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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
게시물ID : freeboard_19249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술관소녀
추천 : 1
조회수 : 21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9/01 22:10:15

드디어 평가까지 마치고, 얼마 간의 휴가가 주어졌다.

 

어제는 도매시장을 구경가, 집안에 필요한 소품들을 사고, 아주 피곤한 몸으로 집에 와 씻고 잤다.

오늘 눈뜨자마자 너무나 쾌적해서 밖에 나가고 싶어졌다. 잠깐 카페라도 다녀오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어제 귀가해 보니 현관문에 우체국에서 등기우편을 전달 못해 다음날 다시 오겠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다른 날보다 유달리 커튼 사이로 빛났던 햇살을 보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과 달리,

우체국 소인이 찍힌 증명서류를 받기 위해 집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나의 휴일은 집에서 우체국 서류를 받기 위해 이렇게 가는구나, 생각하며 에어컨을 켜 놓고 기다리는데,

어제와 달리 에어컨 바람이 차게 느껴진다. 가을이 왔나 보다.

 

기다리던 우체국 아저씨를 만나고, 나가려고 하니, 방 안이 눈에 밟혀 청소를 좀 하였다.

이따금씩 창가에 앉아 바깥 구경도 하고, 가만히 앉아 창밖을 보며 멍 때리기도 하고,

바쁘던 날들과 그 와중에 힘써서 일과 개인적인 일 모두 완벽히 마무리했던 하루하루들과 자기관리를 위한 계획과 생각과 다음 목표들 등 추진계획이 많았던 어제보다 오늘 더 하얀 백지 상태로 감정과 고민을 모두 한번에 일시에 비우게 되었다.

 

이른 저녁, 다이소에 가서 화장실 청소에 필요한 물품들을 사고

돌아와서 문득, 지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인생승진에 중요한 시기여서 남 신경을 못 써 주기도 하고, 내가 좋은 영향만을 주고 싶어서 심적 여유가 생겼을 때여야 한다고 생각하더라도,

적어도 내가 **년쯤에는 만날 수 있겠다, 라고 말이라도 해줄 순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은 안 되더라도, **년엔 가능하다는 내 생각을 전하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은가?

상대방은 아무것도 모르고 날 원망만 하며 지낼 텐데. 라는 생각이 지금 들었다.

 

 

사실, 다이소에 걸어가는 동안만 하더라도,

그동안 내가 안부를 묻고, 상대가 좋은 조언으로 내게 답변해주던 것도, 사실 그 사람이 인품이 좋아서 그렇게 말해줬던 것뿐이지,

이미 지나가고 난 일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는데 나 혼자서만 의미를 깊게 생각하며, 내가 조금 더 성장하면, 이라고만 생각하고 있겠구나 ㅎ 라며 스스로 코웃음을 치며 걸었다.

 

 

지금 당장은 내 자신이 타인에게 민폐밖에 안 되므로,

무언가 목표가 있을 때에는, 다른 것들은 전부 방해거리로 인식되어 내가 남에게 짜증이 늘거나,

혹은 너무 신경써 주려고 하다보면 내 목표에 신경쓰지 못하게 되어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짜증을 내고 싶지 않아 멀리하고 싶었다.

 

그간 별로 그렇게 많이 안 좋아하는 사람들과 지내면 별로 신경을 덜 쓸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면 또, 그렇게 신경 안 쓰고 무신경하게 지내지 못하게 되어

잘해주고, 대화도 나누려고 하고, 내 목표에 대해서 내세우는 걸, 이사람이 방해한다 라고 생각하는 게 큰 죄악인 것 같아, 차마 내 스케줄대로 하지 못하고, (이전에, 그 소중했던 분을 보냈을 때가, 내 목표가 더 중요했었으니까. 그 실수가 아마 내 마음에 깊게 상처로 남아있었나 보다.) 맞춰주다 보니 목표도,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도 더 망가지는 듯 했다.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사람을 더 믿고 사랑스러워하는 타입의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사람을 더 함부로 대하고, 만만히 대하는 사람도 있었으니. 아마, 대부분이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내 목표가 월등히 중요하다보니, 한번만으로도 사람 파악하고 손절해내고,

웬만한 약속은 잡지 않고,

거의 모든 생활과 스케줄을 나의 컨디션과 계획에 맞추어 주변 환경을 완벽하게 만들어 놓았다.

 

집안의 습도와 온도부터, 냉장고의 먹을 것, 영양제의 정기배송 등,

모든 시스템이 거의 자동화되도록 만들어놓아, 다른 것에 신경쓸 것이 없도록,

심지어 인간관계조차도 내 입맛에 맞게 맞추어 놓아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관계들로서 완벽히 모든 환경을 갖추어놓앗다.

오히려 이제 이 환경을 벗어나면 더 피로해줄 수도 있을 정도로 정말 티끌 하나의 문제도 없이 클린한 환경으로 만들어놓았다.

 

그간 짧은 시간 안에 테스트 통과를 위해 보아야 할 어마어마한 양의 범위에,

평가기간동안 스트레스로 피부발진이 수시로 급작스럽게 찾아온 것 외에는,

 

다른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은 없었다.

 

오히려 인간관계에서 멀어지니, 스트레스도 덜해지고 좀더 유연함과 좀더 겁을 덜 먹고 내 할 말을 할 수 있는 정서적 지지기반도 마련될 정도로 오히려 정서는 안정감이 들었다. 통과 스트레스로 인한 피부 발진 외에 다른 문제거리들은 모두 없애놓았다.

 

 

신경쓸 거리들을 모두 없애놓은 상태에서, 새로운 요인이 방해로써 내 스스로 느끼지 않았으면 했다.

좀더 완성된 모습이어야 둘다 여유있게 만나기 편할 거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이 있다는 것 정도는 말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이런 생각을 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분은 가끔,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조언들을 전해 듣고는,

그것을 자기에게 적용시키기도 하는 편이어서,

내 말을, 사실 내가 남에게 조언할 때 나와 같은 마음은 아니지만 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서 조언해줄 때에도 있는데,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내 마음과 같다고 생각하고 더 상처받는 것 같았다.

 

지금이라도 그게 아니라고

상처받지 말라고

말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이런 용기가 어디서 났는지도 신기하지만,

나를 위해서라고 생각했을땐, 내가 끝까지 제멋대로인 것만 같아 말할 생각을 못 했었는데,

그가 계속 상처받고 있지 않게 하기 위해서, 너무 나중에 되어서 말하면 그 기간만 더 길어지게 된다는 생각에,

적어도 이런 계획이 있다고만

말하는 것 정도는 괜찮다, 그를 위해서,

라고 생각을 하자 번뜩 용기가 났다.

 

이건, 용기 내기 전 마지막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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