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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이
게시물ID : readers_355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낮에나온달
추천 : 1
조회수 : 25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1/04/08 23: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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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는 잠수부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사람이었던 것을 건져내는 잠수부다.
오늘도 바다를 유심히 보고 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떠오르질 않았다.
단지 파도만이 잠잠히 밀려올 뿐

어차피 바다는 그리 쉽게 내놓는 놈이 아니었기에 나는 느긋하게 마음을 먹었다.
떠오르기만 한다면야 내 수중에 300만원 정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300만원이면 적은 돈은 아니었다. 
처음 선배에게 꽤 큰돈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네 목숨 값도 포함된 가격이라 생각하라 했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바다란 놈은 누구보다 변덕쟁이였고 자칫 잘못해서 삐끗했다간 
나처럼 지금은 노련해진 잠수부 역시 죽는 게 십상이었다.

그리고 처음 익사체를 보고 나서 나는 이 일의 대가로 
300만원이란 돈이 턱없이 적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우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모습을 본다면 그게 얼마나 멍청한지 알게 된다.
얼마나 끔찍한지 아무리 가족이고 소중한 사람이었어도 보게 된다면 기절할 만큼 끔찍하다.

300만원의 10배를 받는다해도 나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이 일을 추천하지 않을 것이다.
그 끔찍한 모습은 지금까지도 적응하지 못했고 밤에 가끔 악몽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결혼도 하지 못했고 독방에서 비명을 지르며 깨는 일도 흔했다.

300만원을 벌면 꽤 큰 비중이 술값으로 나갈 것이다.
그 끔찍한 모습을 잊는데 술은 꽤나 좋은 친구였다.
물론 그렇다고 나아지는 건 없었지만 그래도 망각엔 꽤나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처음 이 일을 했을 때만 해도 300만원을 전부 술값으로 날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지만
지금은 그나마 나아진 편이었다.

바다에서 다시 잠잠히 파도가 밀려왔다.
바다를 보는 게 지루해진 나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낮은 절벽 하나가 나처럼 담담히 바다를 보고 있었다.
다이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환호할 만큼이나 멋진 장소지만
나에게 묻는다면 참으로 역겹기 짝이 없는 장소라 대답할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때문에 사라졌을 텐데 태연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저 절벽의 모습을 보고있자면 나는 소름이 돋을만큼 무서웠다.
물론 저 절벽도 그런 걸 원한 건 아닐 테지만 어쨌거나 저 절벽 아래 수심은 무척이나
깊고 소용돌이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떨어진다면 대부분 죽는다 봐야 했다.

그리고 나의 일은 그렇게 죽은 사람들을 건져내는 것이었다.

오늘도 일거리가 하나 생겼다.

담담한 모습으로 날 찾아온 유족은 며칠 전 실종된 남자의 시체를 건져달라 했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좋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번엔 확실히 자살로 몬 것이 틀림없다 생각했다.

보통 울며불며 찾아달라 말하는 유족과 달리 태도가 너무 담담했고 
죽은 시체라도 찾고 싶다는 사람들과 달리 유족들은 당당하게
그래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소리를 했다.

뭐 나에게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유족들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돈에 눈이 멀어버린 장님이지만 
남편, 또는 아빠였던 사람을 보고 나면 눈을 뜰 거라고, 죄책감이란 놈이...
그래서 난 그 유족들을 속으로 이렇게 불렀다.

심봉사

그리고 나에게 의뢰하는 사람 중엔 그런 심봉사가 꽤 많다.
이 절벽은 자살 명소로 유명했고 
물에 빠져 죽으면 타살인지 자살인지 사고사인지 밝히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이 잔인한 바다에게 별명을 붙였다.

사람이 미끄러지는 물, 인당수(人蹚水)라고

그리고 그렇게 빠져죽은 사람들을 보며 나는 속으로 이렇게 불렀다.

심청이

돈에 팔려 바다에 빠져버린... 그리고 지금 심청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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