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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숨을 멈춰도 끊어지지 않는다
게시물ID : lovestory_917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9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5/08 22:14:55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박후기, 엄마와 곤란




엄마가 나를 낳을 때의 고통을

나는 모른다

나를 낳은 후의 기쁨도

나는 모른다


아픈 나를 바라보던

엄마의 고통을 나는 모른다

내가 퇴원해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울다가 웃던 엄마의 기쁨을 나는 모른다


나는 언제나

엄마의 고통이거나 기쁨이었으나

시간이 흘러

엄마가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

나는 그것을

아주 곤란한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2.jpg

 

김경미, 전대미문(前代未聞)




그녀가 떠났다

그가 떠났다


독사진 속으로 구급차가 들어간다

눈동자가 벽에 가 부딪힌다

방석이 목을 틀어막는다

안개가 촛불에 제 옷자락을 갖다 댄다

우편배달부가 가방을 찢어버린다

가로수가 일제히 자동차 위로 쓰러진다


숨을 멈춰도 끊어지지 않는다


누가 누구와 헤어지는 건

언제나


전대미문의 일정이다

 

 

 

 

 

 

3.jpg

 

허연, 밥




세월이 가는 걸 잊고 싶을 때가 있다

한순간도 어김없이 언제나 나는 세월의 밥이었다

찍소리 못하고 먹히는 밥

한순간도 밥이 아닌 적이 없었던


돌아보니 나는 밥으로 슬펐고

밥으로 기뻤다

밥 때문에 상처받았고

밥 때문에 전철에 올랐다

밥과 사랑을 바꿨고

밥에 울었다

그러므로 난 너의 밥이다

 

 

 

 

 

 

4.jpg

 

이면우, 밤 벚꽃




젊은 남녀 나란히 앉은 저 벤치, 밤 벚꽃 떨어진다

떨어지는 일에 취한 듯 닥치는 대로 때리며 떨어진다

가로등 아래 얼굴 희고 입술 붉은 지금

천 년을 기다려 오소소 소름 돋는 바로 지금

몸을 때리고 마음을 때려, 문득 진저리치며 어깨를 끌어안도록

천 년을 건너온 매질처럼 소리 안 나게 밤 벚꽃 떨어진다

 

 

 

 

 

 

5.jpg

 

심재휘, 옛사랑




도마 위의 양파 반 토막이

그날의 칼날보다 무서운 빈집을

봄날 내내 견디고 있다

그토록 맵자고 맹세하던 마음의 즙이

겹겹이 쌓인 껍질의 날들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마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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