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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분자의 논리
게시물ID : freeboard_19384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행발
추천 : 0
조회수 : 19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11/15 19: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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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인간은 본능적으로 한 사람이 가진 여러 가지 이면들의 경중을 따져서 그 사람을 정의 내리고 한 종류로 분류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 때 한 이면이 도드라지면 분류가 쉽다. 반면에 인간에게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사실, 즉 인간 내면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일과 사건을 중심으로 그 점을 따로따로 분리하여 한 사람을 생각하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여기서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보자.

마음속에 떠오르는 몇 명의 범죄자가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미워하는 일은, 할 수 있는 게 없는 제3자가 피해자를 위로하는 면목없는 묵념 같은 것이기도 하다. 미워해야 마땅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이면을 알게 되는 것은 참으로 찝찝하고 더럽다. 이러한 생각이 드는 것은 이 생각의 주체가 단순히 감정에 치우치거나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극단적인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의 이면을 봐주어야 한다는 데에까지 나아갈 것도 없이,이면의 맞닥뜨림 자체에도 가치가 없고 무려 쉽게 분류해버려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면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고 싶지 않다.

이면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사람은 악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범죄자의 이면'이라는 주제를 떠올렸을 때 그 생각의 범주가 전자에 속하였는가 후자에 속하였는가? 우리는 이면을 범죄자의 인간성 또는 자신의 도덕관념에 연결시키며 입체성의 존재와, 범죄가 일어나는 순간이 아닌 다른 날의 그들을 마주할 때 그들이 종종 어떤 순간에는 지극히 평범할 수 있다는 사실에도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범죄자를 미화하거나 옹호하지 않은 체로도 인간과 사건에 입체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지 않아도 된다.이면의 존재 이유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타인이 존재하는 삶을 사는 한 어떠한 사람에게도 어제와 오늘이 있으며, 그들이 한 가지 이상의 평가 가능한 자아를 내보이며 살아가게 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에 있기 때문이다. (범죄자의 가족을 떠올릴 것도 없이, 평범하게 식료품을 사 가는 그들에게 거스름돈을 거슬러 준 슈퍼 주인, 공중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넘어질 뻔한 그들을 보고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은 행인 1 을 떠올리면 된다. ) 이면의 존재 사실을 안다는 것은 범죄자의 사연과 사정을 바라보는 것과는 다르다.

이면을 포함하는 입체성은 '이면'을 받아들이는 방식에도 존재한다. 존재하고 있는 여러 가지 이면의 경중을 따져 사람과 사건을 정의하고 즉각적으로 분류하는 것과 이면들이 경중을 지닌 채로 내면에 양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어떠한 의견을 관철하고 싶다는 생각, 또는 한 사람의 종류를 내가 아는 종류의 것으로 분류하고 싶고 또 분류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일으키는 불편함과 이내 이어질 분류를 통한 그 갈등의 쉬운 해소 모두는 종종 사람과 세상의 복잡성을 단순화시킨다. 경중의 차이가 있는 의견이 양립 가능함을 이해하는 것은 (그것이 게으름과 용기 없음으로 인한 판단의 유보가 아니라면) 우리에게 타인 혹은 자아에 대한 평가를 포함한 인간 내면, 세상, 사상, 사건 등을 즉각적으로 분류하지 않아도 될 가능성을 제시해 주며 이른 결정과 정의 내림으로 인한 추가적인 생각과 의견을 차단하게 되는 참사, 또 그로 인한 후회나 실수가 내면에 빚어내는 더 많은 참사를 막을 수 있게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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