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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게장
게시물ID : lovestory_905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거리에서..
추천 : 1
조회수 : 36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8/25 22:15:17

 


 

 

 

 

어느 날 아내가 물었다

' 오빠 좋아하는 음식 없어?? '



나는 말했다.

" 간장게장 "


' 간장게장???? '



나의 말에 아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알고 있는 거지, 내가 해산물 싫어하는걸

그럼에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간장게장이다.

 

 

 


내가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시절,


작은 거실, 나무 서랍장 위에 놓인 텔레비전을 가만히 바라보는 걸 좋아했다.

호기심이 많았던 나에겐,

화면 속 어떤 장면이라도 처음 보는 놀라운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요리를 하실 때면 내가 안아달라고 할까 봐 텔레비전을 항상 켜두셨는데,

내가 그 앞에 앉아 조용히 화면을 보면 그제서야 도마에 칼질하는 소리를 내셨다.




그러던 어느 날, 홈쇼핑에서 간장게장을 광고했다.

두 명의 쇼호스트들은 알이 꽉 찬 간장게장을 보여주며, 그것을 먹곤 맛있어하는 액션을 취했다.

어린 나는 그 장면을 보곤 벌떡 일어나 어머니에게 달려가 앞치마를 부여잡았다. 그리곤 광고를 가리키며 화면 속 간장게장을 사 달라 했다.

어머니는 미소 지어주시곤 안된다며 나를 쓰다듬어 주셨지만, 나는 한사코 떼를 썼다.




다음날, 어머니는 간장게장을 사 오셨다.

나는 전날 광고에서 보정 받아 나온 간장게장과 모습이 다른, 어머니가 사온 간장게장에 실망을 했다. 그리곤 간장게장이 먹기 싫다고 식탁을 걷어찼다. 어머니는 그런 나에게 어제 본 간장게장을 사 오지 않아 미안하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갓 성인이 된 나는, 고향에서 먼 타지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처음 하는 타지 생활과 사회생활은 너무나 힘겨웠고, 그럴 때마다 집 생각이 났지만 걱정할까 봐 먼저 전화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이런저런 안부를 물어보시곤 나에게 어떤 음식이 먹고 싶냐 물으셨다.

나는 문득 옛 생각에 간장게장이라 말했다.
내가 해산물을 싫어하는 걸 아시던 어머니는 잠시 머뭇거리시더니 알겠다며 끊으셨다.



그리고 다음날 퇴근하고 집에 가니, 문 앞에 어머니가 와계셨다. 

손에는 반찬통이 들려있었다. 

나는 무덤덤하게 인사하곤 안으로 같이 들어갔다.
어머니는 손수 된장찌개를 끓여주시곤 상을 차려주셨다. 

그리고 상위에다가 반찬통을 따셨는데, 그 안에는 간장게장이 들어있었다.
나는 말없이 간장게장을 바라보다가, 하나를 들어 한입 베어 물었다. 

그리곤 맛이 없어서 휴지에다가 뱉었다.
어머니는 그런 나에게 맛이 없냐며 걱정하듯 물었다. 

나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리곤 어머니한테 안겨서 울었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말없이 쓰다듬어주셨다.







옛 회상에 잠겼던 나는 옆의 아내의 손을 잡고 얼굴을 비볐다.
아내는 그런 나의 행동에 반대 손으로 꿀밤을 줬다.

내가 간장게장을 싫어함에도 좋아하는 건,

간장게장을 보면 떠오르는 어머니의 사랑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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