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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거나 뻔한 이야기(24) / 아쉬운 사람이 우물파기
게시물ID : readers_345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수와영이
추천 : 1
조회수 : 39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2/23 23: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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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사무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산도 어느새 온통 연록 색으로 가득했다. 텔레비전에서는 연일 전국의 꽃소식을 전하기에 바빴다.
-이 멋진 계절에 사무실에 처박혀 있어야 하는 신세가 참 처량하네요.
-그럼 처박혀 있지 말고 나가지 그래?
-? , .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저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젊은 교사가 멋쩍은 웃음을 얼굴 가득 떠올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 하기는 이런 멋진 계절에 그저 사무실에만 있다는 건 좀 그렇기도 하지. 남자는 창가에 서서 나른한 봄볕을 가득 받으며 커피를 홀짝였다. 그때 마침 여자가 사무실로 들어서다가 창가의 남자를 보고 곧장 남자에게도 다가갔다.
-창가에서 햇살을 가득 받고 서 계시는 걸 보니 마치 신의 은총을 가득 받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
-창밖에 햇살이 참 곱게 퍼져 있어서 잘 어울려요.
여자는 사무실에서는 남자에게 반드시 경어를 사용했다.
-신이 강림하셨나?
 
젊은 교사가 한 마디 거든다. 여자는 활짝 웃으며 그런지도 모르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젊은 교사는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뜨악한 시선으로 여자를 바라보지만, 여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남자를 올려다보며 그의 외모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건 누가 봐도 그저 지나치며 하는 말이 아니라 정감이 가득한 말이었다. 정말이지 특별한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나 할 수 있는 그런 말. 말하자면 오늘 옷은 참 잘 어울려요. 밝은 색상이 봄볕을 받아 참 잘 어울려요. 넥타이가 너무 세련되었어요. 등등. 가끔은 흐흥 하는 콧소리를 섞어가며 여자는 남자에 대해 열심이었다. 여자의 화사한 말 위로 봄볕이 가득 쏟아졌다.
 
-오늘 회식이 있다면서요?
-모두 수고했으니 서로 위로를 좀 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 모두들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 너무 애들을 썼잖아. 그래서 파이팅을 좀 하자는 거지. 그러고 보면 모두들 참 대견해. 각자의 사정에 따라서는 별로 내켜할 것 같지 않은 사람도 있을 법 한데도 불구하고 모두들 하나같이 열심이야. 고맙지. 그럼, 고맙고말고.
남자는 창밖을 내다보며 혼잣말처럼 이야기했다. 남자의 목소리 톤은 저음이었다. 낮게 깔린 중저음. 그 위로 경상도 억양이 살짝 올려졌다. 여자는 그런 남자의 목소리를 참 멋있다고 했다.
-당신 목소리는 참 멋져. 적당한 중저음이 경상도 사투리와 잘 버무려져서 특이한 질감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
남자가 커피 잔을 들고 자리로 돌아가자 여자는 남자에게 서류를 내 밀었다.
 
-계획서예요. 어제부터 이걸 마무리 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한번 검토해 주세요.
-수고했구랴. 언제 보낼 거지?
-내일까지는 발송해야 돼요.
-그래? 저녁에는 회식이 있으니까 지금 부지런히 봐야겠네.
-너무 혼내지 말아요. 정말 열심히 했단 말이에요.
-기대를 가지고 보리다.
-잘 부탁합니다.
여자는 남자를 흘깃 건네다 보며 협의실로 향했다. 남자는 여자가 건네준 계획서를 들여다보며 이곳저곳을 수정했다. 수정을 모두 마치고 나니 손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남자는 순간 생각에 잠겼다. 이걸 모두 고치라고 해야 하나 그저 슬그머니 모른 척 해야 하나. 결국 남자는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 업무를 명확히 하는 데는 여러모로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협의실로 여자가 준 계획서를 가지고 갔다. 여자는 혼자 협의실에서 자료를 챙기고 있었다. 남자가 들어서자 여자가 환하게 웃으며 반색을 했다.
 
-벌써 다 읽었어요? 역시 대단해요.
-그런데 고쳐야 할 곳들이 많던데 어쩌지?
그러면서 남자가 여자를 뒤에서 안았다. 작은 체구가 남자의 품으로 빨려들었다.
-당신이 좀 고쳐주시면 안 될까? -내가?
-그럼, 당신이. 내가 고치려면 오늘 밤을 다 새야할 거야. 그러면 저녁 회식 자리는 엄두도 못 내지. 그건 당신도 싫어하지 않을까? 그런데 당신이 하면 금방 하잖아.
-그런가? 이젠 일을 아예 맡기는 군. 누가 상사인지 원. 어떻든 저녁 회식 때문에 하는 수 없군.
-아쉬운 사람이 우물 파는 거 아니겠어?
-이건 또 뭔 소리. 누가 아쉬운데.
-아마도 당신일걸.
 
남자는 여자의 가슴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작고 아담한 젖가슴이 손으로 빨려들었다.
-어허, 왜 이러시나. 남들이 보면 어쩌려구.
-누가 봐. 여기는 늘 아무도 없는 곳인데.
-오후에는 사람들이 수시로 들어온다니까.
남자는 여자의 유두를 살짝 손가락으로 비틀고는 여자를 놓아주었다. 바로 그때 협의실 문이 열리며 젊은 교사들이 여럿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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