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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꿈
게시물ID : panic_1022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ong
추천 : 9
조회수 : 136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5/05 10: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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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전 예전부터 꿈을 꿀 때 아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구나하고 자각을 할 때가

가끔 있었습니다이 때도 그랬습니다.

저는 아무도 없는 무인 역에 혼자 있었습니다. ‘꽤나 음침한 꿈이구나.’ 하고 서있는데

갑자기 생기 없는 남자의 목소리로 안내방송이 흘렀습니다.

 

 

전철이 들어오고 있습니다이 전철에 타게 되면 당신은 무서운 일을 겪게 됩니다.

 

 

기이한 안내방송이었습니다잠시 뒤 전철이 도착했습니다그것은 전철이라기보다는

유원지에서 볼 수 있는 원숭이열차 같은 것이었는데얼굴색이 안 좋은

여러 명의 남녀가 일렬로 앉아있었습니다.

 

 

전 정말 별난 꿈이구나하면서도 내 꿈이 내 자신에게

어느 정도 공포심을 줄 수 있을지 시험해보고 싶어져서 타보기로 했습니다.

정말로 무서워서 못 견디겠으면 눈을 뜨면 되니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전 스스로 꿈을 꾸고 있다는 자각을 하고 있는 때에 한해서

자유롭게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전 뒤에서 세 번째 자리에 앉았습니다주변에 뜨뜻한 바람이 느껴졌고

이게 정말 꿈인가 싶을 정도의 생생한 현장감이 있었습니다.

 

 

출발하겠습니다

 

 

안내방송이 흘렀고 전철이 출발했습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저는 불안과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전철은 역에서 빠져나가더니 바로 터널로 들어갔습니다.

보라색 불빛이 터널 안을 기괴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전 생각했습니다.

 

 

이거어렸을 때 유원지에서 탔던 스릴러 카에서 본 풍경하고 똑 같네.

이것도 원숭이열차인 걸 보면어차피 내 기억 속에 있는 장면이 보이는 것일 뿐이잖아.

이게 뭐가 무서워.’

 

 

그때 또 다시 안내방송이 들렸습니다.

 

 

다음은 회 뜨기……회 뜨기입니다.

 

 

생선?......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들렸습니다.

뒤를 돌아보자 전철 가장 뒷자리에 타고 있는 남자 주변에

넝마 조각 같은 걸 걸친 네 명의 난쟁이들이 모여있었습니다.

자세히 봤더니 남자는 칼로 몸을 난자 당해 있는 것이

정말로 생선 회처럼 되어있었습니다.

 

 

지독한 냄새가 퍼지면서 남자는 계속 귀가 아플 정도의 비명을 질렀습니다.

남자의 몸에서 차례로 내장이 쏟아져서는 피범벅이 되어 굴러다녔습니다.

제 바로 뒤에 앉아있던 안색이 안 좋은 긴 머리 여자는

바로 뒤에서 그 난리가 나고 있는데도 가만히 앞만 바라보면서

신경도 안 쓰는 듯 했습니다.

저는 생각도 못했던 상황에 놀라서 이게 정말로 꿈인가?’하는 느낌에 무서웠지만

조금만 더 상황을 지켜보고 눈을 뜨기로 했습니다.

 

 

맨 뒷자리의 남자는 어느 샌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하지만 검붉은 피와 살점 같은 것들은 자리에 남아있었습니다.

뒷자리의 여자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정면만 보고 있었습니다.

 

 

다음은 도려내기……도려내기입니다.

 

 

다시 안내방송이 흘렀고 이번에는 두 명의 난쟁이가 나타나

끝이 포크로 된 스푼을 꺼내어 뒤에 앉아있는 여자의 눈을 도려내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전까지 멀쩡하게 앉아있던 여자는 그 고통에

고막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러댔습니다.

눈알이 빠져 나와있었습니다피와 땀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전 너무 무서워져서 앞쪽으로 몸을 웅크린 채 떨었습니다.

 

 

이제 한계라고 생각했습니다더는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순서상 다음은 제 차례였습니다.

전 이제 꿈에서 깨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도대체 나에게는 어떤 방송이 나올 것인지

그것만 들어보고 꿈에서 도망치기로 했습니다.

 

 

다음은 저민 고기……저민 고기입니다.

 

 

최악의 방송이었습니다무슨 꼴이 날 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신을 집중하고 꿈에서 깨어나려고 했습니다.

 

 

깨어나자……깨어나자……깨어나자……’

 

 

평소엔 이렇게 정신을 집중하면 꿈에서 깨었습니다그러나 그때

-~’ 하는 기계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번에는 난쟁이가 제 무릎에 앉아서는 괴상한 기계를 제게 들이댔습니다.

나를 다진 고기로 만들기 위한 기계라는 생각이 들자 무서워진 저는

 

 

깨어나라!……깨어나라!……깨어나라!……깨어나라!……’

하고 눈을 질끈 감은 채로 강하게 빌었습니다.

위이잉~’하는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얼굴에 바람이 느껴졌고

이제 죽었구나.’하고 체념하려던 순간에 주변이 조용해졌습니다.

겨우겨우 악몽에서 빠져 나온 것이었습니다.

온 몸이 땀으로 흥건했고 눈에선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습니다.

 

 

전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 물을 벌컥벌컥 마신 뒤에야 겨우 진정이 되었습니다.

무시무시하게 리얼하긴 했지만 어차피 꿈인데 뭐….’ 하고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다음 날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에게 전부 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재미로 들을 뿐이었습니다어차피 꿈이기 때문입니다.

 

 

그 뒤로 4년이 흘렀습니다.

대학생이 된 저는 그 악몽에 대한 것은 까맣게 잊고

아르바이트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밤갑작스럽게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다음은 도려내기……도려내기입니다.

 

 

그 부분부터였습니다전 바로 그 꿈이다!’하고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두 명의 난쟁이가 뒷자리 여자의 눈을 파내고 있었습니다.

전 얼른 정신을 집중하고

 

 

깨어나라!….깨어나라!….깨어나라!!….’

하고 빌기 시작했습니다그런데 꿈에서 깨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깨어나라!....깨어나라!....깨어나라!!......제발!!......’

 

 

다음은 저민 고기……저민 고기입니다.

 

 

절망적이었습니다. ‘위이잉~~!’ 하는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제발!....깨어나라!......깨어나라!......제발!....깨어나!!......’

 

 

순간 조용해졌습니다어떻게 간신히 도망쳤나 보다 하고 눈을 뜨려던 그 순간

 

 

또 도망치는 겁니까……? 다음에 다시 보게 되면 그때가 마지막입니다……”

하며 안내방송의 그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눈을 뜨자 꿈에서 완전히 깨어 있었고 제 방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들었던 그 안내방송은 분명 꿈이 아니었습니다.

현실로 돌아와서 들은 말인 것입니다.

도대체 내가 뭘 어쨌다는 건지……

 

 

그 뒤로 지금까지 그 꿈을 또 꾸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다음에 또 꾸게 된다면 분명심장마비나 다른 어떤 이유로

죽게 될 거라는 걸 각오하고 있습니다.

이쪽 세상에서는 심장마비겠지만……저쪽 세상에서는……다진 고기입니다.

출처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pluskym&logNo=150188415513&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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