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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똥싸면서 아이들과 힘겨루기 한 이야기
게시물ID : humordata_18684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친구이야기
추천 : 11
조회수 : 2306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20/06/23 17:24:02
친구가 해준 이야기입니다.

친구에게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여러분이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 하나 더 청했습니다.

친구가 해준 거니까 친구의 시점으로 쓸 거예요.


친구 이야기예요.

-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간 어느 주말의 여름날이었다.

집에만 있기 심심했던 나는 그냥 산책이나 좀 다녀볼까 하고 밖에 나와 잠시 걸었다.

시골의 공기는 서울에서의 치열했던 삶을 잊게 해주었고 낮은 건물들의 오래된 가게들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익숙한 길을 걷다보니 예전에 내가 나온 초등학교로 가는 길이 나왔다.

아직도 그 운동장은 그대로일까.

혹시 그때 그 아이도 뭔가 영화처럼 지금 이 타이밍에 그 운동장에 있지 않을까.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조금 빠르게 옮겨보았다.







그때였다.






똥이 마려웠다.











여러분은 급똥이 찾아왔을 때 어떤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가.

그것은 언제 갑자기 찾아와 우리의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지 모른다.

그것은 재난이다.

그것은 자연재해이다.

보험이 되지 않지만 한 명의 인생을 언제든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호환 마마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급똥이다.







급똥에도 레벨이 있다.

이날 찾아온 그녀석의 레벨은 매우 높은 편이었다.

어떻게 그 레벨을 설명하면 좋을까.

만약 우리가 아, 화장실을 갈까 말까 하고 여유부릴 수 있는 평소때의 배변 신호를 1이라 치고,

의지와 상관없이 복통과 동시에 시바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으셈, 하면서 스타로드 아빠가 행성 처먹듯 스물스물 

지옥의 덩어리들이 지옥문을 비집고 나오는 걸 의지로 막을 수 없는 레벨을 10이라 치면






그놈은 8에서 9 언저리였다.








유년시절 다양한 경험으로 나는 삶의 지혜를 몇가지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는 급똥에 잠시나마 물리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자세이다.

나는 반사적으로 발 하나를 수직으로 세우고 엉덩이를 그곳에 걸쳐 깊숙이눌러주며 길 한복판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바들바들 떨며 숨을 참고 최대한 모든 신경을 블랙홀에 집중했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면 블랙홀을 받치고 있는 발뒷꿈치 양옆으로 따뜻한 악마의 자식들이 비집고 나올 것이다.









예림이, 급똥이 뭔지 아나.

급똥은 파도다.

복통과 평온이 번갈아가며 오고 그 길이와 강도가 점점 강하게 휘몰아쳐온다.

때문에 첫 번째 복통을 버텨냈다면 그만큼의 평온을 가져다 주고 좀 더 큰 시련이 찾아온다.

이건 쌀 때까지 반복된다.

나는 이걸 웨이브라고 부른다.












나는 첫번째 웨이브를 다년간의 경험으로 훌륭하게 이겨내고 평온을 되찾자마자 근처의 건물을 눈으로 살폈다.

화장실, 화장실을 찾아야했다.

이 개같은 시골은 공용 화장실도 안 보이고 건물도 듬성듬성있다.

눈알이 뒤집힐 것 같고 신음소리와 함께 식은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다음 웨이브를 못 버틸 수도 있다.

이건 급똥으로 고통받아온 삶으로부터 얻어진 귀중한 직감이다.

이 직감이 나를 몇 번의 길똥남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는지 모른다.

나는 이번에도 직감을 고마워하며 그냥 눈에 보이는 건물에 뛰어들어갔다.










계단을 올라가며 나는 간절히 빌었다.

화장실이 있길 제발. 그리고 그 문이 열려있길.

3층 정도 올라갔을 때 나는 두 번째 웨이브가 찾아온다는 신호를 받았고 필사의 심정으로 오른 4층에서 결국 화장실을 발견했다.








구조를 정확히 설명해주자면 일단 미술학원 입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입구를 마주보고 있는 나무문이 있었는데 화장실이라고 써있었다.

그러니까 학원에서 사용하는 화장실인데 밖에 나와야 쓸 수 있는 그런 구조였다.

나는 나무문을 부술듯이 열고 들어가 바지를 내렸다.

변기가 푸세식이었고 어린이 사이즈였지만 나에게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두 번째 웨이브가 시작되는 찰나에 나는 바지를 내렸고 다행히 변기에 쌀 수 있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했다.













그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야 누가 여기 들어갔나봐.'












어린 아이의 목소리였다.

뭐지? 학원에서 나왔나?

문 소리를 듣고 나왔나?

나는 본능적으로 문고리를 찾아 잡았고 문을 잠그려고 했으나 잠금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아무리 누르려고 해도 반응하지 않았고 문에 줄 같은 게 하나 달려있었다.

뻑킹 시골.

나는 줄을 잡고 이걸 어디에 묶어야 할지 눈으로 찾고 있었다.

그때 밖에서 문 손잡이를 잡는 게 느껴졌다.










덜컹









오, 하나님.










나는 반사적으로 한 손엔 문고리 한 손으로는 줄을 잡아 당겼다.

문 반대편에서 힘을 준 게 느껴졌다.

어린 아이들 서너명의 목소리가 들린다.

점점 앞에 모여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 문을 놓치면 나는, 나는 죽어야한다.

이 미친 악마의 자식들이 뭐가 볼게 있다고 여기 몰려와있어.








똥 싸는게 뭐가 어때서.

너넨 괄약근과 대장이 영원히 팔팔할 줄 아니?

급똥이 안 올 것 같지?

너넨 평생 집에서 좋은 변기에 앉아서 쌀 것 같지?

나쁜놈들아.

제발 나에게 이러지 마.

이러지 말아주세요.







아이들은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크 소리로 아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나는 줄을 묶을 곳을 찾지도 못한채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며 문을 당기는 미친 아이들을 힘으로 상대해야 했다.

다리를 넓게 벌리 자세에서 버티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한 손을 빼서 닦고 바지를 입을 겨를도 없었다.

나는 신음소리조차 내지않았다.

차라리 아무도 없고 문이 그냥 닫혀있는 줄 알고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비켜봐.'








여러분은 그래플러의 레벨을 어디서 측정할 수 있는지 알고있나.

단언컨데 그립이다.

그래플러는 서로 그립을 맞잡으면 레벨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거기에서 뿜어져나오는 힘과 기세는 일종의 기운이나 아우라 같은 것이다.

잡고잇는 문 손잡이 너머에서 그립을 고쳐쥐는 게 느껴졌다.

이 아이 발육이 남다르구나, 그래 네가 바로 이 미술학원의 짱이구나.

너는 프로가 될 자질을 갖추고 있구나.

히....므윽....족....쓰느윽...굿......나...악....








덜컹 덜컹.

미친듯이 문을 잡아당기던 아이는 잘 안 되는지 자세를 고쳐잡으며 계속해서 당겼다.










덜컹.

'어?'







순간 문이 손톱만큼 열렸다 닫혔다.

미친.

그 작은 틈 사이로 아이들 몇몇의 눈동자와 눈이라도 마주친 것 같았다.

문 너머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우와! 사람있다!'

'어른이다! 어른이 똥싼다!'










죽고 싶었다.










아이들은 와와 거리면서 문에 잔뜩 매달리기 시작했고 나는 이제 문고리를 놓은채로 줄을 양손으로 잡아 온몸으로 당겼다.

그냥 이대로 도망갈까.

얼굴 가리고 뛰면 되지 않을까.

아 안닦았는데.

이대로 바지를 올리고 뛰쳐나갔다가 이새끼들 뛰어오면 나는 뿌리치고 달릴 수 있을까.










나는 조인성 주먹울음하듯 팔을 물고 흐느끼며 매달렸다.

지옥같은 수치심의 시간이었다.

제발 어서 집에 가라고.

똥싸는 어른 같은 거 신기해할 시간에 그냥 집에가서 컴퓨터나 하라고.

제발 가달라고.












그때 문득 어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여기서 뭐하니?'

'선생님 여기 누가 똥싸요.'







순간 아이들이 문을 당기지 않았다.

'안에 누구 있니?'

선생님의 목소리가 문에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아까처럼 우악스럽게 잡아당기는 것이 아닌 조심스럽게 문을 열려는 시도가 느껴졌다.

나는 흐느낌을 최대한 숨기고 있었지만 그떄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반쯤 울먹이며 말했다.

살려주세요.








'네?'

나는 뭐가 그리 서러웠을까.

갑자기 터져나오는 흐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어린이 변기 위에 바지를 내리고 앉아 두 손으로 줄을 잡고 매달려 팔을 입에 물고 온몸을 들썩이며 흐느꼈다.

흐느낌 사이에 분명히 발음할 수 있을 것 같을 때 흘려말했다.

살려주세요.







선생님은 잠시 상황파악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당황한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들어가자고 했고 아이들은 왜요 누구예요 하면서 문에서 점점 멀어졌다.

멀어지면서 확인차 말을 걸어 오셨다.

'저희 들어갈게요오.'

그리고 뭔가 부자연스러운 쿵, 하고 미닫이 문 닫는 소리.












나는 한동안 그 자세로 있다가 감정을 추스르고 난 뒤 뒷처리를 하고 조용히 일어났다.

굳은 다리를 펴는 일이 어려웠지만 고통보다 수치심이 온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나는 문을 열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발소리도 내지 않기 위해 뒷꿈치를 들고 뛰었다.

아까 그 아이들 중 한 명이 나에게 똥쟁이라고 놀리며 쫓아올까봐 나는 건물을 나오자마자 전력으로 달렸다.

다시는 이동네를 찾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며 뛰고 또 뛰었다.
출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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