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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모음, 1-4//사이비종교와 펜션 컴퓨터와 헤밍웨이.ssul
게시물ID : humordata_18743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현장노동자
추천 : 6
조회수 : 128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8/17 08:25:42

 

 

 

 

#case1. 사이비종교와 나

 

 

최근에 운동이란걸 시작했다. 진짜로 PT받고있는데 살 안빠짐. 왜냐면 식단

안지키거든.

 

"회원님 어제 뭐드셨어요?"

 

 

"아침에 라면먹고요 점심에 비빔밥먹고 저녁에 닭가슴살만 먹었어요."

 

 

"세끼 다 건강식으로 드셔야 한다고 했잖아요."

 

 

"음... 그게 실은 저녁에 닭백숙에 소주마셨어요."

 

 

"오늘 마무리운동만 하고 나가면 나한테 죽어. 런닝 세시간 뛰고가라."

 

 

와이드 스쿼트 4세트와 레그프레스 4세트의 지옥같은 시간과 3시간 런닝의 결과물로

다리는 엄청 아픈데 갓태어난 송아지마냥 파들거리며 걸어 집에가야 하는데 어우씨.

가방을 열자마자 난 좌절했다. 반팔티를 가져온다는게 집에서 입는 다썩은 나시티를 가져온것이다.

야 이거 힘든데... 이거 입고 돌아다니면 노숙자계의 셀럽인데. 한참 고민하다가 그렇다고

땀에 젖은 반팔을 입고가는것보단 낫겠다 싶어 어쨌든 입고 나가는데 트레이너가 입구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다가

 

 

"집에가냐? 그래. 오늘은 좀 들쳐먹는걸로 하자? 근데 나시 그거 뭐냐."

 

 

"아 몰라요 잘못갖고왔어요..."

 

 

대충 쪽팔려서 나가고 있는데 여자 강사분과 여자회원님들 들어오다가 나보면서 깔깔웃고
쪽팔려서 죽은자의 온기를 간직한채 10분거리인 집까지 털레털레 걸어가다가 위에서 말했던

와이드스쿼트+레그프레스의 결과물로 어이쿠 하면서 또 바닥에 엎어졌다. 아 진짜.

 

 

"어머. 괜찮아요?"

 

 

어? 여자목소리? 내가 드디어 운동하다 죽어서 천국에 왔구나. 천사님은 여자였어.

하면서 올려다보는데 흠. 천국은 아닌것같네. 날개가 없어. 여자는 친절하게 나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줬고. 통증이 남아있던 나는

 

"아 네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는데

 

"우리친구 몸이 좀 불편한가보네. 혹시 하나님 믿으면 몸이 다 나을거란걸 알아요?"

 

 

마치 내가 미취학아동인것마냥 말투가 바뀌어 여--------증인 팜플렛을 내미는데

야 내가 삼광유치원 야간반 한글받아쓰기 90점 소유자거든? 라고 말하고싶은걸

꾹꾹 눌러담은채

 

 

"안...아뇨... 됐어요..." 하며 아픈 와중에도 친절하게 대답하는데 갑자기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아니에요. 하나님은 우리 친구같은 사람도 보듬어주시는 분이에요." 하더라니까.

이성의 끈을 거의 한 세가닥쯤 남기고 다 놔버린 내가

 

 

"아뇨 ㅆ발 저리 가라고. 내가 왜 니 친구야!" 하고 소리쳤고 그제서야

남녀 여-----증인 파티 둘은 약간 당황한 듯 제 갈길을 갔다. 대체 나 어떻게 보인거야. 혼란하다.

옷 잘못챙겨온 내가 죄인이다. 죄인이야.

 

 

 

 

 

#case2. 노인(들)과 바다

 

 

그저께 모임 여섯명 파티가 모여 펜션가는 날이였다.

여섯명 모이는데 차가 네대가 왔다. 주차장 넓어서 별 상관은 없었다.

그래도 궁금해서 물어봤다.

 

 

"아니, 여섯명 오는데 차가 네대면 이거 뭐 어쩌자는거야?"

 

 

같이갔던 형님중 하나가 "코로나잖아. 방역수칙 지키려고 따로타고 오는거야." 누군가 "지랄하네"

일갈하자 뜬금없이 모임형님중 가장 덩치큰 형님에게 삿대질하면서 "야 너는 돼지콜레라 아니냐?"

하자 "저 멸치대가리 내가 오늘 내장딴다" 하며 덩치형님이 달려들었고 흐뭇하게 지켜보던 내가

"우와 포켓몬끼리 싸우는거같다" 한 뒤에 무언가에 맞아 정신을 잃었다.

 

정신잃은건 오바고 생삼겹살로 싸대기를 맞은건 그때가 처음이였다.

 

 

펜션까지 오긴 왔는데 코로나라서 뭐 어디 나갈수도 없고(4개월전에 예약해놨음) 그냥 챙겨온거나

먹고 치우자라는 생각에 우리는 조촐하게 삼겹살 3키로와 에어프라이기에 돌린 닭 3마리 과자 열봉지와

맥주 50캔 소주 20병 정도로 합의를 봤다.

 

대충 그렇게 먹고있는데 누군가 화장실에 들어갔고 어떤 다른형님이 담배피우러 나가자

 

"야! 문걸어!"

 

회장형의 외침에 밖에나가 담배피우는 사람들이 어? 왜? 어? 하는사이 문걸어잠그고

아이스박스 깊숙히 숨겨놨던 한우살치살 한팩을 꺼냈다. 400그람 좀 넘는거.

 

 

"야! 뭐야! 문을 왜 걸어잠궈!"

 

 

"하하! 우린 살치살을 가지고 있지롱!"

 

 

"뭐야! 왜 말 안했어! 문 안열어?! 뒤질래?"

 

 

"노노 안돼요. 뒤지는것도 안되고 문도 안열어줄거임 살치살 다 우리거임.

흡연이 이렇게 무서운거죠?"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무서울정도로 낄낄대기 시작했다.

 

 

"아 씨 괜히쫄았네 야 병신들아 펜션 안에서 고기 못굽는거 모르냐? 진짜 저새끼들

하나만 알고 둘은 몰라요. 생으로 먹던가."

 

 

난 더크게 웃어줬다.

 

 

"형 근데 그거 알아? 우리 에어프라이기 있어."

 

 

"아씨 문열라고!! 빡쳤다고!!"

 

 

그런데 바닷가라는게... 뭐 놀것도 없고 그러다보니까 대충 그런식으로 놀다가 나중에 안주

거의 다 떨어지고 우리에게 남은거라곤 프링글스 3통뿐이였다. 안주빨 세우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거라도 범사에 감사한 마음 가득담아 소맥하고 같이먹었다.

 

 

"형 ㅋㅋ 이거보세요ㅋㅋ 오리 ㅋㅋ"

 

 

프링글스 두개로 오리입 만들어서 꽥꽥하는데 그게 뭐가 웃기다고 뻗은 두사람 제외하고 나머지는

낄낄대고 웃었다.

 

 

"응 ㅋㅋ 맛은 ㅋㅋ 굉장히 안정적이야 ㅋㅋ"

 

 

"바삭바삭 엌컼ㅋㅋㅋ"

 

 

"저새끼ㅋㅋ 프링글스에 입천장 찔렸다 ㅋㅋ 야 피난다 피나 ㅋㅋㅋ"

 

 

"소주마셔 소주 소독해 ㅋㅋㅋㅋ"

 

 

그렇게 새벽 네시까지 놀았는데 우리 옆방 젊은이들이 새벽 다섯시까지 베스킨라빈스를

해대는통에 새벽 다섯시 반까지 잠못들다가 겨우잠들어 아침 열시에 잠에서 깼고 우리는 대충

라면 열개를 끓여먹은뒤 뿔뿔이 흩어졌는데 펜션 정리 다하고 담배 두개 피울 시간 있었지만

펜션만 다 정리해놓고 신비한tv서프라이즈 보느라 펜션에 놓여질 뻔했다. 아 필리핀에서 왜

펩시 불매 일어났는지 개궁금했단말이지...

 

 

 

"야! 놓고간다! 잘살아라!"

 

 

"아잠만! 이건아니지!"

 

 

 

 

대충 흩어지고 같이갔던 다른형 차 창문이 내려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길래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는 것으로 화답해주고 정말 대충 현대아울렛 가서 나이키매장

갔다가 사무실가서 커피한잔먹고 어제 하루는 그렇게 정리되었다.

 

그리고 단톡방에 올라온 한줄의 말.

 

 

"회비 x만원씩 입금하세요."

 

 

 

나도 한마디 올렸다.

 

 

 

"저는 다른사람 계좌로 입금하면 죽는병에 걸려서 안될것같아요."

 

 

나는 마지막까지 욕을 먹었다.

 

 

 

 

 

#case3. 컴퓨터

 

 

이메일이 선진문물이던 시절부터 컴퓨터를 본격적으로 했다. 그런데.

이메일로 편지를 보내는 것이 대충 보편화되던 시점에 우리집에 인터넷이 들어왔다.

그때 우리집 컴퓨터 메모리가 8메가였다. 스타크래프트 돌리면 인구수 100 넘어갈때

컴퓨터가 거의 죽기직전까지 울어댔다. 난 고르곤조르고졸라 타낸 용돈과 찌라시돌려

모은 돈으로 용산가서 당시에 사양길에 가까웠던 EDO-D램 16메가짜리 두개를 어떻게든

사와서 32메가를 만들어낼 수 있었는... 데,

 

 

 

용산역 굴다리에서 램값 삥뜯기고 병신처럼 울다가 집에돌아와 그 사실을 고백했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뭔가를 생각하며 일단은, 정말 일단은 날 위로해주고(다음날 술취한

아버지가 넌 왜 맞서싸우지 않았냐며 일갈하긴 했지. 근데 맞서싸우면 쳐맞는데 뭘.)

 

 

 

일주일뒤에 펜티엄4 컴퓨터를 사주셨다. 어? 뭐지?

진짜 아마 그날이 내 생 최고의 영광의 순간 아니였나 싶다. 그런데 사실 램값 삥뜯기면서

같이 사려고 했던 충무공전 살돈은 안뜯겼거든. 집에 컴퓨터 도착한 다음날 나는 나비처럼

세진컴퓨터랜드에 잠입해 벌처럼 심시티 3000을 결제하고 나왔고 진짜 그건 아직도 내 인생

최고의 재미있는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걸... 2008년까지 썼지... 그컴퓨터를...

 

 

 

뭐 아무튼 지금은, 메모리만 64기가다. 당연히 풀뱅이죠. 사실 이것도 32기가 선에서 멈추려고

했던건데 반백수 신세가 된 최근에 용산에서 아직도 조립으로 먹고사는 형님이 '야 백수됐다며?'

하면서 '백수새끼 컴퓨터나 존시나게 하세요' 라며 8기가짜리 메모리 네개를 가져오면 16기가짜리

네개로 바꿔주겠다고 해서 당장 들고 달려간거다. 기름값이 아깝지 않았지.

이정도면 램디스크 돌려도 되겠는데...?

 

 

 

 

 

 

 

 

 

 

 

 

 

#case4. 국뽕과 예술 그 어디쯤 5시 프로토스와 내 의지박약.

 

 

 

 

국뽕 한사발 거하게 빤 가상역사소설을 쓰고 있다.

뭐 한반도가 이세카이로 넘어가 세계정복을 하거나, 과거로 가서 무적 K2전차로 다때려부수고

그런걸 쓰는건 아니고,(기획은 했었다. 했는데, 현실적으로 산유국도 아닌데다가 국내 총 기름보유량

산정하고 3주면 앵꼬날텐데 그리고 GPS랑 뭐 그런건 어쩔거임? 해서 그냥 접었다.)

판타지 소설관에 가상의 나라(지만 누가봐도 한반도)가 뭘 자꾸 때려부수고 대충 그런거 쓰고있는데

가끔 쓰다보면 내 삶이 비루해 이걸 국뽕으로 채우려는건지 민족혼을 불태우고싶은건지 잘 모를때가 가끔 있다.

 

 

세컨드플랜으로 그 가상역사소설과 연결되는 판타지소설도 하나 쓰고있는데 아무래도 잘 안될것 같다.

글을 쓸만하면 내 내면이 말한다.

 

 

 '자네는 죽기전에 못 다 쓴 글이 생각나겠는가. 어제 자네를 빡치게한 1시 저그가 생각나겠는가?'

 

난 주저없이 대답한다.

 

 '커세어로 내 오버로드 다죽인 5시 프로토스요'

 

 

아 ㅋㅋㅋ 빨무 무근본드랍 빡침은 국룰이니까 ㅋㅋ

 

 

내가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내가 글을 잘 못쓰고, 트리를 잘 못짜는데 빡침을 느껴야 하는데

고작 5시 프로토스와 내 전적에 빡치고있다. 인생그렇지 뭐. 프로데뷔한지 15년이 넘은 형님에게

조언을 구하기 위해 카톡과 전화로 나의 이 비정상적인 행태를 고백했다. 난 프로데뷔를 하지 못할거에요.

그렇게 말했는데 진지하게 내 이야기를 듣던 형님이 말했다.

 

 

"나도 마감이 코앞인데 방금전에도 균열돌았다. 정상이야 그건."

 

 

"오."

 

 

"오는 미친인간아. 게임하는건 중요한게 아니야. 게임을 안할때 빈둥거리지말고 가서 트리나 더 짜라고."

 

 

 

헤밍웨이도 노인과바다를 쓸 때 글쓰다말고 낮잠을 자거나 뻘짓을 했을까? 아니라고보는데.

모르지 뭐. 그땐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었으니 오히려 글빨을 더 잘세웠을지도 모르겠다.

말을 들은 나는 그래 내인생은 이제 시작이야. 오늘부터라도 트리 열심히 짜자. 그렇게 말해놓고

자료수집한다는 핑계로 울펜슈타인 뉴오더를 하고있다. 다깨면 뉴콜로서스 해야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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