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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이란 참으로 흥미로운 날입니다.
게시물ID : panic_1012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영혼의노래
추천 : 4
조회수 : 164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4/01 13: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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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거짓말이 허용된다.
평소에 죄악이라고 여겨왔던 것이 미덕으로 여겨진다.

이 간단한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은 마음의 빗장을 풀어버립니다.
쇠사슬로 꽁꽁 싸매고 자물쇠를 곳곳에 달고, 그럼에도 안심이 되지 않아서 견고한 금고와 빗장으로 닫아버린 마음을 조심스레 열게 되는 것이지요. 
아무리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그것에는 근원이 있다는 것조차도 깨닫지 못한 채. 
다만 마음이 편해지고 싶어서 그렇게 각색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유혹이란 버티기 힘든 것임은 자명합니다. 저 역시 위처럼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거짓말을 하려고 글을 쓰고 있으니까요.

이건 제가 최근에 겪은 일입니다. 
요새 이슈거리가 하나 있죠. 

코로나.

이 지구가 사람을 엿먹이기 위해서 만든 작품은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가고 있고, 아직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집 안에 꼼짝없이 틀어박힐 수 밖에 없었죠. 
식량도 있고, 재난을 대비한 물품들도 있었습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즐길 거리가 없다는 것이죠.
평소에 밖에 나가서 활발하게 노는걸 좋아하는 저로서는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었습니다.
교도소에서 독방으로 이동하면 이런 기분이 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요.

고가의 낚시대도 쓸모가 없었고, 외국에서 주문해서 들여온 텐트도, 꽤나 비싼 값을 주고 산 공구들도 전부!
전부 쓸모가 없게 되었습니다.
기분이라도 내려고 집 안에서 텐트를 펴보았지만 뭐...
겨울에 방한텐트 안에서 자는 거랑 별 차이가 없더군요.
불이라도 피우면 좀 낫겠지만, 집 안에서 그걸 피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하루하루 정신적으로 죽어가고 있는 와중, 그저께였던가?
벽이 저에게 말을 걸더군요.
아, 저를 정신이상자처럼 보지 말아주세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잊지 말라구요.

어쨌든 저에게 말했습니다.

"대체 무슨 짓을 하는거야."

사실 저에게 불평할만도 했어요.
너무 할 게 없어서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좀 하려고 했거든요.
저는 인테리어의 기본은 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어두운 색의 벽지를 바르면 차분한 느낌이 들고, 밝은 색의 벽지를 바르면 활발하게 변합니다. 
여러분도 공감할 수 있지 않습니까?
파란색 벽지를 바른 방과 아이보리색 벽지를 바른 방, 하얀 벽지를 바른 방은 들어가면 공기부터가 달라져요. 
그래서 저는 기존의 벽지를 다 뜯어내고 창고에 처박아두었던 다른 벽지를 꺼내서 바르기로 마음먹었죠. 

그런데 오..이런.
벽지를 뜯어보니까 벽면이 평평하지가 않았습니다.
금이 쩍쩍 가 있었고, 튀어나오고 패여있었고...하여튼 최악이었습니다.
하지만 뭐...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사람이 어떻게 완벽하겠습니까?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늦게 마르는 쪽이 있고, 빨리 마르는 쪽이 있는 법이죠. 수분이라는 것이 제 컨트롤대로 되지는 않으니까요.
제가 프로도 아니고 그냥 DIY를 즐기는 아마추어니까 이 정도는 감안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그 거슬리는 부분들을 전부 밖으로 빼냈습니다. 빼내고 나니까 여러가지가 거슬리더군요.
냄새도 좋지 않고 크게 구멍도 뚫려있고...
별로 좋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구해온 재료를 생각해보면 큰 오차 없이 메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때 조금 기분이 좋았습니다.
여러분도 USB를 한번에 꽂는다던가, 목공으로 뭐 만들때 완벽하게 딱 들어맞으면 기분 좋잖아요?

재료를 이용해서 벽을 보수하다보니 제 귀에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대체 무슨 짓을 하는거야."

물론 저 말이 끝은 아니었습니다.

"당장 그만둬!"

하하, 제 지하실 벽이 좀 보수적이긴 합니다. 여러번 보수를 하다보니까 보수적으로 변해서 변화를 좀 싫어하게 되었죠.
...이런. 죄송합니다. 아저씨의 본능이 그만. 하하하.

"그만두라고! 내 말 안들려?!"

혼자 집 안에서 외톨이로 오랫동안 있었던 입장이라 목소리가 좀 달갑게 느껴지긴 했지만...
좀 시끄럽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구들을 이용해서 빠르게 벽을 보수했지요. 아주 매끄럽게 시멘트를 바르고 나니 목소리도 멈추더군요. 
제 풀에 지친건지, 아니면 생각보다 예쁘게 보수된 것에 만족한 건지...

아, 그리고 어떻게 됐냐구요?
아니 뭐...시멘트 마르기 기다린다음에 벽지를 발랐습니다.
덕분에 제 지하실은 아늑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악취도 안나고, 기분나쁜 모양으로 피었던 곰팡이가 있던 벽지도 바꿨고.
하하하.

뭐...이상으로 제 거짓말을 마치겠습니다.
아, 거짓말이 몇개냐구요?

딱 한 줄.
한 줄만 거짓말이에요.
출처 내 머릿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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