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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소설]사랑은 나를 위해 하는 것
게시물ID : lovestory_895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절씨구베이베
추천 : 1
조회수 : 35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3/02 17: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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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자존감 소설]사랑은 나를 위해 하는 것

노인과 요나는 외로움의 도시에 도착했다. 노인은 지친 여행길을 쉬어가려는 듯 나무 밑 벤치에 앉았다. 요나도 노인 옆에 앉았고, 말없이 길을 거니는 사람들을 보았다. 마을 사람들은 낯선 두 사람의 방문을 경계하는 듯 곁눈질로 노인과 요나를 보며 지나갔다. 먼발치에서 두 사람을 관찰하는 사람도 있었고, 창문 넘어서 훔쳐보듯 눈만 내놓은 사람도 있었다. 요나는 사람들의 경계가 불편한지 노인에게 물었다.

요나 : 선생님, 이곳 사람들은 유달리 저희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왜 저희를 불편하게 보는 걸까요?

노인 : 새로운 건 언제나 두려운 법이라네.

요나 : 하지만 환영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상한 눈으로 보는 건 조금 그렇지 않습니까?

노인 : 이 마을 사람들에겐 우리를 경계할 권리가 있네. 낯선 사람들을 꼭 환영해야 한다는 법률은 없어. 환영을 하는 것도 저들의 권리이고, 경계하는 것도 저들의 권리이네. 우리는 우리 가던 길을 편안하게 가면 되는 일 아닌가.

요나 : 하긴, 이 마을 사람들이 저희를 환영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요.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경계하는 심리는 무엇 때문인가요?

노인 : 사랑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야.

요나 : 사랑을 두려워한다고요?

노인 : 그렇다네. 사랑이란 무언가를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이지. 그리고 사랑은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끈이라네. 내가 어떤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다면 그를 사랑해야 하고, 무언가를 갖고 싶다면 그것을 사랑해야 하고, 무엇을 이루고 싶다면 그 일을 사랑해야 하지. 사랑하지 않는다면 끈은 끊어지고 아무리 노력해도 잡을 수 없다네. 하지만 관계를 맺을지 고민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사랑보다는 두려움으로 간을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이 마을 사람들은 우리와 가까워질지 말지를 고민하는 거야.

요나 : 그런데 선생님은 어떻게 이런 이치를 다 아십니까?

노인 : 그냥 살다보니 알게 되더구먼. 사실 먼저 하늘나라로 간 아내 덕분이야.

요나 : 사모님께서 좋은 분이셨던 것 같습니다.

노인 : 아니, 정 반대였어. 악처 중에 악처였지. 

요나 : 예?

노인 : 악처 중에 악처였어. 살다보니 총각으로 늙어죽기는 싫더구먼. 그래서 아무나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나도 남들 다 하는 결혼을 해보기로 마음먹었지. 그런데 하필 고른 사람이 얼마나 성격이 괴팍한 사람이었는지 아는가? 조금만 자기 비위를 건드려도 소리를 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히스테리를 부리던 사람이었다니까. 처음에는 그 사람을 뜯어 고치려 무진 애를 썼다네. 하지만 어떤 노력을 해도 협박을 해도 통하지 않던 사람이었어.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네. 하지만 아이들 엄마기에 고마운 마음도 있었고, 그래서 이혼하지는 싫었지. 이혼하지도 못하고 함께 살기에는 지옥이었어. 그러다 내가 죽겠다 싶었지. 그래서 전략을 바꾸기로 했네. 이혼하지 않고 살려면 내가 편한 쪽으로 살기로 말이야. 

요나 : 그리고 어떻게 하셨습니까?

노인 : 사랑하기로 했지. 괴팍했던 모습마저 말이야. 화를 내는 모습도 예뻐하기로 마음먹고, 잔소리 하는 모습도 좋아하기로 마음먹었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힘들어 살 수가 없었거든. 그런데 사랑하기로 마음먹으니 그 사람이 왜 화를 냈는지, 왜 그렇게 나에게 불만이 많았는지 조금씩 보이더구먼. 그리고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 아니겠나. 아내를 바꾸려는 욕구를 포기하고, 싫었던 그 모습도 사랑하려 결심했을 때 알게 되었지. 사랑만이 관계를 이어주는 끈이라는 걸 말이야.

요나 : 그래서 사모님은 부드럽게 변하셨나요?

노인 : 아니, 죽는 날까지 거친 모습은 변하지 않았어. 하지만 그 모습을 느끼는 내 마음이 달라졌지. 큰 미움을 사랑으로 바꾸니 내가 편해지고, 작은 미움을 예쁘게 바라보니 생활이 편해지더군. 싫었던 모습 모두를 사랑하게 되니 내 마음 속에서 미움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 아니겠나. 아내는 죽는 날까지 그대로였어. 하지만 아내의 모든 걸 사랑하니 내 삶은 완벽하게 달라졌다네.

요나 : 사모님은 행복하셨겠습니다.

노인 : 그 사람이 행복했는지는 모르겠네. 하지만 그 사람과 사는 나는 행복했지. 사랑은 남 좋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네. 내가 좋으라고 하는 거야. 난 아내를 위해서 사랑한 게 아니라네. 함께 살아야 한다면 최소한 나는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아내를 사랑한 거야. 그뿐이네.

요나 : 하지만 배우자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힘들게 살 수밖에 없지 않을 까요? 예를 들어 주정을 부리는 행동 같은 거요.

노인 : 주정 부리는 사람을 꼭 미워해야 한다는 법률이라도 있는가?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네. 타인의 어떤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는 건 모두 나의 권리야. 그래서 어떤 사람은 주정을 두려워할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귀엽게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긍휼하게 볼 수도 있지. 모두 각자의 권리라네. 따라서 관계란 언제나 나의 권리가 결정하는 것이라네. 내가 주정을 두려워한다면 그는 나에게 두려운 사람이고, 귀여워한다면 그는 나에게 귀여운 사람이고, 긍휼하게 본다면 그는 나에게 불쌍한 사람이야. 그가 어떤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는 나에게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라네.

노인과 요나의 대화를 흥미롭게 듣던 한 여인이 있었다. 여인은 조심스레 노인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말문을 열었다.

여인 : 어르신은 누구시기에 그리 자애로우십니까? 그리고 저희 부부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겠습니까?

노인 : 사람들은 날 깨달은 사람이라 부르더구먼. 그래, 어떤 사연이 있기에 행복하지 못하다 말하는가?
출처 내 블로그
https://blog.naver.com/addictherapy/221833878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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