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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그만두고 취직을 했고 대충 그런 이야기.ssul
게시물ID : humordata_18826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현장노동자
추천 : 14
조회수 : 2800회
댓글수 : 60개
등록시간 : 2020/10/27 08:21:48

 

 

 

 

 

1.

 

 

손에 잡힌게 무슨 뿌리같은건지, 돌같은건지 알 길이 없다.

근데 그게 뭔지 중요하지는 않다. 다만, 일단은 기어올라오는 중이라는거다.

 

그게, 사실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몇 번의 자살시도와 술에 절어 살던 날을

타개하고 땅끝에서부터 기어올라오는건 생각보다 쉬운일은 아니다.

일단 내 앞에 산적한 문제들이 너무 많다.

 

숫자 0을 포함해 8자리에 달하는 빚도 해결해야 하고, 인생이 열받아서 셀프로 쳤다가

깨진 어금니 수리한 자리에 박아넣을 임플란트 비용도 마련해야 한다.

 

 

죽는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리고 사는건 생각보다 쉽다.

 

매번 죽을 생각을 하고 옥상에 올라가거나, 절벽같은데 뭐 그런데 가거나

죽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그렇게 죽으면 개웃길거야 하면서 피식거리다가

밤에는 또 울고불고.

막상 계획을 실행하려고 해도, 무서워서 못하겠더라.

모든걸 다 내려놓고 죽는과정은 생각보다 힘들고 이렇게 힘들걸 선택해야

했던 사람들은 대체 인생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그런데,

모든걸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아 ㅈ된건 내인생이지 나 자체는 아니잖아' 하고

눈을 감은채 담배 하나를 피우니 세상 모든 일들이 갑자기 꿈처럼 가볍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뭐랄까.

 

ㅈ된거야 그게 크냐 작냐에 따라 다를 뿐이지 언제는 안그런적 있었냐 싶기도 하고,

그래도 살다보면, 야 그때는 개ㅈ같았는데 지금은 걍 ㅈ같네 그때보단 낫다. 할 날이

올거라고 믿기도 하고.

 

누구는 몇억씩 빚을 지고도 정신차려보니 다갚았답니다 하는 사람들 많던데 난 최소한

그사람들보다 0 하나는 빼고 시작하는거니까 10배는 좋은 조건에서 시작하는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고.

 

 

또 하나 죽을 수 없는건,

게임은 여전히 재미있고 피자는 여전히 맛있다.

내가 죽더라도 그런, 세상이 만들어놓은 즐거움들은 여전할 테지만

내가 죽는다고 하면, 세상이 만들어놓은 즐거움들은 나에겐 없겠지.

 

그래서 나도 좀 few 하게나마 즐겨보다가 제명대로 가는걸 꿈으로 삼기 시작했다.

 

당신이 죽는다면 이 세상은 혼돈에 빠집니다. 당신이 죽는다면 이 세상은 슬픔에 잠겨요.

라고 말해줄만한 그정도 영향력을 가진사람은 아니다 분명 나라는 존재는.

길가다 치이는 NPC 1,2 정도에 불과하다. 마왕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해오는 용사를 박수로

맞이하는 군중들 틈사이에 껴서 '뭣이여 저게 용사여? 뭔 보이지도 않는구만' 하고 집에나

돌아갈 정도의 포지션이다.

 

그렇지만 내가 그정도 영향력이 없다고 겨울 붕어빵을 누릴 가치조차 없는정도의 놈인건 아니다.

 

참고로 붕어빵은 슈크림이 진리다. 이 글의 취지는 팥이냐 슈크림이냐를 따지는 글이 아니므로

반박시 붕알못.

 

 

 

 

 

1-2.

 

 

그래서 다시 취직을 했다.

여 하나 썰고, 여 하나 썰고 하는 고기집에 취직했다.

당장은 바닥이나 닦는 신세지만 언젠가 저 칼을 잡고 고기를 썰게 될 날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 직장 꽤 좋다고 생각한다. *punch-line* 왜냐하면 평생 먹어본 소고기보다 더 많은

소고기를 거의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공짜로. 하하 부럽지롱.

 

 

 

 

 

 

2.

 

 

세상은 대충 분노에 가득차 있고 나는 그 분노의 사이를 왔다갔다 하느라

일정부분 정신없을때가 많다. 그게, 나는 좀 둔감한 편이다.

예를들어 유튜버 이모씨 뭐 대충 김모씨 블라블라 이런 사람들이 뒷광고를 하고

뭐 어쩌고 음주운전을 하고 아이고 너무 많아서 뭔소리가 누구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그런 기사를 접하면 '아. 그래요? 거 ㅈ됐네 그양반'

하고 만다. 애초에 내친구도 아니고 내가 아는 사람도 아니니 뭐 굳이 내가 거기가서

댓글을... 왜?

 

물론,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려는 목적은 없다. 왜냐하면, 그건 그사람들이 가진

정의표출의 방식이다. 그런데 나는 그사람들하고는 관념적으로 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냥 안하는 것 뿐이다.

 

그런데 가끔 드는 생각은 유명인의 몰락이 하나의 컨텐츠로 자리잡는 기분이다.

텔레비전에 내가나왔으면 정말좋겠네 춤추고 노래하는 예쁜 내얼굴. 그정도 개념만

가지고 사는 내 입장에서 보면, 누군가는 춤추고 노래하는 예쁜 내얼굴을 바라볼 아주 조금의

시간조차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싶기도 하다.

 

혹자들은 이런 내 말에 대해, '그사람이 어떤 죄를 지었는지 아느냐' '너는 범죄자를 두둔한다'

라고 하며 흠 최악의 경우에는 나도 NPC1에서 교수형대나 단두대에 올라선 마녀로 전직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좀 두근대긴 하는데.

 

설레서 그런건 아니고 내가 부정맥이 쬐까 있는모양인듯.

 

 

문제는 그거다. 나는 나의 잘못에 대해서도 굉장히 관대한 사람이지만

타인의 잘못에 대해서도 크게 잘못이라고 여겨보는 일이 잘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예전에 오버워치라는 게임을 하면서, 그런 경향이 없어지고 저 코코볼새끼가 내마음을

쥐뜯는구나 하면서 팀탓 남탓을 하게 되니 그마저도 그만두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이도저도 아닌 인간으로 남아있나보다.

누군가를 열정적으로 미워해본적도 좋아해본적도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전-----모씨와 노-----모씨는 죽어 마땅한 인간들이 맞다.

그건 용서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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