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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샤 댐과 반챠오 댐.
게시물ID : sisa_11603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둥글이8
추천 : 17
조회수 : 252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20/07/30 22:37:37

오늘 새벽 무섭게 폭우 쏟아지는 소리에 잠을 깼다.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그럭저럭 견딜만 했는데, 하필 개 참치 캔 빈뚜껑을 빗물 떨어지는 처마 아래쪽에 두었던 것이 문제였다. 그 위에 몰아 쏟아지는 빗 줄기가 군악대 북치는 소리처럼 크게 들려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눈을 비비고 나와 개참치 캔을 옆으로 치우고,  댕댕이 머리 한번 쓰다듬어 주고 구멍 난 하늘을 보고 있으려니 심난하기 그지없다. 세면장 지붕 쪽에 물이 새서 칠해놓은 페인트가 씻겨 내려갈 것이 걱정이었다. 잠깐 쏟아지는 폭우를 대면하고 있기도 이럴 진데, 한 달 내내 그 물난리를 겪고 이재민 신세로 떠도는 5천 만명의 중국인들의 심정은 어떨까.  

중국에는 해마다 홍수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이는 중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황하강과 양쯔강(장강)이 워낙 길고 폭이 넓어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해 볼 수 없는 불가항력이 첫째 이유이다.

애초 우기에 범람으로 홍수 피해를 당할 만한 곳에는 사람이 안 살면 된다. 간단한 해답이다. 그러면 인명피해도, 재산 피해도 없다. 하지만, 그 간단한 해답을 쉽게 실행할 수 없는 이유는 이미 역사 이전 시대부터 그곳에 사람이 살아왔기 때문이다. 비 올 때는 엄청난 피해가 난무 하지만, 평시에는 가난한 백성들을 먹여 살리는 농경지 – 부의 원천이 되는 ‘한반도 면적의 평야’를 버려둘 수는 없는 것이다.

하여 중국인들은 끊임없이 물난리를 경험하면서도 이를 생존의 터전으로 여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물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인간의 특성상 강가에 도시가 만들어 졌기에 더욱 그렇다. 이에 황제들은 치수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고, 물난리로 왕조의 흥망성쇄가 좌우되기도 했다.

한국의 산천을 머릿속에 두고 중국의 산천을 어림짐작해서는 안 된다. 낙동강의 길이가 500km인데, 황하가 5000km로 그 열배이다. 그러면 그 강폭도 열배이고, 비 쏟아지면 늘어나는 유량도 그 열배이다. 이에 따라 홍수 피해를 막으려면 황하와 양쯔강 변 총 1만km에 걸쳐서 (한국 보통 높이 강둑의) 열배 높이의 둑을 쌓으면 된다. 하지만 이는 중국의 GDP를 다 쏟아도 불가능할 일이기에, 적당히 홍수 대책을 세우면서 물난리 나면 피해를 복구하기를 반복해왔던 것이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유량을 조절하기 위한 ‘댐’ 사업이 활기를 띄는 것은 당연 했는데, 현재까지 중국에 9만 6천개의 댐이 만들어져 있음은 중국이 치수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댐이 많은 만큼 그만큼 부실도 많은데, 어느 통계 상으로는 최소 1만개 정도가 무너지기 직전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중에 최악의 댐 붕괴사고는 1975년 8월에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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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챠오 댐’은 1952년에 완공되었는데, 이 역시 그 이전의 수 많은 홍수 피해를 대비하기 위해서 였음은 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1975년 재앙이 빚어졌다. 6시간동안 반챠오 댐이 있던 허난성에 830mm의 물폭탄이 쏟아진 것이다. 지금껏 우리 한국인의 기억에 가장 막대한 양의 물폭탄이라 치면 2002년 태풍 루사인데(24시간 동안 880mm), 루사 때 24시간동안 쏟아진 양이 허난성에 6시간 동안 쏟아져 내린 것이다. 더군다나 하루가 가기 전에 같은 양의 비가 더 쏟아졌다. 24시간 동안 1,631mm의 막대한 비가 쏟아진 것이다. 그야 말로 재앙이었다. 반챠오 댐은 1천년에 한번 내릴 비에도 견디게끔 설계 되었는데, 이 당시의 비는 2천년에 한번 내릴까말까한 비였다고 한다.

결국 반챠오 댐이 수위 117m를 넘기면서 범람하며 무너지고 말았고, 7억 세제곱 미터의 물이 쏟아졌다.  7m 높이의 스나미가 그 아래의 62개의 댐들을 순차적으로 무너트리면서 인근 도시들을 쓸어갔고, 막대한 인명피해가 일어났다.

중국정부는 30년간 이 사고를 국가비밀로 취급하다가 2005년 기밀 해제를 했다고 하는데, 댐 붕괴로 인해 30개의 시가 침수피해를 입고 700 만체의 집이 파괴되고, 천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사망자만 2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인간의 기술을 과신한 기술만능 주의와 천재지변이 조합된 재앙이라 할 것이다.

최근 산샤댐 붕괴설이 많이 떠 돈다.
누구는 중국의 날림공사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붕괴를 장담하고 있고, 누구는 산샤댐이 붕괴되라고 굿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절대로 그런 일은 빚어져서는 안 된다. 산샤댐 붕괴시 사망자가 최소 50만에서 100만까지 내다보는데, 그것은 지구적 재앙이기 때문이다. 일부 중국에 반감이 있는 이들은 그렇게라도 중국인들의 머릿 숫자가 줄어들기를 고대 하고 있고, 어느 누구는 중국의 ‘허황된 기술주의’의 집약체인 샨샤댐이 무너져서 중국인들 코가 납작해지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러한 저주는 고스란히 돌아 자기에게로 향함을 알아야 한다. 더군다나 언제나 재앙의 피해는 힘없는 민초들의 몫이지, 밉살스러운 중국 공산당 간부들의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나마 다행히 양쯔강 상류에서 빚어진 3호 홍수를 산샤댐이 세 시간 전에 받아냈다는 소식이다. 과거 반챠오 댐의 연쇄 붕괴를 기억하고 있던, 그 하류 수천km 강변에서 가슴 조아리고 있던 중국인들의 시름을 놓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산샤댐을 보면서는 양가적 감정이 들곤 한다.
유사 이래 치수 사업 중 최악의 환경-문명 파괴 사업으로 산샤댐 하나로 1300곳의 유적지가 묻혔고, 이주민만 200 만명 인데, 그 이주민들에게는 제대로 된 거주지도 주지 않고 그냥 다짜고짜 집을 허물고 쫓아낸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 공산당의 ‘성과를 내기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례라 할 것이다. 그렇다 보니 산샤댐을 보면 나도 모르게 분노가 치민다.

하지만 산샤댐 하나로 현재 우리나라 운영하는 25개 원자로보다 많은 전기를 생산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산샤댐 하나로 원자력 발전소 25개를 안 지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원자력 에너지가 앞으로 기껏 50년간은 사용하기 좋지만, 그 후로는 수만년 대대손손 핵쓰레기의 재앙을 전해주는 반면, 산샤댐은 최소한 핵쓰레기의 업보는 후손들에게 떠넘기지는 않는 것이다. 하여 원전을 25개나 가동하고 있는 나라로서 ‘산샤댐이나 지은 중국의 후진성’을 들먹이는 것은 어폐라 할 것이다. 그것은 원전을 짓지 않고 생활하는 티벳이나 네팔사람들이 할 말이지 우리 처럼 '부도덕한 원전 에너지 기반'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할 얘기는 아닌 것이다. 31조 들여 1994년부터 10년간 공사를 해서 만들었고, 2003년부터 가동한 전력 생산량이 2013년에 32조를 넘어 본전을 뽑았다니 더 말할 나위 없다. 하여 산샤댐을 보면서는 다양한 감정의 혼합을 경험하곤 한다.

좌우지간 100년 만의 대홍수로 인해 중국이 백척간두에 놓여 있는 이 때에 한국인들의 산샤댐에 대한 광적인 관심, 중국에 대한 미묘한 반감과 함께 중국의 국뽕 산샤땜이 붕괴되기를 바라는 어투의 이야기들이 수도 없이 회자되는 듯 하다.

하지만 과거 반챠오 댐의 경험 때문에 (아무리 부실공사로 만들었다고 해도) 그렇게 쉽게 무너지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 또한 절대로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것. 더군다나 초당 올림픽 수영장 20개를 채울 양보다 많은 양의 물을 방류하는데도 댐 수위가 계속 올라간다며 댐의 수위가 10m 남았네 뭐했네 할 때, 산샤댐은 사상 최대의 전력생산량을 갱신하면서 다른 어느 곳인가에서 원전을 가동할 필요를 줄이고 있다는 것도 살펴야 한다.

도망갈 궁리만 하는 공산당 간부들과 달리, 백만의 목숨을 어깨에 짊어지고 전대 미문의 홍수와 맞서 사투를 벌이는 일선의 댐관계자들과 5천만의 수재민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한다. 산샤 힘내라!

* 참고로 앞서 거론한 ‘반챠오 댐’은 ‘흙댐’이었다. 말 그대로 흑을 다져서 만든 댐이라는 것이다. 그 흙댐을 소련의 기술로 보강했다고 한다. 그 흙댐도 2천년에 있을까 말까한 폭우를 버티다가 막판에 무너졌는데, 샨샤댐이 무너질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니 무너지네 마네 신경쓰지 말고 중국이 이 물난리를 잘 극복하기를 멀리서나마 기도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유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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