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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하는 이야기와 연명하고싶은 속마음에 대한 이야기.SSul
게시물ID : humordata_18791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현장노동자
추천 : 9
조회수 : 135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0/09/26 00:28:25

별스럽지 않은 하루라도 보내보겠다고 여기저기 일도하고
돌아다니다가 전철타고 집에 드나드는 날이 한 2주째 지속되고
있다. 그래. 뭐라도 해야 살지. 밥은 먹어야 할거아냐.


그래 고기도 좀 사먹어야 하고 담배도 피워야 하고 가끔
술이라도 한잔 하려면 벌어야지. 그런 자본주의적인 마음으로다가
접근하니 생각보다 밖에 나가는게 어렵진 않았다.

아귀씨. 당신은 틀리지 않았어요.

 

 

 

 

 

 

 


오늘의 이야기는 전철과 노약자석 외

 

 


내가 타는 3호선 전철은 간혹 듣는 1,2호선 전철의 서사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안되는 수준이지만 빌런은 어디에나 있고 히어로
공권력의 존재가치는 그런데서 발현되는 것이다.


왜이렇게까지 이야기하냐면,
퇴근길에 지하철을 타고오는데 내가 서 있던 자리는 노약자석 옆
문이였다. 평소와 다른점이라면 노약자석 오른쪽 끝에는 누가봐도
30세 미만의 젊은 여성이 앉아있었다는거다.

 

 

모르겠다. 노약자석 자리가 비어있으면 아무나 앉...는거 맞나?
불법은 아니고 권장사항인정도로는 알고있다.
아무튼 음. 그럼 나도 앉아갈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는데
통념상 별로 좋은소리를 들을것 같진 않아서 그냥 서가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소심하다.

대충 생각의 시간이 흐르고 나는 아트오브워를 하면서 에잇 이놈의
쓸모없는 두억시니같으니 하고 울고있는데 추정 30대 미만 여성의

바로 옆칸에 어떤 할아버지가 앉더니 나지막히

'ㅆ발년'

이라고 중얼거렸다.


그 소리를 못들었을리가 없는데 여자가 왜 안쳐다봤을까?
아. 여자는 아이팟을 끼우고 있었다. 오케이.
그런데 할아버지가 가만히 있더니 이제는 대놓고 들으라는 듯

'ㅆ발년 저런년은 사타구니를 찢어야하는데 외국년마냥 머리는
노랗게 해가지고 어쩌고'

 

 


뒤에 어쩌고라고 이야기를 흐린건, 내용은 똑똑히 기억하지만
요새 사탄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걸 체감할정도로
차마 입에담지못할 이야기들을 늘어놨기 때문이다.

사타구니 이야기는 애교축에 들어갈 정도의 험한말을
점점 데시벨을 높여가며 이야기하니 이제는 온 전철안의
사람들이 다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서두에 깐 이야기가 그거다. 노약자석에 젊은사람이
앉은게 그정도로 죽일일인가 하는것.

 

 


여자는 자기한테 하는 이야기인가 싶었는지 아이팟을 뽑았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ㅆ발년 돈많아서 그런거 쓴다고 자랑이나 하고
나도 돈많아 어쩌고'

여기서의 어쩌고도 사탄일자리 창출을 위해 언급하지 않는 것 뿐이다.
아무튼 여자는 사색이 되어 다음칸으로 도망갔고 할아버지는 이제
혼자 떠들기 시작하더니 날 쳐다보며 '안그래요?' 하는거다.

난 잠깐 그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고

'거 할배요 다좋은데 입은 좀 닫읍시다 공공장소에서 증말'

하는 말이 튀어나오려다가 3호선 막말노인 묻지마 살인 피해자는 30대 무직 모씨'

이런 제목으로 다음날 YTN뉴스에 나오긴 싫었다.

사람일은 모르는거니까.
그래서 대신 '말걸지마십쇼' 하니까 그냥 조용해졌다.

 

 

사람 일이란게.

'학생. 여기는 노약자석이고 물론 학생이 앉아도 되지만 노인이나
불편한 사람이 오면 비켜주실 수 있어요?' 라고 이야기했으면
좋게 끝났을거고 음 아주 교양있는 분이군. 하며 뭇사람들이 좋은
내색도 했을텐데, 굳이 육두문자와 저주를 퍼부어가며 이야길 했어야
했나 싶다.

하긴 이상론일 뿐이지.

 

 

 

 

 

#2

 

 

글을 쓰면서 느껴지는 감정을 케릭터가 처한 상황에 고스란히
담는 편이다. 그래서 감정이입을 좀 심하게 하는데, 때로는 울기도 한다. 예전에 허영만 작가님이

식객이라는 만화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자기 글을 보고 울면 삼류작가라던데...'

하면서 말끝을 흐리시던 어떤 만화의 후기. 그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내 글을 보면서 나는 잘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생각해보니까 나는 사실 어느것에도

잘 울고 잘 코를 삼켰다. 최근에 참 많은 일들에 울고 콧물을 짜곤 한다.

 

아주 최근엔 '우리는 형제입니다' 라는 영화를 봤는데 아는 사람은 아는 그 장면에서 정말 많이 울었다.

그것도 술을 마시면서 이씨 내가 왜울어 하면서 엄청 울었다. 새삼 그러고보니 나이를 먹는다는게

느껴진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 성숙해 진다는 것과, 나이를 먹어 청승맞아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나는 전자쪽은 아니다. 청승맞아지는건 꽤 가슴아픈 일이다. 울지 말아야 할 일과 가슴이 찡해지지 않을 일에도

찡해지곤 한다. 그것은 누가 막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가슴시리다.

 

다만 2평짜리 골방에 누워 창문만 열어놓은 어느 맑은 날에 구름 지나가는 바람소리와 선뜻 손내밀던

가을냄새를 알아차렸을 때 눈물이 나서 참을 수 없었던 건 쓸데없이 먹은 나이에 설탕처럼 들이부어진 청승때문이다.

달콤하고 죄책감 드는 맛. 안아주고 싶은데 그러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그거 왜 넣어. 라고 핀잔주면서도 내심 나쁘지는 않은데 언젠가는 나에게 분명히 독으로 돌아올 것 같은 그것.

 

이 가을 잦나무같은 청승이여. 내 너를 어찌 해야 할꼬.

 

 

 

 

 

 

 

 

#3.

 

 

일을 나가지 않는 날에는 골방에 누워 먼지낀 방충망 너머로 높은 가을하늘을

자주본다. 거기에는 새소리와 아직 계절분간도 못하고 간혹 울어제끼는 여름벌레들의 소리가 사은품으로

들어있다. 가을이라 쌀쌀하고, 옷깃을 여미는 사부작 사부작 소리들도 들려온다.

나는 그것들을 값을 제대로 지불하지도 않은 채 가만히 누워 듣는다.

 

오늘 방이 아주 더럽다는걸 느꼈다. 그래서 청소기도 돌리고 바닥도 마포걸레로 닦았다.

그리고 또 거기에 누웠다. 간만에 깨끗해진 방에 누워있으니 잠이 아주 잘 왔다.

여전히 먼지낀 방충망 너머의 희미한 가을하늘은 나의 가슴에 높은 산처럼 멀어보였다.

저 가을의 끝자락 하늘을 잡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생각이 정리되고 난 후에 나는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갔다.

담뱃불을 붙인 채 빨지도 않고 가만히 물다가 들어왔다. 새소리와 풀벌레소리 그리고 왁자지껄한

내가 모르는 사람소리들이 여전히 들렸다가 멀리로 사라지길 반복했다.

 

음.

나는 외로운걸까. 아니면 힘든걸까.

이젠 그런것도 잘 모르겠다.

첫번째 파트를 쓸 때까지만 해도 나는 맨정신이였다.

그런데 한잔 두잔 마시면은 마음한구석 피어오르는 요상한 기분때문에 이 문단을 쓸 때 쯤에

나는 지금 술에 취해있다.

아 그래서 글이 그렇게 중구난방이구나.

 

 

 

허허 실실 웃으며 잠이나 자고 싶은 날들이여.

넌 대체 언제 철이 들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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