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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어느덧, 내 사랑 이리 되었구나
게시물ID : lovestory_917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5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5/09 19:03:29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박소란, 주소




내 집은 왜 종점에 있나



안간힘으로

바퀴를 굴려야 겨우 가닿는 꼭데기


그러니 모두

내게서 서둘러 하차하고 만 게 아닌가

 

 

 

 

 

 

2.jpg

 

이성복, 만남




내 마음은 골짜기 깊어 그늘져

어두운 골짜기마다 새들과 짐승들이 몸을 숨겼습니다

그 동안 나는 밝은 곳만 찾아왔지요

더 이상 밝은 곳을 찾지 않았을 때

내 마음은 갑자기 밝아졌습니다

온갖 새소리, 짐승 우짖는 소리 들려

나는 잠을 깼습니다

당신은 언제 이곳에 들어오셨습니까

 

 

 

 

 

 

3.jpg

 

박라연, 그래서




무심도 하셔라

불구덩이에 던져놓고 어찌 이리도 태연하시나


하늘이 나의 애인이었던 적이 없다. 그래서


불타는 귀와 눈과 입을 꺼내어 호미든 칼이든

낫이든 만들어야 한다

 

 

 

 

 

 

4.jpg

 

박철, 여백




어둠을 밟으며 책장이나 넘기다가

되잖은 버릇대로 여백에 몇 자 적다가

아 시립도서관서 빌려온 책 아닌가

화들짝 놀라니 해가 떴다

식어가는 어깨 너머 창밖을 펼치는데

아 내가 그제 헌책방서 산 거지

두 번 놀라자 속이 쓰렸다

어느덧, 내 사랑

이리 되었구나

 

 

 

 

 

 

5.jpg

 

박성현, 우체국

 




엽서를 쓰고 우표를 붙였다

짧고 가는 문장이 두 줄로 포개져 있었다

읽을 수 있을까, 이 비틀거리는

새의 말을 쓸쓸한 발톱이 휘갈겨 쓴

마음의 잔해들을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을 따라갔다

가다 멈추고 공원 근처

가까운 편의점에서 생수와 빵을 샀다

벚나무 아래 나무의자에는 녹지 않은 눈이 가득했다

녹을 수 없는 눈과

녹지 않는 눈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엽서를 꺼내 그 두 줄의 문장에서

희고 간결한 새를 꺼내 날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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