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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악몽
게시물ID : panic_1021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젤넘버나인
추천 : 17
조회수 : 1628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21/02/09 17: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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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잿빛 악몽

 

 

고열에 시달리는 어린 딸을 보다 못한 남자는

 

딸을 안고 마을의 의사를 찾아

 

눈보라 휘몰아치는 밖으로 나섰습니다.

 

 


 

남자의 집에서 마을까지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허벅지까지 쌓인 눈은 남자의 두 다리에 무쇠를 달은 듯

 

남자를 더욱 지치게 하였고

 

시야를 온통 잿빛으로 물들이는 거센 눈보라에

 

남자는 방향감각마저 잃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눈보라를 헤치며 나아가던 남자는

 

자신이 이 잿빛 악몽 속에서 길을 잃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매섭게 휘날리는 눈보라는

 

남자의 드러난 살을 면도날처럼 스쳤고

 

귓구멍을 파고드는 거친 바람에 섞여든

 

남자의 절망 가득한 신음은

 

남자의 애타는 마음과 영혼을 좀 먹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옷깃을 쥔 딸의 손길을 느낀 남자는

 

힘이 닿는 한 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때

 

쌓인 눈 위로 솟구쳐

 

남자의 바짓가랑이를 붙드는 창백한 손에

 

남자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눈에 반쯤 파묻혀

 

남자를 올려다보는 소년을 발견한 남자...

 

 


 

 

하얗게 눈 서린 속눈썹 뒤로

 

거울을 보듯 절망 가득한 소년의 두 눈과 마주친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소년에게 손을 내밀었고

 

소년을 눈 속에서 일으켜 세우려는 순간

 

난데없이 눈보라 속을 뚫고 나타난 한 노인...

 

 


 

 

혹독한 겨울을 닮은 노인의 잿빛 두 눈은

 

무언의 경고를 담아 남자를 노려보았고

 

올라간 입꼬리는 냉소로 가득했습니다.

 

 


 

 

그냥 가시게...

 

 


 

 

노인이 말했습니다.

 

 


 

 

그 아이를 두고 떠난다면

 

마을로 향하는 길을 알려줄 테니

 

그냥 가시게...

 

 


 

 

노인의 제안이

 

남자의 마음 그늘진 곳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났고

 

남자는 하마터면 소년의 손을 놓을 뻔했습니다.

 

 

 

 

 

하지만

 

어찌 이 어린 생명을

 

죽게 내버려 둘 수 있단 말인가...

 

 

 

 

 

소년을 들어 딸과 함께 가슴에 품은 남자는

 

그대로 노인을 지나쳐

 

눈보라 속으로 발을 내디뎠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허리춤까지 쌓인 눈 속에서

 

남자의 기력이 바닥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맹렬한 추위는 배가 되어

 

남자의 심장을 얼어붙게 하였고

 

그나마 남자의 심장에 온기를 불어넣던

 

두 아이의 체온도

 

밤하늘 구름 뒤의 별처럼 희미해지고 있었습니다.

 

 


 

 

남자의 양 볼에 흘러내린 눈물마저

 

지독한 추위로 금세 얼어붙었고

 

절망과 후회에 잠식되어 허우적거리던 남자...

 

 

 

 

 

순간

 

차갑게 식어가던 가슴팍에서 열기를 느낀 남자는

 

소년의 몸에서 빛이 나는 걸 보았습니다.

 

 

 

 

 

소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어찌나 환하고 따스하던지

 

남자는 절로 눈이 감겼습니다.

 

 


 

 

남자가 눈을 뜨자

 

찬란히 빛나는 후광을 등에 업고

 

허공에서 남자를 향해 미소 짓는 여인과 마주친 남자...

 

 


 

 

여인의 손에 들린 노란 미모사 꽃을 본 남자는

 

여인이 봄의 여신이라는 사실을 대번에 깨달았습니다.

 

 

 

 

 

그대의 선행으로

 

가혹한 겨울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

 

선한 이여 복되어라...

 

 


 

 

봄의 여신이 말을 마치자

 

무서운 기세로 몰아치던 눈보라가 멈추었고

 

잿빛 음울하던 하늘도

 

어느새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로 바뀌었습니다.

 

 


 

 

쨍한 하늘 아래 남자는 보았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곳

 

마을의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안녕하세요. 바젤입니다.

밤길이후 거의 두 달만의 업데이트입니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11월 중순부터 폐렴을 앓으시던 어머니가

 

폐렴이 급속히 악화하여 12월 말에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에 입원하셨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폐이식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셨고

 

정말 위급한 상황에서 공여자분께서 기적처럼 나타나셔서

 

17일에 양쪽 폐를 이식받으셨습니다.

 

지금은 일반병실로 옮기셔서 회복 중이십니다.

 

 

저희 어머니를 살리시고 떠나신 천사님(공여자분)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저 또한 제가 뇌사 상태에 빠지면 다른 분들을 살릴 수 있도록

 

장기 기증 등록을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어머니 일로 너무 힘드셨는지

 

가족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126일 위암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가족이 걱정할까 봐 혼자 수술실에 들어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정말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휴가를 갔다 오신다고 하시길래

 

어머니가 아픈데 무슨 휴가냐 생각했던 제가 정말 바보였습니다.

 

다행히 조기 위암이라 항암치료를 안 받으셔도 되고

 

아직 식사를 잘하시진 못 하지만 건강하십니다.

 

 

어머니는 수술받으시고 근육이 다 빠지셔서 아직 걷지를 못하십니다.

 

아직 미열도 있으시고 거대세포바이러스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셨지만

 

분명히 다 이기시고 건강한 모습을 되찾으시리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제 긴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시간이 되신다면 저희 어머니의 회복을 위해 기도 한 번만 해주시면

 

정말 너무너무 감사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음 이야기에서 또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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