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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그녀의 모니터 그녀의 프레임 txt+jpg
게시물ID : panic_1017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콜디스트윈터
추천 : 8
조회수 : 212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8/24 02:10:50
그녀에겐 모든 것이 다 있는 듯 했다. 젊음과 미모. 그리고 실력.

 

 

그녀의 디자인은 정말이지 하자라곤 없었다. 분명 그녀는 경력자도 아닌데 거의 수정이 필요없을 정도의 프레임 디자인을 내놓았다.

같은 분과에서 그녀에게 일을 가르치도록 되어있는 게 사실 나였다. 그런 나는 번번히 결함사항을 지적받았는데 새내기인 그녀가 이렇듯 완벽했으니.. 이제 비교대상으로 추락할대상은 바로 나였다.

 

'내가 못하는 게 아니라 저년이 워낙 뛰어난 거라고' 내가 하고싶은 말은 이런 것이었으나.. 회사라는 냉혈한 조직의 생리는 그런 사정을 이해해주지 않는다.

산업구조물이라는 거대질량의 프레임을 디자인하는 이 좁은 업계의 파이는 정말 작고도 작았고..그런 구석에 나라는 인간이 한자리 박혀있는 것만도 버거운 일처럼 여겨졌는데... 여기서 왠 경쟁이란 말인가. 회사사람들의 시선은 조금씩 내가 우려한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름 쓸만한 산업디자이너였던 나는 차츰 허섭한 디자인 전공한 노처녀로 추락해가는 것이었다.

 

내 속은 이런 어지러운 상황에 썩는 듯했으나.. 그녀는 정말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하기까지 했다. 그녀는 나를 정말 좋은 언니로 여기고 마치 새끼고양이처럼 따랐다.

 

나역시 내 속을 드러내지 못한채 그녀에게 좋은 언니로 행세할 수밖에 없었고 우린 정말 누가봐도 다정한 선후배에다 직장 언니와 동생으로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내 마음 속은 시시각각 암흑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내 밥줄을 제대로 쥐고 흔들고 있었다. 그런 그녀는 내게 선배라며 자신에게 한수 가르쳐달라는 말을 태연하게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컴 비밀번호까지 가르쳐주었다. 필요할 때 자신의 디자인을 자세히 지적해달라는 것이었다.

... 내가 지적을 당해야 맞는 거라는 걸 알면서 그러는 것은 아닌지 하는 히스테리도 느끼게 되었다.

 

 

 

 

회사내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우리 둘이 담당할 부분이 배정되었다. 비중있는 부분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나는 심혈을 기울여 작업에 몰두했다.

모니터를 얼마나 쳐다보았는지 정말 이러다 장님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몰두했다. 시야가 항상 가물가물했다.

 

적어도 욕은 먹지 않겠구나.. 싶은 수준의 결과물이 조금씩 구축되어갔다. 며칠이 지난 어느날 나는 그녀의 작업모습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고 그녀의 뒷편에서 그녀의 모니터를 보았다. 

 

내가 만든 프레임들을 갖고 크게 문제삼을 사람은 아마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녀가 내놓은 것을 보고 나의 그것은 역시 초라한 것이라는 생각을 할 사람은 많지 않을까?

 

아니... 그녀의 작업을 보니 나의 것은 단지 조금 못한 것이라기보다 문제투성이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보지 말아야 했던 걸까?

 

부랴부랴 들고 마시고 있던 커피를 팽개치고 내 책상으로 왔다. 상당부분 진척된 내 작업.. 이제보니 허섭이하였다. 쓰레기에 불과해 보였다.

 

 

이미 며칠의 시간이 경과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이것은 도저히 쓸 수 없다. 미친듯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다시 나와 모니터와의 사투가 시작되었다.

 

애초 내가 나름의 중점을 기울인 컨셉이 아니라 새로이 충격적인 그녀의 작업을 보고 급조한 컨셉에 의해 좋은 결과가 나올 리는 없었다.

 

매 프레임이 다 짜집기 투성이가 되었다. 어느모로 봐도 합리적인 구석이라곤 없었다.

 

먼젓번 것이 쓰레기라면 이번 것은 그냥 핵폐기물급이었다.

 

나는 이제 수렁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하루 산으로 가지 않는 날이 없었다. 내 작업은 진척은 커녕 처음부터 다시 하는 상황만 반복되었고... 사측에서도 진도가 나가지 않는 내 상황을 용의주시하게 되었다.

 

이대로라면 나는 작업불능상태로 끝날 것이 분명했다.

 

어느덧 그녀는 어느정도 해놓았는지가 궁금해졌다. 아니 두려웠다.

 

그녀와 나의 결정적 차이는 가동부위의 아이디어였다. 내가 평범한 가로세로 아이디어라 치면 그녀는 가로세로에 더해 대각선이 더해져 입체적인 아이디어가 가득하다고 하면 대강 맞을 차이가 있었다. 발상의 대담함과 그에 대한 확신이 그녀의 작업에 있었다.

 

 

두려운 마음 속에 다시 그녀의 작업모습을 보러 갔다.

 

아.. 언니 며칠만이네~ 여전히 반가워한다.

 

잘 돼가니?

 

아.. 아직 멀었지 뭐.. 그래도 방향은 이제 다 잡은 것 같아..

 

좀 봐도 돼? 

 

부끄러운데~ 

 

그녀의 모니터가 켜지고.. 나는 이제 나의 완전한 파멸이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그 화려하면서도 어느 한구석 놓치지 않은 합리성은 굳이 설명이 필요없었고 그에 비해 진척되지 않는 나의 쓰레기따위를 같이 봐줄 인간은 세상에 없을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녀가 정리한 가동부위의 입체성. 구조적 가능성. 특유의 대각선활용등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었다.

 

괜찮을까 언니?

 

괜찮기만 할까... 나는 그녀를 대강 격려하고 내 자리로 왔다.

 

 

 

 

 

이제 나는 목을 씻고 기다리는 것 외엔 할 게 없는 걸까?

 

 

말도 안되는 일이다. 내가 지금의 자리나마 잡고 버티려고 발버둥친 역사가 얼마만큼인가..

 

이미 결혼따윈 포기한 내가 그나마 이 사회라는 곳을 헤쳐나갈 자리로 이곳을 얼마나 애써 다졌던가..

 

백수가 되면 그나마 나를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던 나의 부모는 나를 남들에게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아니.. 인간이라고 부르긴 할까? 아마 물건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살살거리는 비웃음과 멸시의 대상이 될 것은 분명하고 내 부모를 비롯한 모두가 나를 부끄러워할 것이다.

 

 

이따금 용돈을 쥐어주던 동생녀석의 은근한 존경받는 누나.. 라는 지위도 이제 내려놓아야 하겠지. 그냥 노처녀 퇴치불능 구제불능 누나가 되겠지..

 

혼자 히스테릭하게 웃었다. 웃음과 동시에 눈물이 흘렀다.

 

 

 

 

인생이란 이렇게 우스운 걸까...

 

그러다가 내 머리 속에 한줄기 빛이 지나갔다.

 

저년만 없으면 된다.


 

 

 

................................................

 

 

 

 

내 머리 속은 다시 분주해졌다. 어떻게 그녀를 없앨 것인가? 온갖 종류의 방법들이 머리속에 스쳐지나갔다.

나는 내가 이렇게 무서운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떠올릴 수 있는 인간인지를 그전에 미처몰랐다. 예전엔 흥미도 없고 비위도 안맞던 잔혹한 하드고어 영화들을 몇편 꽤 흥미롭게 보았다.

 

이제보니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죽을 수 있는 온갖 순간들로 가득했다!

 

이제 내가 취해야 할 일은 좁혀지고 있었다.

 

나 자신은 보호하면서 그녀는 내 앞에서 사라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했다.

 

독극물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사인분석에 쉽게 걸릴위험이 크다.

그녀는 젊고 건강한만큼.. 질환을 의심받지도 않을것이다.

 

자살을 할만한 어려운 이유나 우울한 성격과 그녀는 거리가 멀었다.

 

영화속에서 본 무서운 사고가 그녀에게 일어나야만 했다.

 

 

이제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무시무시한 계획에 한동안 나는 떨었다. 지옥이 없을 리가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바로 나같은 인간을 위해 준비된 것이리라.

 

그러나.. 죽어서 지옥을 치루는 것보다.. 지금 당장의 현생의 지옥을 감당하는 게 더 무서웠다. 내 머리속의 무시무시한 계획에 대한 스스로의 공포를 바로 그 현생의 공포가 몰아냈다. 죽은후의 지옥? 살아서 경험할 앞으로의 지옥보다 더 무섭지는 않았다. 어차피 마찬가지였다고 여긴 것이다.

 

신이여.. 나를 지옥에 보내려면 보내라. 나는 이 현생만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쪽을 택하겠다.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현장시찰 날짜만을 기다렸다.

 

우리가 만든 프레임 디자인이 다이케스팅 머신에 로드되고.. 머신은 금속을 찍어 그 프레임을 만들어낸다.

 

바로 그 현장 학습을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이케스팅 머신을 자세히 관찰하도록 되어있는 디자이너의 학습 프로그램의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도 안전이었다. 행여 기기의 오작동이 없도록 정지한 기기조정실은 잠그도록 되어있었다.

 

나는 그녀의 현장학습날짜를 알아냈다..

 

그 공장의 현장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다. 낡은 공장의 상황에 대해서도 ...

 

조정실은 굳이 잠기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나는 월차를 낸 뒤.. 그녀의 현장학습날에 바로 그 조정실에 들어가야 한다. 내가 해야할 일은 그뿐이었다.

 

과연 성공할수 있을까?

 

내가 그곳까지 잠입하는데 실패하고.. 또 조정실문에 잠겨있다면 그 계획을 신이 저지하는 것으로 알고 포기하리라. 철저히 잠기는 문이 어느날 열려있었다.. 라는 상황은 의심받을것이 뻔하니까..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그냥 결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길을 잡았고. 운명의 그날이 됐다.

 

작업복을 입은 나는 공장내에 별로 어렵지 않게 어울렸다. 그리고 공장내 짐들을 운반하며 조심조심 움직였다.

 

시간이 되면 그녀가 나타날 것이다. 나는 그 다이케스팅머신을 지켜보며 그녀를 기다렸다. 사무실 사람 몇과 그녀가 보이자 나는 조정실을 향해 움직였다. 조정실의 컴퓨터가 어떤 오류를 일으켜야할지는 사전에 치밀하게 짜놓은 바가 있었고.. 그 부분을 담은 usb를 가진채..

 

그리고 나는 이제 조정실에 들어왔다.

 

그녀는 다이케스팅 머신에 들어가 관찰중이었다.

 

 

그리고 나는 계획을 실행했다.

 

 

 

 

 

 

 

........................................................................

 

 

그녀의 처참한 시신을 치우느라 공장은 며칠을 가동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이케스팅머신에 찍힌 인간의 시신이 무슨 꼴이었을지는 말할필요도 없는 최악의 지옥같은 광경이었을 것이다. 

조정실 컴퓨터의 오류로 사직을 당한 사람도 있었고 그는 항변했던 모양이지만 내 예상대로 회사는 자세한 조사대신 그를 잘라내는 간편한 처리를 했다.

 

조정실문이 잠기지 않았다는 것은 외부인의 잠입을 의심할 만한 문제였을텐데 회사의 윗사람들은 그런 기본적 깊이조차 갖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멍청함 덕분에 나는 안전할 것이었다. 해당컴퓨터의 오류는 조정실을 주의깊이 감독하지 못하는 그의 많은 무심태평함의 일부로 치부되었다.

 

공장의 규모는 낯설어 보이는 왠 여직원의 존재따위는 묻어줄 것이었다.

회사는 해당책임자의 오류인 것으로 사건을 정리했고.. 관련한 경찰수사같은 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나라는 대기업에 대해선 철저히 약한것이다. 유족들도 회사측이 지불하는 금액을 약속받고 입을 다문 것 같았다.

정말이지 불행하고 끔찍한 사고로 정리된 것이다. 

몇몇 신문에는 실렸지만 공중파뉴스엔 나오지 않았다. 특별히 불우한 스토리는 없던 그녀의 가정은 극적인 이야기거리를 제공할 정도의 흥미로운 소재거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회사는 해당 현장학습 과정을 폐쇄했다.

 

나는 완전범죄를 성공시킨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컴퓨터.

 

....... 그녀의 디자인 모두를 내 컴퓨터로 옮겼다.

 

보면 볼수록 너무나 멋진 작업이었다.

그녀의 아이디어 위에 내 스타일을 합성했다.

 

두사람의 장점이 한군데 모여 더더욱 멋진 결과물이 되고 있었다. 이것으로... 회사내에 불행한 사고는 벌어졌으되.. 더욱 뛰어난 디자이너를 갖게되는 건 아니겠는가. 나는 혼자 피식 미소마저 지었다.

 

그렇다. 이렇게 해서 한사람이 사라져서 비교적 다수가 긍정적 결과를 맞이한 것 아니겠는가?

 

쫓겨난 공장책임자도 이미 나이가 상당하다고 들었다. 내가 아니라도 그의 허술함은 언젠가 문제를 일으켰을 것이다. 그의 자리 하나가 사라진 만큼 누군가의 새로운 자리가 확보되었을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생태계의 사회생리적 작용인 것이다.

끔찍한 살인이라기보다.. 합리화인것이다.

 

실재론 나의 나자신에 대한 합리화라는 걸 모르지 않음에도 내 마음속은 차츰 저런 정리가 되어갔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내 마음은 나 자신도 놀랄정도로 침착하게 자리잡아 그날의 사건으로부터 거의 문제를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내 일은 더더욱 많아졌다. 상당한 재능을 가진 그녀가 그런 꼴이 된 후.. 새로운 디자이너를 구하지 못한 것이다. 일에 치여 하루하루 눈코입 뜰 새가 없었다.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에 나혼자 남아 작업을 처리하는 상황이 종종 생겼다. 바쁜 건 좋은 거라고 하지만 정말 너무나 바쁘고 정신없었다.

그녀의 컴퓨터 속엔 그녀가 만들어둔 아이디어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나는 그것들을 사용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첫번째 소릴 듣게된다.

 

언니야?

 

 

듣자마자 내 등골이 뚫리는 듯 했다.

 

즉시 주위를 돌아보았으나 아무 것도 없었다.. 불꺼진 사무실엔 나혼자였다.

 

 

경비아저씨가 아닌.. 분명.. 그녀의...?

 

 

 

그날은 워낙 일에 치인 내 정신에 들린 환청이라 여겼다.

 

두번째 소리는 더욱 자세했다.

 

아무래 생각해도 언니야. 언니 맞지? 

 

 

다시 사무실에 혼자남은 내 귀에 들린 소리였다. 그야말로 거대한 충격을 받은 내가 의자에서 튀어나듯이 일어섰다.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만 요란하게 울려퍼질뿐 사무실엔 나외엔 아무도 없었고, 나와 내 의자가 낸 소리가 그전의 무시무시한 목소리만큼이나 무섭게 울려퍼졌다.

 

 

사무실에서 더이상 버틸수 없었던 나는 택시를 잡아 집으로 돌아왔다.

 

회사의 스케줄 독촉은 대단했고 나는 작업을 계속해나가기가 매우 어려웠다.

 

나는 모니터에 다시 그녀의 작품을 불러내어 그것을 토대로 작업할 수가 없었다. 그걸 그녀가 보고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미 그녀의 작업스타일을 조금 익히고 있었는데, 이는 나에게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많았다. 내가 원래 하던 작업형태를 잊게 되거나 그 의미를 평가하지 못하게 되었기때문이다.

 

그녀의 스타일은 그녀가 아니면 할수 없는 것이고 그걸 조금 따라해본 나에겐 오히려 독이었다.

 

나는 예전보다 좀더 헤매는 디자이너가 되어 있었다.

 

 

바로 다음날 아침까지라는 초긴급 데드라인이 내게 내려졌고 나는 다시 사무실에 홀로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처해졌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라는 긴급상황이 다시 나로 하여금 그녀의 프레임들을 꺼내게 만들었다.

그동안 마음속에 살아난 의식들이 그녀의 프레임이 모니터에 펼쳐지는 순간 다시한번 확대되었다. 그리고 내 마음 속에 그것들이 노도처럼 밀려왔다.

 

진정 나는 현생의 지옥에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 뒤에 인기척을 느꼈다.

 

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대로 내 손은 작업을 계속했다. 내 뒤의 인기척의 비웃음을 느끼며 나는 다음날 몰아닥칠 독촉을 걱정하며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내 뒤에 서 있는 존재의 비웃음은 단지 느낌이 아니라 실질적인 음성으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

 

나는 그것을 못 들은 척 계속 작업에 몰두하는 척 했다.

 

 

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

 

시끄러울 지경이었다.

 

계속 무시하고 작업을 진행했다. 나에게 두려운건 네가 아니라 아침의 회사다.

 

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

 

 

내가 그 소리를 언제까지 무시하는지가 이 순간의 나의 싸움이 될 터였다..

 

 

 

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까깔깔깔깔~~

 

 

내 눈엔 눈물이 줄줄 흐르고.... 태연한척 움직이려 한 내 손가락은 이미 제대로 작업을 하는 손가락이 아니었다. 내 눈으로 보기에도 내 손가락은 작업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 대형지진이라도 내 손에만 집중적으로 발생한 듯이 와들와들 떨리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나는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그녀의 프레임을 어서 숨겨야 한다. 그러나 지금 와들와들 떨리고 있는 내 손으론 그런 동작을 하는 것조차도 무리였다.

 

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까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까깔깔깔깔~언니. 너였어. 그거 내거잖아? 

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까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까깔깔깔깔~

 

 

 

역시... 그녀는 평소에도 나를 무시하고 우습게 보고있던 게 분명했다. 넌 내손에 죽어 마땅했어.

 

나는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모니터 그녀의 프레임.jpg



 


 

 

.......................

 

 

 

 

 

사무실에 제일 먼저 온 사람은 결코 잊지못할 광경을 보고야 말았다. 불을 켜자마자 들어오는 사무실 안에는 그 사무실에서 살다시피하던 그 노처녀 디자이너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자신의 작업책상이 아닌, 방금 들어온 그를 향한 모습으로 죽어있었다.

 

그는 어떻게 하면 그런 얼굴이 될 수 있는지... 그 시신의 무시무시한 경직에 몸서리를 쳤다.

그녀의 얼굴은 이 세상의 것이 맞는지조차 의심 할만큼 무시무시하게 일그러져있었다. 평소 그리 크지 않은 편이었던 그녀의 눈은 튀어나와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의 상황으로 보일만큼 크게 뜨여.. 찢겨나온 듯 튀어나와 있었고 그녀의 입은 과연 가능할까 싶을정도로 크게 벌어져있었다. 주먹 두개쯤은 들어갈 것 같아 보였다.

 

그녀의 옆에는 그녀가 손에서 떨어뜨린 듯한 물건이 있었는데, 그것은 공장의 다이케스팅 머신 조정실의 열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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