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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 악은 누구를 위하여 눈물을 흘리나
게시물ID : panic_1016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젤넘버나인
추천 : 5
조회수 : 97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20/07/04 19: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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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선물



싸늘한 기운이 감도는 밤거리를 쏘다니던 남자는

차디찬 길바닥에서 행인에게 구걸하는 소년과

소년의 곁에서 말동무가 되어주는 한 노인을 보았습니다.

남자는

노인의 마음에 욕정을 불러일으켰고

소년은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노인의 눈에서

친근함 이상의 무엇을 보았습니다.

또한

농가의 돼지를 판 돈으로

노름판에 낀 농부의 마음에 자신감을 불어줬고

거리에서 행인들을 유혹하는 창부들에게는

성병을 퍼트렸습니다.

그렇게

자기 일을 묵묵히 수행하던 남자는

어느새 능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았고

거리를 무겁게 짓누르던 어둠이 빛에 쓸려나가자

어둠 속에 숨어있던 초라하기 그지없는 작은 영혼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반항하는 소년을 목 졸라 살해하고

자신의 죄를 눈물과 기도로 만회하려는 노인과

가진 돈을 모두 잃고 길바닥에 던져진 농부…

그리고 그런 농부를 비웃는 와중에

연신 사타구니를 긁어 대는 행인들…

이루 말할 수 없는 그 역겨운 풍경에

자신의 일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 남자는

조용히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고

이 더러운 기분이 빨리 떠나가길 기다렸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노래가 들리는 곳으로 향한 남자는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며 노래하는 한 소녀를 보았습니다.

주변의 타락한 풍경과는 달리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소녀의 목소리는

남자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었고

오래전 죽은 남자의 심장도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소녀의 노래가 끝나자

소녀에게 다가간 남자…

남자는

감사의 의미로 자신이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을

소녀에게 주었습니다.

소녀는

자신이 남자에게 무엇을 받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거대한 검은 날개를 펼치고

저 멀리 날아가는 남자를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이후

남자는 한동안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하지만

남자가 뿌린 악의 씨앗이 너무 깊게 뿌리내린 탓일까…

남자가 세상을 떠난 이후

세상은 그것이 본성인 것 마냥

끝없이 슬픔과 분노, 절망을 토해냈습니다.

전쟁과 역병이 온 세상을 휩쓸었고

침략과 약탈은 일상이 되었으며

폭력은 생존의 가장 필수요소가 되었습니다.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죄와 눈물로 얼룩진 거리를 걸으며

전보다 더욱 비참해진 세상에 무척이나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남자의 선물을 받은 소녀라면…

소녀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궁금해진 남자는

그녀의 존재가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남자가 도착한 장소…

그곳은

어둡고 습한 지하의 감옥이었습니다.

어느 귀족의 연회에 초대받은 소녀는

연회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대가로 후한 보상을 약속받았지만

연회장에서 벌어지는 사악하고 가학적인 행태에

노래하기를 거부했습니다.

이를 괘씸하게 여긴 귀족은

소녀를 마녀로 고발해 감옥에 가두었고

이틀 뒤

형장의 재가 되어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이었습니다.

감옥을 찾아온 남자를 발견한 소녀…

소녀는

남자를 만난 당시에

자신이 어떤 선물을 받았는지 몰랐지만

이제는 알 수 있다며

남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이틀 뒤

이글거리는 화염 속에서 검게 타버린 소녀를 본 남자는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벌어진 이 끔찍한 결과에

소녀에게 선물을 준 것을 깊이 후회했습니다.

남자가 소녀에게 준 선물…

그것은

악의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

올곧은 마음이었습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jwlee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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