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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이사나가는데 마음이 안좋네요
게시물ID : freeboard_19502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서쪽6번가
추천 : 5
조회수 : 27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1/19 14:40:43

10년동안 살았던 아파트인데 아마 제 인생에서 제일 마음편하게 있던 집이 아니였나 싶네요.

 

어릴때는 아버지가 지은 큰 건물에 산 적도 있지만 그땐 너무 어릴때라 그게 좋은건지도 잘 몰랐고 집안이 쫄닥 망해서 친척집 전전하다 아버지가 명의변경해서 남겨둔 땅 팔아서 전세로 들어갔던 아파트 그집도 좋았지만 거긴 오래 살질 못했습니다. 제가 타지방으로 대학진학을했어어서...

 

어머니랑 집안식구가 있는 돈 없는돈 다 끌어모아 차린 커피숖은 처음에는 장사가 잘되었지만 원두수급이 어려워지면서 결국은 완전히 쫄닥 망하고 제 인생에서 가장 비참한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과수원에 딸린 돌집으로 차도 잘 안다니는 산중에 있던 집인데 나중에 어머니가 고백한 바로는 거기는 수도가 안들어와서 집에 나온 물은 농업용수였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제 피부는 1년 거기 사는 동안 아주 아토피와 습진에 약한 고약한 피부로 변했습니다.

 

거기서 몇년 고생하다가 친척할아버지가 지은 빌라에 싸게 10년동안 살았습니다. 거기도 층간소음으로 대판 윗집과 싸우기전까지 평온하게 잘 지낸것 같습니다.아랫집사람이 반응하자 윗집 중학생놈이 악마로 변하더군요. 마치 게임처럼 생각하는것 같았습니다. 결국 큰 싸움이 났고 집주인 친척할아버지는 그냥 집주인이더군요 저희편 들어주시도 않았습니다. 배신감을 좀 느꼈죠. 그래도 친척지간이고 이 땅에 빌라를 지으라고 조언을 해준것도 우리 어머니였다고 하던데...

 

홧김에 10년회사다니고 나오면서 받은 퇴직금, 몸 아파서 받은 보험금 죄다 몰아서 새로 지은 빌라를 샀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내 이름으로 된 집을 샀을때도 그때는 기분이 정말 좋질 않았습니다. 뭔가 홧김에 저지른 일이라... 역시 기분은 예지력이 있는걸까요? 잘못지은집을 샀습니다 주방쪽에 쪽문이 단일창으로 되어있어 겨울 칼바람불기시작하면 대책없이 우풍이 들이닥쳤습니다. 도저히 여기선 못살겠다 싶어 손해를 보고 넘기고 들어온 곳이 이 10년분양전환임대아파트입니다.

 

예...그 문제가 되었던 10년분양임대에 제가 살았었습니다. 여기도 집값이 2배정도 뛰었습니다. 뭐 대통령이 공약을 못 지킨거 원망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여기 살았던 사람들 탐욕스러운 사람들 없습니다. 전부 다 몰라서 10년분양임대주택들어온 사람들입니다.우리 친구들도 제 편안들어줍니다. 계약서 잘 안 본게 내 죄라고...(니들도 부동산계약서 작성할때 돋보기로 약관 하나하나 잘보거라 친구놈들아)

 

이런저런 아픔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 곳이 제가 살았던 곳중에 제일 마음 편안히 있던 곳 같네요. 이 동네에 미련이 남아 걸어서 5분거리에 빌라로 이사를 갑니다. 2룸짜리 엘리베이터도 없는 빌라인데 그 사이 임대료가 어마어마하게 올랐나봅니다. 그냥 이 곳에 10년만 살면 내가 가진 돈이 다 없어질 판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뭐라도 안 할수가 없는 처지지요.

 

여기 살면서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따고(따자마자 바로 다음해부터 부동산이 폭락해서 개업도 못했습니다) 작가가 되어보겠다고 시나리오랑 소설도 써보고(학교2년선배가 어느날 갑자기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이 되어 있길래 나도 될 줄알고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 했지만 역시 이 쪽은 제길이 아니였나 봅니다. 코로나 잠잠해지면 작은 식당이나 해보려 합니다.

 

주저리주저리 글이 길어졌네요. 이삿짐이나 마져 싸야겠습니다. 뭔가 새로운 것에 마음이 불안해지는것은 이제 나이가 들어 그런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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