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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천사vs악마
게시물ID : panic_1011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월향_fullmoon
추천 : 3
조회수 : 121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3/02 20: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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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vs악마
 
 
글 : 월향
 
 
 

이 세상에는 가끔 자신의 존재를 혼동하는 것들이 있다.
 

#1
 

그것은 순간이었다. 모두 무어라 설명하지 못했다.
 

[지구는 천사 혹은 악마로 이루어져있다. 일주일 내에 악마를 모두 죽인다면 지구는 아름다운 유토피아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지옥으로 만들어주마.]
 

사람들의 sns를 통해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우리한테 그런 메시지를 준 건 누구지? 정말 신이 있다는 것일까? 여자인지 남자인지 조차 감이 안 와.’
신이 아니라 우리를 천사나 악마로 만든 창조자 아닐까?’
어쨌거나 내가 천사일지도 모른다니 너무 멋지지 않아?’
? 당장 일주일 뒤에 악마를 다 죽이지 못하면 지옥이 펼쳐질 텐데. 태평하다 너희들.’
 

혼란의 시기가 무르익을 무렵, 각국의 대표들과 평화를 상징하는 수많은 기관들이 모였다. 악마를 어떻게 판별해야 할지, 그리고 악마라고 해도 감히 자신들이 죽여도 되는 것인지 많은 갑론을박이 있었으나 결국 결론은 하나로 모아졌다. 살인자들을 모두 사형시키는 것이었다.
 

#2
 

지구의 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들은 후진국이라 부르는 나라들에 온갖 지원을 하며 미제사건으로 끝난 살인의 살인자까지 모두 죽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자 인식이 이루어졌다.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너희들이 죽인 것들 사이에는 천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내 너희를 아끼니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일주일 내에 악마를 모두 죽여라.]
 

사람들은 또 다시 고뇌에 빠졌다. 일주일 동안에는 살인마를 사형시킨 것을 제외하곤 단 한 건의 살인사건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인자중에 천사가 있었다니.
그렇구나. 그랬다. 모든 살인자들이 단순 살인을 행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연인을 강간한 성 범죄자를 죽인 살인자였고, 누군가는 자신의 자녀를 죽인 살인자를 살인한 살인자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유가 있다면 살인을 저질러도 천사인 것인가. 그렇다면 자신도 원한을 가진 사람을 죽여도 되는 걸까. 결국 신이 내린 일주일이란 시간동안 살인은 비일비재했다. 각종 범죄자를 향한 살인, 원한을 가진 사람을 향한 살인, 자신을 악마라 칭하며 이유 없는 살인까지. 각 나라의 정부들은 어쩔 줄 몰라 각 종교의 지도자에게 신의 뜻을 돌려 달라 간청하는 지경이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흘렀다.
 

#3
 

다시 한 번 인식이 이루어졌다.
 

[이번엔 꽤나 많은 숫자의 악마가 죽었지만 역시나 전부 죽이진 못했구나. 오히려 악마들이 판을 쳐 많은 천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괜찮다. 천사들은 결국 내게로 오게 되어 있으니.]
 

신이라 추정되는 자의 인식이 길어지자 많은 사람들이 신에게 인식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 중 몇몇의 인식을 신이 허용했다.
 

[이제 저희는 모두 죽는 건가요? 아니면 지구는 이대로 지옥이 되는 건가요?]
 

[내 악마들은 모두 용서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옥에 보낼 것이다. 그리고 천사들은 그대로 지구에서 유토피아를 즐기도록 두려 한다. 내 너희를 너무 아끼는 탓이다.]
 

[존경하는 신님. 악마는 어떻게 해야 가려낼 수 있는 건가요.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실 수 없으실까요?]
 

[악마들 사이에 있으니 시야가 흐려지나 보구나. 천사들은 악마를 알아보는 법이지.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을 주고 그들을 죽이지 못한다. 이번에 악마를 죽인 것 역시 악마들이 아니었나? 천사들은 내가 심어놓은 본능을 제외하곤 일주일동안 악마를 죽인 기록이 없다.]
 

사람들은 모두 인식이 이루어지는 동시에 의문으로 가득했다. 천사가 악마를 죽인 기록이 없다니?
 

[멍멍! 멍멍멍멍 크르릉 멍멍]
 

[그건 허락할 수 없다. 네가 아무리 사랑하는 인간이라 해도 악마를 너와 함께 지구에서 살도록 할 수는 없다. 더 이상 지구가 견디지 못할 상태가 되지 않았느냐.]
 

이게 뭐지?
 

[...]
 

[그래, 너희들에겐 잘 된 일이겠구나. 나도 너희들이 모은 꿀을 먹어보고 싶은데 나중에 한 번 가져와 줄 수 있겠니?]
 

[잠깐만, 잠깐만 무슨 말씀이세요. 저건 다 뭐야... 우리들한테만 인식이 이루어졌던 거 아니었어요?]
 

[너희, 아니 인간들아. 인간들은 정말 자신만을 생각하는 구나. 너희들은 지구에 어떤 천사들이 사는지 아직도 다 알지 못하면서 내가 너희들에게만 말을 건넸다고 생각했느냐? 그래. 너희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내가 잘못이구나. 혹여나 너희들이 천사들을 알아보고 속죄할 것이라 기대했던 내가 무지했구나. 애초에 천사들은 악마를 죽이지 않는다. 그리고 천사든 악마든 그것은 내가 너희에게 부여하는 정체성이 아닌 너희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간 것이지. 이제 이런 대화도 그만해야겠구나. 나를 찾아오는 천사들을 맞아줘야겠어.
 

그리고 잠시 뒤 지구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아름다운 유토피아에 남은 인간은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아기들뿐이었다.
 

.
.
.
 

이 세상에는 가끔 자신의 존재를 혼동하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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