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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고민
게시물ID : gomin_17824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mgw18
추천 : 1
조회수 : 984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20/07/31 2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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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저는 18살, 고등학생입니다. 
오늘의 유머라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처음 글을 씁니다. 또, 이게 한편으로는 마지막 게시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히스테리적인 부부싸움과 언니가 머리잡히면서 맞는 것을 봐왔었고, 저도 효자손으로 맞으면서자랐습니다.
하지만 저는 맞기만 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맞으면서 계속 말대꾸를 했었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때에는 더 심해져서 만약 문제생기는 날에는 아침에 학교에 가지 말라고 하는 그 사람과 저는 학교를 가기위해 머리채를 잡히면서도 가방을 들고 가야했고, 
그때부터 집에 들어오면 방문을 잠그고 완벽히 차단된 공간에서 인터넷, 특히 웹툰에 의존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초. 지금의 저를 미치게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사소한 일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점점 크게 번져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샌가 그 사람이 가위를 가지고 제 배 위로 올라타있었고, 제 머리카락은 그 사람 손에 쥐여있었고,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잘보게끔 제 머리카락 앞쪽을 자르겠다고 했습니다.
그 가위를 막는 도중에 손가락이 찔렸고 그 사람이 올라타있는 3시간동안 지혈하지 못한채 맞고 있었습니다. 
또 저도 그 사람의 머리카락을 잡았고요.
5시간 뒤에 병원에 갔습니다. 그 사람도요.
그 사람은 자기가 그랬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했고, 또 저는 바보같이 열심히 변명을 했습니다.
그 사람은 만약 어떤 사람이 때리면 나는 때려선 안된다고 했습니다.
다시 집에서 있었고, 또 어느 날 말싸움으로 번지다가 그 사람은 망치로 창문을 깼고, 그 일로 2개월간 저는 고시원에 있었습니다.
아빠의 돈으로요.
고시원에서 돌아오고 나서, 같은 패턴으로 커지다가, 어느날 안방에서 머리채를 잡혔고, 휴대폰으로 머리를 맞고 있었는데, 하필 제가 실핀을 해서인지
휴대전화의 어느 부분에 잘못 맞았나 봅니다. 어느샌가 피가 흘렀고, 피는 제 옷으로, 이불로 번져갔습니다.
머리카락을 만져보니 피로 범벅이 되어있었고, 가까스로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으로 갔습니다.
아빠는 다른 말을 하라고 했고, 저는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의사선생님께서 알아채셨고, 경찰이 오고, 제 팔과 얼굴, 머리 사진을 찍고, 경찰서로 가게 되었고, 조사를 했습니다.
접근금지 신청을 했고,  전 다시 그 집에서 기다렸습니다. 
경찰은 담당 검사님이 접근 금지 명령을 허가해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나온 것은 50만원 상당의 벌금이었고, 그사람은 그것을 저한테 따졌습니다.
이때 알았습니다. 사람른 맞는 것으로는 쉽게 죽지 않는다고. 정작 피가 나든, 머리에 충격을 받든 거의 살아남는다고요.
적어도 저에겐 그랬습니다.
학교에서는 상담실 선생님이 그 일에 대해서 물으셨고, 저는 학교 상담사와 상담기관에서 오신 분들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상담 내용이 누구한테 알려지는지 여쭈었더니, 담임선생님과 확실치는 않지만 향후 법 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 내용이 전달될 수 있다 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선 비밀보장을 강조하셨지만 일단 학생 신분으로 공적 기관에서의 상담은 언제든지 새어나갈 수 있다는 거니까요.
불안했습니다. 그리거 올해 초, 집 수리하시는 기사 분이 잠시 나간 후에 같은 패턴으로 말싸움을 했고, 
기사님의 벽돌모양의 청소솔로 팔을 맞은 후, 3주간 물리치료를 받았습니다.
얼마뒤 말하더라고요, 돈 아까우니까 그만 다니라고. 

인터넷과 잠은 이런 일들을 많이 하지 않게 도와주었습니다.
가끔씩 누군가 창문을 깨거나, 문을 열거나, 제가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럴때면 불을 끄고 이불에 숨어 웹툰 속의 가상의 인물에 몰입하거나, 좋아하는 가수의 뮤비를 보거나, 유명 래퍼의 가사를 보며 열광하거나,
무엇을 하던 내가 나를 인식하고 생각하는 것을 줄이거나 멈출 수 있으니 좋았습니다. 
또 정말 생각이 나를 덮치고 숨통을 조일 때에는 인터넷 상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서 나와 비슷한 상황인 사례를 찾아보았고,
또 그런 사람은 의외로 많았으며, 경찰의 도움을 받은 사례는 제가 찾아보기론 없었습니다.
간혹 보이는 뉴스에 달린 댓글에는 어찌됐든 훈육이란 이름 아래 폭력이 암묵적으로 허용되고 옹호되고 있었습니다.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저보다 어린, 저항도 못했을 아이들이 죽었을 때였습니다.

계속 이렇게 하루하루를 인터넷으로 의존하게 되고, 성적이 6-7등급 정도로 떨어지니 저는 껍데기만 두꺼운 사람이 되어버린 것만 같습니다. 
학교에선 중학교 때의 강박 때문에 필기를 하고 시험보는 날이면 아무것도 모르는데 시험지를 놓치 못하겠고,
집에 오면 빈 껍데기만 남은 것 같고 계속되는 불안감에 인터넷을 하게 되고. 
공부는 해야겠다는 강박감에 공부 관련 칼럼만 뒤적거리다가 정작 그날 공부는 하지 않고.
하루에 몆번씩 드는 생갓은 나는 얹혀살고 있고 피해만 주는 백수니까 잉여인간 아니겠어하는 생각으로
관련 내용을 검색하고, 학교에 등교할 때마다 버스에 치여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일기장을 쓰면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죽을지 끄적거리다가 결국엔 죽고싶다고 끝낸 지도 벌써 수십번입니다.

아빠는 언젠가 가족의 평화를 위해 착한 딸로 있으라고 말했습니다.
또 그 사람도 어렸을 때 비슷한 일이 있었을 수도 있으니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빠가 가장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아빠도 히스테리한 부부싸움 도중에 락스를 먹거나 방안에서 소면을 누는 것을 강요받았으니까요.
반대로 언니의 지금까지의 행동이 더 깊게 이해되었습니다.

전 떳떳하지 않습니다.
제가 위에서 말싸움라고 표현했지만, 그냥 욕이었습니다.
저도 욕했습니다. 중학교때부터 상대가 똑같이 욕을 하면 저도 똑같이 욕을 해도 돤다는 게 제 논리였습니다.
정말 전 패륜적인 말과 행동을 많이 저질렀습니다. 
그 사람은 평소엔 자식들을 위하는 일반적인 사람이었습니다. 
평소에는 학교에 다니는 절 위해서 밥을 차려주고, 제가 행동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잔소리를 하기도 하고, 
고등학생인 절 위해 집안일을 도맡아하십니다.
지나칠 때도 있을 뿐입니다.

처음에는 말싸움을 하는데에 제 잘못도 있다고 억지로 생각했고, 경찰조사 후 집에 데려다 두시던 분이 잘지내야 한다고 말하셨을 때도 제 잘못도 있는 것 같다고 스스로 말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쌓여가는 것은 광기였습니다. 가족들이, 특히 아빠가 있을 땐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아빠한테 팔을 다쳐 정형외과로 가야한다고 말했던 날, 바로 가면 또 들킬 수 있다해서인지 바로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아빠는 가족을 위해서 였습니다. 또 저를 위해서라고 생각했겠지요.
그 이후로 집에서 그 사람들과 평소처럼 말 한마디 섞을 때마다 격앙된 감정을 숨겨야 했습니다.
일부러 우울한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흑인 음악을 들으며 그들의 일탈에 미화되어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환각에 빠지게 만드는 마약에 관심이 생겨 인터넷을 통해 마약의 효과와 여러 여담들을 보았습니다.
실제로 보지도 못한 마약이었지만, 왜 하위 계층에서 마약에 노출되기 쉽고, 
큰 절망을 겪은 사람들이 자신이 망가질 것을 알면서도 왜 마약과 술에 의존하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집이란 공간에 있을 때마다 숨통이 막히기 시작하고 분노가 쌓였습니다. 점점 저를 통제하기가 힘들어졌고 이젠 제가 시비를 걸었습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제가 하는 행동이 그 사람을 닮아간다는 것을 느꼈을 때였습니다.
그 사람이 하던 행위와 온갖 욕설을 제가 하고, 계속 공격적이게 되고 파괴적인 행위에 대한 충동을 느낀지도 자주 있습니다.
입은 갈수록 거칠어졌고 감정기복이 심해졌고, 더욱더 무기력해졌습니다.
슬픈 것과 우울감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고, 뭔가 감정을 느끼기 힘들어졌습니다. 마치 나사가 빠진 것 같았습니다.
배고픈 것을 못참고, 조금이라도 허기지면 폭식하고, 특히 새벽이 되면 어김없이 음식을 찾았습니다.
본능대로 살았습니다. 제가 가장 빠져나가고 싶은 곳에서 기생한채요,

그러던 중 1학기 기말고사 며칠 전에 문득 why책에서 보았었던 활짝 웃고있는 군인 사진 옆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과연 외상이란 것이 전쟁, 테러 등에 의해서만 원인이 되는 것인지 궁금했고,
지금 제가 현재 겪고 있는 불안감, 우울감, 무기력감 등이 트라우마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겠다고 생각하니 뭔가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어쩌면 제가 다른 사람보다 지나치게 예민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전부터 인지는 하고 있었습니다.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인터넷에 과몰입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인터넷 중독이라 생각되었고, 전에는 그냥 지나쳤었을 인터넷 중독 논문들을 살펴보며 상당부분 증상들이 맞아떨어졌습니다.
또 성적이 자꾸 떨어지자 여러 자기개발서적과 자서전을 살펴보았지만, 뭔가 빈 껍데기만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전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고등학생으로서 지금 이 시기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읽었던 자기개발서적 중 공부가 재미있는 순간이란 책이 있었는데, 공부의 의미를 아주 잘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몰려오는 현실감과 불안감이 끔찍하게 싫어서 어떤 이유에서였든 인터넷을 찾았습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서점에 가서 중독에 관한 책을 샀습니다. 
읽기전 마지막으로 인터넷을 할 생각에 고민 게시판을 보며 여러 사람들의 글과 그에 달린 댓글을 보면서 저도 조금이나마 채워지던 도중,
한 충격적인 글을 보았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내가 여지껏 겪은 일은 어쩌면 유치원생이 선생님께 혼났다고 징징거리는 거나 다름없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몆 년이 지난 글이었지만, 제가 공감할 수 없는, 또 감히 제가 그 분에게 쉽게 말을 건넬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래 댓글을 보면서 느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구나.
사실 자기개발서적을 보며 그들의 말은 단지 위로에 불과하며, 그 말에 심취해선 안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서적들은 벼랑끝에 몰린 사람이 글을 읽으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문제에 직면하고 또 주변의 근거없는 포괄적인 말들과 달리 극복해낸 사람들의
수가 많다는 것을 인지시켜 주었지만, 저의 생각과 실천 행위의 거리는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저도 그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고,
비록 사춘기 고등학생의 징징거리는 말이지만 조잡하게 글을 끄적여 봅니다.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말을 익명이란 시스템 아래 써보니 좋네요.
분노에 가득 찰 때마다 누군가에게 앞 뒤 안 가리고 말하는 것을 상상하곤 했는데, 실제로 글로 적어보니 얼떨결 합니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이젠 인터넷을 그만둘까 합니다. 온라인 수업, 과제 등으로 종종 이용해야겠지만, 카페같은 공개된 장소에서 이용하는 등 규칙을 세워야 겠지요, 또 인강은 무서워서 못 듣겠습니다. ㅋㅋ. 다시 빠지게 된 적이 몆 번 있거든요.
성적. 제일 걱정입니다. 이공계열 학과와 원하는 대학-상위권 대학입니다; 부끄러워서 명확히 말씀드릴 순 없지만;-이 있지만 저같이 6-7등급에다 이미 수십 번 슬럼프에 빠진 제가 과연 실현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고2, 거기다 지금이 7월 말이니 참. 다른 애들이 열심히 치열하게 공부할 동안 저는 놀았던 애들과 다름 없으니까요.
인터넷 중독에 걸렸던 사람들은 어떤 구체적인 방식으로 극복해냈는지 궁금해요.
또 가끔씩 그 숨통 막히는 생각들에 미치지 않도록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몆 마디 나누는 것만으로 사람 미칠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가족이란 이유로 아해해주거나 하는데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닌가 봅니다.
그냥 대학 들어가면. 
18살이란 나이가 어린 나이가 아닌데. 자꾸 어리굉부려서 죄송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상담 받으라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심리학의 역사를 들었던 후로 꺼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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