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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약하고 가난하고 유리멘탈인 분들께 이얘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게시물ID : gomin_17809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씁쓸하구만
추천 : 12
조회수 : 88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0/06/13 0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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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저는 초등학교 시절까지 시궁창에서 자랐습니다.
사돈의 팔촌까지 그 누구도 잘사는 사람이 없던 찢어지게 가난한 가문에
심지어 외할머니와 친할머니가 둘 다 첩이셔서 부모님 두 분 다 차별에서 오는 깊은 상처가 있었습니다. 그게 제게 그대로 전염되었구요.
20여년 만에 제가 살던 동네인 성뒷마을(방배3동에 있는 아무도 모르는 판자촌)에 가서 친구들을 만났는데 
다섯명 친구 중에 셋이 교도소에 있더군요. 어떤 녀석은 도둑질이 점점 커져서 사람까지 죽였더라구요.
어린 시절 이야기는 따로 쓰지 않을께요. 너무 어둡고 무거워 읽는 분들도 벅차실겁니다.
그런데 그 교도소 간 친구들 얘기 들으면서 솔직히 어떤 해방감 같은 것 느꼈습니다.
"나는 이제 생존했구나... 가난의 저주와 늪에 빠져 질식사하지 않고 이제는 살았구나"하는 짜릿함이었습니다.
섯부른 조언이나 무슨 자기개발로 으샤으샤 하자고 쓴 글은 아니예요. 오히려 제 배경을 솔직히 적은 것은 
적어도 제가 여기서 힘들어 하시는 분들의 상황을 이해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서입니다.

드리고 싶은 말은 단순합니다.
최선을 다하고도 결과를 기대하지 마세요.

자존감도 자신감도 성공이 뭔지도 전혀 모르는 어둠에 찌들어 있을 때의 최선은 
절대 주변을 만족 시킬 수가 없어요. 주변의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거예요.
침대에 누워 일어나는 것 조차 무섭고 괴로운 사람은 눈부심을 참고 아침에 창문을 여는 것이, 
그리고 신선한 공기 들이마시는 것이 그날의 최선입니다.
의지가 약해서 뭐하나 이루지 못하고 시간만 축내다 나이만 먹었다 생각되는 분은 밤 새기를 멈추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바깥에 나가 산책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 때의 최선은 자기 목표를 이루고 기뻐하는 자기 만족이 보답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절대 작은 보답이 아닙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최선을 매일 매일 한 발짝 씩만 위로 올리면 됩니다. 너무 빨리 올려서 다시 무너지지 않게요.

하지만 항상 한계까지는 가야 합니다. 대충하면 안됩니다. 그 날의 자기수준의 최선은 다해야 합니다.
가족과 대화도 최선을 다해서, 알바도 최선을 다해서, 밥 먹는 것도, 양치도, 설겆이도 꼼꼼히 최선을 다해서 말입니다.
내가 맞닥뜨리는 모든 상황에 감각을 세우고 느끼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냥 대충 주마간산으로 넘기지 말고...

이러다보면 어느새 어떤 종류의 최선은 사회통념의 노력 평균값을 넘어 버리기도 합니다.
그런 최선은 기대해도 됩니다. 내 노력이 (그 어떤 종류의 것이라도) 어떤 사람들에게 '의미'가 되어 현실에서 반응이 생기면
그 최선을 어느 방향으로 끌고가야 할지 자연히 알게 될 겁니다. '피드백'이라는 강력한 자기경영 도구가 작동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저는 튼튼해지고 비범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사람들의 찬사 속에 있을 때 보다
냄새 나는 시궁창에서 빠져 나와 더 이상 주눅들지 않고 사는 서민이 됐을 때가 훨씬 기뻤습니다.

모두 다 명예롭고 부유해지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큰 노력을 해도 결과가 없기도 하고 작은 노력에 예기치 않는 결실이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선의 노력이 쌓이면 더이상 살아온 길을 후회하고 과거에 내 정신이 머물러 있지 않게 됩니다.
우리의 영혼을 실제로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실제로 물리적으로 빠져있는 내 신세가 아닙니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내 눈'이 나를 향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 지가 불행의 척도입니다. 따라서 어둠에서 빠져 나오는 것은
'내 눈'이 너그러이 날 볼 수 있는 칭찬거리를 조금씩 쌓아가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남의 눈'이 아니라 '내 눈'입니다.
사람들의 칭찬,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힘들거예요. 
하지만 제가 이 부분은 장담합니다. 자기를 너그러이 볼 수 있게 되면 결과에 대한 기대가 정말 많이 줄어들겁니다.

한국의 놀라운 위상과 정치적 문화적 성공이라는 국뽕에 취해 있다가도
한편으로 지옥과 같은 빙하기로 얼어 붙은 경제와 한 두사람의 영웅적 정치인으로서는 바꿀 수 없는 심각한
사회 시스템의 불평등이 소위 '경쟁 탈락자'들을 무더기로 양산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나 무겁습니다.
IMF에는 최소한 무너진 사람들을 애도하고 안타까워 하기라도 했는데, 이제는 매체들 조차도 외면하고 서서히 존재마저
잊혀져 가는 것 같아 씁쓸해집니다.

아무도 신경써주거나 챙겨주지 않을 때, 나 자신말고 누가 나를 챙기겠습니까...
부디 힘내시길 바랍니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한국에 살고 계신 청장년 분들께 응원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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