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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하루 종일 마음에 금이 갔다
게시물ID : lovestory_915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6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4/06 18:02:38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이건청, 사막에서




낙타야, 낙타야 목마른

낙타야, 너는 사막에 갇혔다

모래 길 먼 길 네가 가는 길

밤새도록 바람 속에

산 하나가 쌓인다. 산 너머

더 큰 산이 가로놓인다. 낙타야

너는 사막에 갇혔다. 별도

없는 사막, 모래 바람 속에

부동의 자세로 서 있다

긴 눈썹을 내리깔고 서 있다

숨도 멈춘 채 꼼짝 못하고 서 있다

낙타야, 너는 사막에 갇혔다

 

 

 

 

 

 

2.jpg

 

이시영, 백로(白露)




떠도는 것들이 산천에 가득 차서

거적때기 같은 것으로 서로의 발을

덮어주며

잠든 것이 보이고

잠 못 들어 뒤척이던 인부 둘이서

두런거리며 그곳을 빠져나와

어디론지 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3.jpg

 

김광균, 다시 목련




사월이 오면

목련은 왜 옛마당을 찾아와 피는 것일까

어머님 가신 지 스물네 해

무던히 오랜 세월이 흘러갔지만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잔디잎이 눈을 뜰 때면

어머님은 내 옆에 돌아와 서셔서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신다


하루아침엔 날이 흐리고

하늘에서 서러운 비가 나리더니

목련은 한 잎 두 잎 바람에 진다


목련이 지면 어머님은 옛집을 떠나

내년 이맘때나 또 오시겠지

지는 꽃잎을 두 손에 받으며

어머님 가시는 길 울며 가볼까

 

 

 

 

 

 

4.jpg

 

정일근, 그 후




사람 떠나고 침대 방향 바꾸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

이불과 베개 새것으로 바꾸고

벽으로 놓던 흰머리 창가로 두고 잔다

밤새 은현리 바람에 유리창 덜컹거리지만

나는 그 소리가 있어 잠들고

그 소리에 잠깬다, 빈방에서

적막 깊어 아무 소리 들을 수 없다면

나는 무덤에 갇힌 미라였을 것이다, 내가

내 손목 긋는 악몽에 몸서리쳤을 것이다

먹은 것 없어도 저녁마다 체하고

밤에 혼자 일어나, 열 손가락

열 발가락 바늘로 따며

내 검은 피 다시 붉어지길 기다린다

이별은 언제나 예고 없이 온다는 것을

어리석은 사람은 어리석어 잊고 산다

어리석어 내 생을 담은 한 잔 물이

잠시 심하게 흔들렸을 뿐이다

단지 그것뿐이다

 

 

 

 

 

 

5.jpg

 

김영태, 새




가까워지다 보면

다시

날아가는 새

하루 종일 마음에 금이 갔다

할 수 없이 금이 간 곳에

날아와 정지해 있는 새

몸 전체가 비어 있는

이 가을

나에게 와서 금 긋고

나같이 조금 망가진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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