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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생각이 나서 써 보는...
게시물ID : freeboard_19571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술관소녀
추천 : 1
조회수 : 29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21/03/25 10:46:32

옛날 이야기.

 

이제는 말해도 될 것 같아서 적어본다.

 

아버지께서 원하셨던 금액은 사실 그리 많지 않은 금액인, '전세금 1억'이었다....다만 대출없이.

 

1억을 가져오면, 나머지 금액은 아버지가 부담해서, 집 한 채 매매나 전세로 들어갈 만하게 남자친구가 가져오는 돈 보다 많이 해서 집을 구해주고, 그 안에 들어갈 물건도, 결혼식장을 계약하고 결혼식을 하는 비용도 아버지가 내는 조건이었다.

 

다만, 대출없이 1억을 그 남자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버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젊은 나이에 순수 1억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을리 만무하다고 당연히 생각하였고, 부모가 자식 결혼에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1억 정도는 아버지가 그 집에 크게 바라는 금액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말 간소하고, 아버지가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내는 것을 선뜻 먼저 제안하는, 결혼 준비였다.

 

다만, 대출 없이 1억을, 당장 있지 않으면,

당장에 헤어져야만 하는 조건이었다.

 

 

내가 이 사람보다 늦게 취직하였지만, 내가 연봉이 더 많으니, 내 연봉에 더불어 추가적인 근무를 더 하면, 그 1억쯤은 금방 채워질 것 같았다.

 

남자친구는 이를 몰랐다.

나는, 아주 조금, 그저, 그쪽 부모님께서는 우리 결혼에 어느 정도 되는지, 당신이 가지고 있는 돈은 어느 정도 되는지 물어보기만 했을 뿐이었다.

남자친구를 통해 들은 대답으로는, 천만원, 그리고 조금 더 안되겠냐고 물었을 땐 오히려 절반을 깎아와 오백을 보태줄 수 있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남자친구에게서 들었다.

사실, 남자친구의 정확한 연봉은 듣지 못했다. 그저, 최저시급 정도로 받는 고졸 기술자임을 알고 있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붙고도 가지 못하고, 일선에 취직하여 일하면서도 선한 성품으로, 그다지 돈쓰는 취미도 없이 지내고 있기에, 마냥 내가 더 버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

 

결혼 준비할 때가 되어, 연봉을 물으니, 말을 하지 않고 피하는 모습이었다. 얼마를 벌고, 남은 돈은 어디에 쓰는지, 그걸 말하는 것이 곧, 경제권을 뺏기고 용돈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자신은 용돈 받지 않고, 각자 적금을 들고, 정액식으로 넣고, 나머지는 쓰고싶은대로 쓰고 살고 싶다고 했다. 월급을 받으면, 기름값과 밥값 외에, 추가적으로 누군가에게 사주는 밥값, 조카들 용돈 등을 내 눈치 안 보고 주고, 남 사줄 돈 정도는 넉넉히 가지고 다니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연봉을 높이기 위해 이직한 외국계기업은, 정규출근시간보다 모두들 출근시간이 더 일렀고, 점심시간엔 해외지사와 원격회의를 하며 서브웨이로 식사를 대신하고 저녁은 컵라면을 먹고 야근을 했다. 주말엔 식사와 커피를 겸하는 레스토랑의 주방에서 식재료를 다듬고 설거지며 잡일을 하며 일했다. 여러 편한 알바들, 깨끗하고 고급진 아르바이트보다 주방 찬모가 제일 시급이 높았다.

나의 하루에 여가시간이 딱 1시간 남았다. 그 1시간 동안 씻고 자면, 곧바로 회사로 갈 출근시간이 되었다.

 

회사에서 매일 법인카드로 택시를 타고 집에 오는 날이 많았다. 그시절에는 문자로, 그분이 내게 언제오냐고 오늘도 늦냐고 문자를 보내면, 나는 진땀을 흘리며 옆자리 직원들의 눈치를 보며 야근할 것 같다고 답장을 보냈다.

어느 날 퇴근 후에 집에 와, 구두를 벗고 스타킹 신은 오피스룩 그대로 그사람에게 가 보니,

그사람은 얌전하게 앉아서 케로로 피규어를 만지고 있었다.

 

"ㅇㅇ씨, 이거 ㅇㅇ씨 닮았죠?^^ ㅇㅇ씨 보여주려고 만들었어요.^^" 저는 술이나 담배도 안 하고, 돈 드는 취미도 없고, 게임도 ㅇㅇ씨 싫어해서 하루 20분만 하고, 피규어 9,900원짜리 하나 샀어요."

 

라고, 건전한 취미라며, 날 기다리는 동안 내가 보고 싶어서 날 닮은 피규어를 산 거라며, 배 나오고 팔다리 가는 게 나 같다며 팔다리를 삐걱삐걱 만지며 보여주는데,

 

나는 거기서 그만 가슴이 차갑게 식었다...

 

"예쁘네요.^^ 잘 만들었네요.^^"

 

라고 웃으며 그를 칭찬했지만,

내 마음 속에는, 나는 한 끼 식사도 아껴가면서, 하루종일 나를 위해 쓰는 돈은, 모두 우리의 집을 얻기 위한 돈으로, 계속 저축에 들어가고 있는데, 이 분은 내가 일하고 있는 동안 자기 힐링 하고 있었구나.... 만원..

 

지금 생각하면 그 만원은 정말 껌값도 안 되는 가벼운 돈인데, 그때에는 만 원으로 그사람에 대한 마음이 식을 정도가 되었다.

곧이어 난,

학사로 끝난 내 학업의 연장에 대한 아쉬움이 갈망하게 되었다.

 

'이돈... 나도 나를 위해 쓰고 싶어. 이대로 내가 100% 투자해서 내 돈으로 집을 얻기엔 내 청춘이 아까워... 난 아직 공부할 수 있어. 지금 결혼하기 위해 내 미래를 포기하고 이 돈을 전부 내 미래와 바꾸기엔 아까워. 이 돈으로 내 인생, 학업을 연장하는 데 쓰고 싶다.'

 

라고, 내가 밥먹는 돈조차 아껴가며 잠자는 시간 외에 전부 일한 돈으로, 집을 구하는 데 쓰고 싶지 않아졌다. 아버지가 원했던 결혼 준비금 대신에 내 인생에 쓰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피규어를 보고....

 

내가 야근하는 동안, 그는 많이 심심했을 것이다.

길게 적으면 괜히 성품 좋은 그 사람의 점수를 깎는 것 같아서, 짧은 에피소드였지만 오픈채팅에서 알게 된 여성과 내가 없는 사이 통화내역이 51분, 30분, 1시간30분 정도....연인이 할 수 있는 통화시간 기록이 남아있었다. 여성은 이 남자와 만날 생각을 하고, (실제로 만났을 지도 모른다.) 내 남자친구는 외로움을 그렇게 달랬던 듯 하다.

 

여자에게는, 그사람의 휴대폰으로 카톡으로 말을 걸었다. 여자아이는 고등학생이었고, 첫 카톡 메세지로 '지은양...' 이라고 내가 그이의 휴대폰으로 카톡을 보내자,
잔뜩 심술난 말투로, 칫 왜 갑자기 말걸어요? 치...나빠...ㅜㅜ 이런 식으로 토라지면서 서운한 감정을 애교있게 내비쳤다.
나는 적당한 장문의 메세지로, 결혼을 준비중인 현재의 여자친구이며, 같이 살고 있다, 아버지의 허락을 받기 위해 조금만 더 돈을 모으는 중이다, 이건 우리의 웨딩촬영 사진이고, 이분은 여자친구가 있는 분이니, 앞으로 지은양이 공부에 전념했으면 한다고 정중히 메세지를 보냈다. 이 일은 남자친구의의 객관적이고 합당하고 마음에 드는 사과로 뒤끝없이 종결되었다.

이 남자를 내가 내 욕심에 데려왔으니, 내가 돈 아끼고 싶어서 햇빛 안 들고 넓기만 한 저렴한 원룸에, 내가 그 사람과 매일 같이 있고 싶어서 원룸 하나 구하자고 제안해서 귀한 남의 집 아들을 내가 데려와서 누추한 곳에서 지내게 한 게 미안했다.

 

 

여고생 때에도 화난 적이 없었지만,

9,900원짜리 피규어를 보고 나는 마음이 식었다.

 

그후 직장에서 마주친 대학생이 외모가 내 이상형에 가까웠다.

점점 더 어느순간 일하러 나가는 게 내 남자친구가 보기에 내 일상이 심상치 않아 보였나 보다.

집안에서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꾸밀 일이 없는 주말 알바에, 화장을 하고 치마를 입고 꾸미고 나가기 시작하면서, 그는 남자의 촉을 보였다.

 

나는 솔직하게 다 말했다. 주말에 일하러 가는 곳에, 아주 가끔 보이는 남자가 있는데, 과잠바를 입고 다니는 것만 봐서, 이름은 모르고 대학생인 것만 안다. 대화를 해 본 적은 없다. 주기적으로 보인다.

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는 알바를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매일 같은 시간 일어나고, 하루 1시간 생기는 여유시간에 씻고 잠드는 규칙적인 생활이 이젠 아무렇지 않게 익숙했고, 돈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악착같이 성실히 일한 덕분에 회사와 주말 직장 어느곳에서든 금세 다크호스가 되어 있었다.

언제 집에 들어오냐고 회사에 있는 내내 한 시간 간격으로 문자 보낼 땐, 내가 누구때문에 돈 벌려고 야근하고 회사에 목메는데.... 라는 원망스러운 생각도 들었었다.

 

 

자긴 돈 필요없다고 나랑 둘이만 살면 된다고 소리지르는데,

차마 아버지가 당신한테서 돈을 받아오지 못하면 헤어지라고 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내가 잘 달래줄 뿐이었고,

그사람도 공격적인 성격이 아니라서, 소리지르는 것조차 호소하듯 하소연하듯 '전 돈 없어도 돼요 ㅠㅠㅠ같이 있어요.ㅠㅠㅠ' 이렇게 매달리는 정도였다.

 

 

그리고, 그 남자의 촉이 맞다고 남자 스스로 느낀 순간,

그는 나에게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고,

나는 미안하다는 대답으로, 정리가 되었다.

 

 

나는 더 이상 돈 생각하며 하고 싶은 것을 아끼기보다, 나도 남들처럼 낮에 봄바람 쐬며 데이트도 하고 싶었고, 예쁘게 꾸미고 나가고 싶었다.

그리고 이 돈을 나 혼자만 모으는 것도 힘들었고, 답도 안 나왔다.

아버지의 헤어지라는 경고성 발언들을 계속 문자로, 전화로, 사정을 설명해가며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빚쟁이들한테 사정하듯이 아버지에게 사정하고 설득하는 일도 그만하고 싶어졌다. 나도 청춘들처럼 그저 연애하고, 결혼 생각 안 하고 살고 싶어졌다.

 

그는 내 이런 마음을 전혀 모른 채 헤어졌다.

단순히 다른 남자에게 정이 가, 자신을 버리고 봄바람 타듯 설레게 한 그 묘령의 남자와 더 가까워지고자, 헤어진 그것으로 끝난 줄 안다.

내가 계속 아버지께 사정하며, 고통을 혼자 감내해가며 돈 벌려고 애쓴 그 시간들의 이유들은 잘 모른다. 내가 말한 적이 없다.

 

 

사실 아버지가 말한 금액이 그리 큰 금액도 아니었다. 다만 몇 개월만에 나 혼자 준비하기엔 조금 버거웠을 뿐.... 대출 없이 1억이었으니까. 그 사람 이름에도, 내 이름에도, 대출이 되어 있으면 안 되었다. 현금 1억을 준비하기 위해 발바닥에 불이 나게 일했다.

 

헤어진 후 곧장 아버지는 내게 집을 해 주었다.

이 넓은 집을 얻으려고 내가 그렇게 고생을 했거늘...

그사람 없이 이 집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에, 혼자 허망했다.

아버지를 거역할 수 없다는 것도 잘 배웠다.

 

 

 

대학생 남자와 사귄지 6개월이 되었을 때에, 그분에게 연락을 해서 통화를 하다가 울었다.

그분은, "남자친구가 잘해줘요...?" 라고 물었다.

잘해주긴 하는데... 라고 대답하자, 그럼 그사람 만나요. 하며 나를 달래주고 있었다. 문장으로 쓰니 비아냥같지만, 그분은 내심, 계속 자기에게 돌아오라는 메세지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나는 대학생 남자친구가 나에게 득도 되지 않고, 그렇다고 이렇다 할 극단적 단점도 없어서, 그사람이 생각난다는 이유로 헤어지기엔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에게 양심상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여, 새로 사귄 남자친구가 딱히 단점이 없단 이유로, 장점도 없으면서 헤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몇 번의 연애를 더 거치면서, 사람에 대해 배우고, 진짜 진상에 대해 배우게 되면서,

이제 나이도 더 많이 들고 내 커리어와 목표도 어느정도 가지고 안정을 되찾아, 그분께 연락을 할까 망설이던 순간에, 남자친구가 생겼다.

 

몇번의 추가적인 연애로, 진상은 대화로 해결되지 않으니 바로 헤어지라는 내 나름의 결론을 얻었고, 그 남자에게 이제는 가야겠다고 마음을 가지려던 찰라에 만나게 된 이성이라,

조금이라도 그 남자보다 못하다거나, 진상의 특성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만 하면, 불같이 화를 내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콕콕 짚어 알려주었다.

헤어질 뻔한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죽어도 이 남자는 나와 헤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내 눈에 보기에는 그때 만난 남자친구보다 훨씬 못하는데,

이제는 나도 남을 기다려주거나 인자하게 들어주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기에 헤어질 생각도 이제는 어렵지 않게 머릿속에 고려하면서 대화를 하는데, 쉽게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

 

 

전에 그분이 말했던, "지금 남자친구가 잘 못해줘요...?" 라고 했을 때,

그 당시에는 그 남자친구가 사실 잘 못해준 게 맞았는데, 딱히 극단적인 단점이 없어서 나는 잘해준다고 말한 것이었다.

 

지금은 연인의 행동이 뭐가 잘못되었는지, 잘하고 있는 건지 구분할 수 있어서, 이 남자와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 나름의 기준을 잡아두고(물론 그 앞에 수많은 진상들을 거치며 알게 된 진상 패치) 있는데, 지금 남자는 고쳐가면서 나와 안 헤어지려고 한다. 심성이나 성품은 그 남자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이 남자는 안 헤어지려고 나에게 노력을 한다.

 

그렇기에, 그 예전에 통화하면서 울었던 당시의 "지금 남자친구가 잘 못해줘요...?" 라는 질문을 지금 내 스스로에게 해 본다면, 대답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그때의 대학생 남자친구는 노력하지 않았으니, 그때 당시 그가 질문했을때, 나는 잘 못해준다고 대답했어야 맞았고, 지금은 같은 질문을 했을 때에, 그 사람의 질문의 의미대로 지금 남자친구의 행동을 보면, 잘해준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지금 이 사람은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헤어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른 그 앞의 이성들은, 금방금방 헤어지거나, 아니면 자기 오기로 안 헤어지면서 자기가 을 되어서 차이는 게 싫어서 자기가 찰 상황이 되어야 떨어져나가는 진상뿐이었는데,

이 사람은 자기가 고치면서 안 헤어지려고 노력하니,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헤어지기가 쉽지 않겠다..

 

 

삶의 중요한 순간순간들이 있을 때마다, 항상 그가 떠올랐고, 몇년 전까진 내 삶의 중요한 순간순간마다 그분께 연락하여 소식을 전했고, 그분도 자신의 소식을 전했다.

아버지도 이제 예전같지 않게 내가 설득을 다 해놓았지만, 또 헤어질 원인이 생길까봐 겁이 나는 리스크가 늘 생각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중요한 순간순간에는 그에게 의견을 묻고 싶다.

 

아버지도 이제 예전같지 않아졌다. 그런 아버지를 보니 그에게 의견을 나누고 싶어져서, 이제는 말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되어 써 보는 글이다.

곧 지금 남자친구의 생일이 다가오고, 곧 다가올 1주년에 손수 접은 장미꽃과, 스펀지밥 캐릭터로 케이크를 직접 만들고 손수 접은 장미꽃을 접어서 상자에 담아줄 생각을 하니,

이런 아기자기하고 여성스러운 선물을 바란 건 그였는데, 라는 생각에, 마음을 정리하듯 쓰고 싶어졌다.

그에게 못해준 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에게는 한번도, 그런 장미꽃 접기 같은 예쁘장한 선물 대신에,

초콜릿도 만들어주는 것 대신에, 고급스럽고 비싼 초콜릿을 기성품을 사서 원없이 먹을 수 있게 기성품을 사서 줬다.

그는 비싼 것과 상관없이 다른 남자들이 자기 여자친구한테 손수 만든 초콜릿을 예쁜 리본이 달린 상자에 담아서 받은 것을 자랑하는 것을 보고 왔는지, 자기도 그런 거 받고 싶다고 했고, 예쁜 도시락도 받고 싶다고 했지만,

나는 집안 살림을 똑부러지게 잘 해놓을망정, 그런 예쁘장하고 손 많이 가는 선물을 해 주는 여자들은 일 안 하고 돈 벌지 않는 여자들이 시간 남아서 하는 거라며, 더 비싼 걸로 초콜릿 장인이 만든 걸 줘야 내가 해준 것보다 맛있는 거라고 비싼 초콜릿을 사서 돈으로 해결하는 게 더 책임감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도시락도 너무 원해서 겨우 한번 해주었지만, 그조차 시간 내에 만들지 못해, 결국 집에서 도시락을 다시 분해해서 먹은 게 다였다.

 

그랬었는데, 지금 남자친구에게 장미꽃을 접어서 1주년 선물로 줄 생각을 하고, 스펀지밥 케이크를 만들어 줄 생각을 다 하니,

나도 그때에 비하면 많이 유해지고, 이런 거 만들 마음의 여유도 생겼구나, 라는 생각에 그분이 받고 싶어했던 게 생각나 미안해진다.

 

 

 

지금 남자친구는, 의견을 구하고, 의지할 정도는 아니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 대신, 특히 돈에 대해서, 내 경제관념대로 따라준다. 만나면서, 지혜를 구하고 싶을 때마다 외로움이 사무쳤지만, 현재로썬 그저 노력하고 있으니 지켜만 본다.

확실히 그래도 정신력은 강한 사람이라, 그 점은 마음에 든다. 정신건강이 가장 중요한데, 이 소양이 안 받쳐주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물론, 정서적 측면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지혜로워서 따라올 자가 없었지만...

지금 남자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어, 연애의 즐거움 외에, 인간적인 스며듬을 조금씩 보이고 있다. 가끔은 나에게 처신을 더 잘할 때도 있어서, 어떤 부분은 그사람을 넘기도 하고, (지금껏 뛰어넘었던 사람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 그사람보다 모자란 구석도 있어서,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사람은, 자기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먹여살리겠다는 정신력과,

나 닮은 딸을 낳고 싶다고 매번 노래를 부르는 것.

아이를 가지고 싶어하는 것이 마음에 든다.

 

나는, 내 애를 갖고 싶어하는데,

이 사람은 '당신 닮은 딸' 이라며 꼭 나를 닮은 여자아이로 갖길 원하는 것을 보니, 정말로 나를 통해서 가정을 이루고 싶다 (단순히 가정을 이룰 여자를 찾는다와 느낌이 달리) 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심상치 않다. 쉽게 안 헤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정말 좋은 사람일지 더 고민을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물론, 이런 점에서, 이 사람이 좀 나은 사람이라는 것은 알겠다. 그렇게까지 자기를 고쳐가면서 안 헤어지려고 하는 것도 느낌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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