? 아니지 장물 어미인 셈이네. 아이 재미있어.
 
남자는 젖가슴뿐만 아니라 여자의 전부를 탐닉했고, 여자는 몇 번 몸을 뒤틀다 마침내 남자를 뒤로 받았다. 협의실이라는 작은 공간은 색다른 흥미를 가져다주는 것 같았다. 통로에 누군가가 지날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 협의실 문을 누군가가 들어오려고 밀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불안감보다는 오히려 둘을 더욱 짜릿하게 했다. 여자의 작은 몸 끝에서  유두가 바닥을 내려다보며 일렁거렸다. 여자는 쾌감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며 눈을 감았다. 가는 숨소리가 연신 입술을 비집고 새어 나왔다.
그럴수록 남자는 여자에게 몰두했다. 그들은 정해진 궤도를 폭주하는 기차처럼 앞으로 내달았다. 한참을 달리고 나서야 기차는 경적을 토해내며 쏟아지는 봄볕을 뚫고 멈추어 섰다. 얼굴이 발그레해진 여자가 몸을 돌려 남자를 세심하게 갈무리하며 말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 몰라.
-글쎄. 이곳 상황이 이러니까 하는 수밖에 없지. 어때 그래도 짜릿하고 멋지지 않아?
-그건 좀 그런 것 같기도 하네.
여자가 남자를 정성스럽게 쓰다듬으며 옷매무새를 고쳐주었다. 그리고는 재빠르게 서류 뭉치를 챙겨들었다.
-먼저 나갈 테니 잠시 후에 나와요.
여자가 살짝 눈을 흘기며 말했고 남자는 그런 여자의 귓불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가 협의실을 빠져나가자 남자는 혼자 협의실 소파에 몸을 묻었다. 그리고는 조금 전의 일들을 되짚어 보았다. 반쯤은 공개된 공간에서 사랑을 나누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늘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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