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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필 무렵의 운수 좋은 날
게시물ID : humordata_18610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거대호박
추천 : 14
조회수 : 2380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20/04/24 19: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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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 머리속엔 이거 없지?

이번에도 교수가 과제를 몰아놨을 것이다.
바짝바짝 내 멘탈을 터트리느라고 그랬음에 틀림 없을 것이다.
고놈의 교수가 요새로 들어서 왜 나를 못 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릉 거리는지 모른다.

나흘 전 연구실 건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교수가 연구를 하러 왔으면 왔지 남 공부하는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가지고 등뒤로 살며시 와서

"얘! 너 혼자만 공부하니?"

하고 긴치않는 수작을 하는 것이다.

저번주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체만척체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로 갑작스레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항차 교수가 남 공부하는 놈 보구....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듸?"

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

"너 공부하기 좋니?"

또는

"논문 쓸때나 되거든 하지 벌써 공부를 하니?"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댄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 교수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ㅣ. 게다가 조금 뒤에는 제 연구실을 할금할금 돌아보더니
책장을 뒤적거리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골랐는지 더운 김이 홱 끼치는 굵은 책 세권이 손에 뿌듯이 쥐였다ㅣ.

"느 머리속엔 이거 없지?"

하고 생색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다른 제자들이 알면은
큰일날테니 여기서 얼른 읽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너 이 책이 인사이트풀 하단다."

"난 책 안읽는다. 너나 읽어라."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일하던 손으로 그 책을 도로 어깨 너머로 쑥 밀어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때에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우리가 이 동네에 들어온 것은 근 삼년째 되어오지만
여태껏 교수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책을 다시 집어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연구실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것이다.

출처 https://twitter.com/otome_plug_in/status/1253207368050937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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