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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썰) 조병장님이 생각났다
게시물ID : humordata_18566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유
추천 : 3
조회수 : 193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0/03/23 00:03:40
어제는 군대 동기들과 찐한 술자리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술을 잘 못하는 사람으로써 군대 동기들과의 술자리는 긴장의 끝을 놓치면 절대 안되었다. 
술잔을 비웠으면 채워야했고, 부딪혔으면 먹어야만 하는것이 동기들의 논리. 싫지만은 않았다. 
단지 내가 그 스피드를 따라갔다간 감당하지 못 할 일이였기에 쉴새 없이 떠드는 수밖에 없었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던데.. 정정해야 할것 같았다. "남자던 여자던 셋만 모이면 접시는 깨질수 밖에 없는 운명" 이라고....

군대를 다녀온지 그래도 9년이나 지났지만, 그때 일은 나름 생생하다. 당연하지만 군대 동기들과 술자리는 기승전'군대'다. 
뭘해도 끝은 군대이야기로.. 했던얘기를 곱씹는 순간순간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간다.

샤워랑은 거리가 멀어서 냄새 때문에 정~~~~~~말 싫었던 순천출신 장xx.
지가 최곤줄 알고 허세부리기로 가득찼던 광주출신 김xx.
입냄새때문에 10초 이상 대화하기 싫었던 보급관...

얘기 하자면 한도 끝도 없었다. 군대 이야기를 오가면서 항상 드는 의문. '우리는 왜 욕만 하는가' 이다. 물론 힘드니까..당연 할수 밖에 없지. 
좋았던 기억보단 힘들고 힘들며 힘든기억뿐이 없으니까. 그렇기에 다른쪽으로 주제를 넘겨보았다.

"야 니네들은 좋았던 사람없어? 선임이던 후임이던 간부던"
라는 말과 함께 동기들은 각각 한두명의 그나마 좋았던(?) 사람들의 얘기를 했다. 동기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내 얘기를 할차례. 나는 '그'가 갑자기 기억이 났다.

'그'는 나보다 1년 선임이였다. 아주 좋은 유대관계를 꾸리고 있었는지 선임 후임 간부할것 없이 모두가 그를 좋아했다. 이유는 딱히 없어보였다. 그냥 시간흐름의 따른 자연스러운 지들끼리 편먹는 그런 느낌이였기에 나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친해지겠지~ 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우러러 볼수 있는 존재도 아니였고, 같은 생활관에서 마주칠 일도 거의 없었기에 그냥 같은 부대 선/후임이라는것만 존재 했었다. '그'도 나를 그저 그런후임, 나도 '그'를 그저 그런선임으로 생각했다.

내가 다니던 그 시절 그 군대는 '셀방'이 존재 했다. 셀방? 이란.. '셀프빨래방'의 줄임말이다. 군대가 참 좋아져서 유료/무료 세탁기가 존재했다. 건조까지 다되는 드럼세탁기 가 있으니.. 참 대단했던 공간이였다.

그 셀방엔 게임기계도 존재했었다. 그 게임은 철권! 사회에선 500원넣고 하는 게임이지만 이곳에선 단돈 200원이라 정말 많은 인기를 이 끌었다. 
흔히 말하는 짬(?)찌 들은 구경만이 존재했고.. 그나마 군생활 좀 했다는 약 1년차들만 주구장창 그 게임기계에서 흐르지않는 군생활을 맡기곤 했다. 

그렇기에 여러 싸움도 많이 났었다. 뭐 순서를 지키지 않았냐는둥, 게임을 비겁하게 한다는둥.. 참 나이먹고 저러고 싶나 했지만.. 나도 그리고 그들도 태생적으로 '남자'이기에 더욱 더 그러지 않았나 싶었다.

이러던 도중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후임과 선임의 주먹다짐이 오갈것 같은 식은땀나는 분위기였다. 아마도 무슨 일이 있었겠지 했는데.. 
원인은 바로 다름아닌 후임 비겁한 플레이(?)로 선임이 매우 화가나 후임을 밀쳤던것.

후임도 순간 화가났는지 바락바락 대들었고, 주변의 있던 선임들이 후임을 가로막으며 있는욕 없는욕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군대에선 하극상이 매우 엄격하게 지켜졌다. 명령체계가 필수인 군대에서 하극상은 용서 할수 없는법.. 그렇기에 더럽고 치사한곳이 '군대'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엄청 난 욕을 먹던 후임은 너무 억울했는지 주먹을 바르르떨며 주옥같은 눈물을 흘렸다.

안타까웠다.. 진짜 군대 조금 빨리 왔다는 이유로 저렇게 심한 욕을 먹다니.. 하지만 어쩔수없었다. '꼬우면 선임하던가' 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더러우면 빨리 왔어야하는데 그게 아니니 참 ..

몇분이 지났을까? '그' 가 지나가는 도중에 그 광경을 목격. 무슨일이냐고 하자 가해자(?)인 선임이 설명을 해주었다.

"조병장님 이새끼가 저한테 개겼습니다"
"왜? 뭐때문에"
"아니 겜하다 빡치게 하잖습니까. 그래서 살짝 밀었더니 선임이고 뭐고 .. 하 개어이없네"
"?? 게임하다 뭘 빡치게 했는데"
"비겁하게 얌샘이를 쓰는거 아닙니까. 적당히 하라고해도 끝까지 하잖습니까"
"병신아 너도 얌샘이 쓰면 되는거아니야"
"아 전 한지 얼마 안됬는데 말입니다..."
"너 같이 얌샘이 당하는 애들은 이유가 없어. 왜? 알려고 하지 않아서야. 이유가 없어. 그냥 쳐맞아야해 너는.
그렇게 쳐맞기 싫으면 이유를 알려고 노력해야지 엄한애 밀고 잘났다고 나한테 말하냐?
"........"

틀린말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기에 주변 사람들도 정말 조용~한 정적만이 흘렀다.

내게 일어난일도 아니였고, 그저 주변에서 보기만 했던 내 목격담은 그야말로.. 히어로물을 본것 같았다. 
드라마에서 볼법한? 아주 그런 오글거리는 상황은 아니였지만 쉽게 일어나지 않을 일은 분명했다.

참 멋졌다 '그'가. '그'가 전역할때까지 나는 '그'와 조우를 많이 하진 않았으나.. 저 사람은 참 멋진 사람이구나. 뭘해도 되겠구나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는데 '그'는 가수가 되어있다. 신기했다. 저렇게 말했던 '그' 가 가수가 되어있다니. 
sns에서 셀럽이 되있는 그에게 혹시나 말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나라는 존재를 기억할까나 싶어 그냥 보는둥 마는둥 했다.

훗날 만날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그리곤 말하고 싶다.



"조병장님. 역시나 멋지십니다!!"
출처 2011년 강원도 철원 셀프빨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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