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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현상’과 ‘낡은 이준석’
게시물ID : sisa_11745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arcy
추천 : 1
조회수 : 70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1/06/08 21:5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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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이준석 현상’과 ‘낡은 이준석’

김민아 토요판팀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이준석 현상’을 둘러싼 담론이 넘쳐난다. 딱히 새로울 것 없는 개인적 생각은 보태지 않겠다. 이준석의 말과 행적만 짚어본다. 국민의힘 대표 당락과 무관하게 그는 한국 정치의 주요 변수가 되었기에.

이준석은 ‘공정한 경쟁’으로 여기까지 왔나

2019년 이준석이 펴낸 대담집 제목은 <공정한 경쟁>이다. 그는 이번 당대표 경선에서도 ‘능력주의’에 근거한 ‘공정한 경쟁’을 역설한다. 근거는 자기 자신이다. “실력으로 과학고를 갔”으며 “국가장학금으로 하버드를 다녔”다는 것이다.

김민아 토요판팀 선임기자

김민아 토요판팀 선임기자

그는 중학교를 서울 목동에서 나왔다. “친구들 대부분이 같은 아파트에 살았다. 같은 학원에 다녔고, 똑같이 교육열이 대단했다. 오직 공부로 서열이 매겨졌다. 지금 생각하면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이었다.” 급우들끼리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와 같은 해(1985년) 태어난 사람들 가운데 목동 수준의 교육환경을 누린 이는 소수다. 오로지 “실력”으로 과학고에 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준석은 어릴 때 싱가포르에서 산 경험이 있다. 하버드대 진학은 그 시절 닦은 영어 실력과 무관할까. 이준석은 대학생 때 유승민 의원실 인턴을 했다. 그의 아버지는 유 전 의원과 경북고·서울대 동문이다. 정치 입문 과정에 대해선 스스로 고백했다. “대선 주자(박근혜)의 호출을 받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고위 당직을 맡아 정치에 참여하는 기회는 흔히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다. 앞으로 다시없을 파격적인 정치 입문 방식이다.”

이준석은 ‘팩트’를 말하는 합리주의자인가

“제게 중요한 가치는 합리주의입니다. 과학을 공부하면서 저도 모르게 제 몸에 밴 정신 같아요.”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서 제 몸에 자리잡은 가치는 효율성, 공정성 이런 것들입니다.”

이준석은 자신이 과학도이며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했음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합리주의자·실용주의자 이미지를 얻고자 한다. 이준석은 그 연장선상에서 여성 할당제 폐지를 주장한다. “할당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남성은 더 많은 소외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지금은 할당제가 한시적인 법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그들(여성)에게 혜택을 주는 법이 되었잖습니까.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라든지….” 양성평등채용목표제는 공무원 공채에서 특정 성별이 선발예정인원의 30%에 미달할 경우 추가 합격시키는 제도이다. 인사혁신처가 지난해 9월 공개한 ‘2020 공공부문 균형인사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5~2019년 이 제도의 혜택으로 추가 합격한 사람은 국가직(중앙부처)의 경우 남성 175명·여성 139명, 지방직(지자체)의 경우 남성 1029명·여성 248명이다. 남성 수혜자가 여성보다 많다. 최근 추세를 보면 이 제도는 사실상 ‘남성할당제’로 기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우리 민주국가들의 힘은 여성들의 최대 참여에 기반한다”며 “우리는 양국 모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성별 임금 격차를 좁혀나가기 위한 모범 사례들을 교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준석은 ‘누구’를 대표하나

“청년, 여성, 호남 할당제를 하겠다는 공약에 여의도에 익숙하지 못한 어떤 보편적인 청년과 어떤 보편적인 여성, 어떤 보편적인 호남 출신 인사의 가슴이 뛰겠습니까?”(당대표 출마선언문)

이준석은 자신을 ‘보편적인 청년’의 대표자로 매김한다. 그러나 보편적 청년 다수는 이준석처럼 살지 않는다. 수많은 청년이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간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씨, 평택항에서 사망한 이선호씨가 그랬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라고 모두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 것도 아니다. CJ E&M PD이던 이한빛씨는 장시간 노동과 부당한 업무 강요에 죽음으로 저항했다. 최근 네이버·카카오 등 IT 대기업에서도 직장 갑질 등 노동인권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이준석은 이런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세대 내부의 계급 격차는 감추고 젠더 문제는 부풀린다. 이준석은 ‘보편’을 대표하지 않는다.

 

‘이준석 현상’은 낡은 정치, 늙은 정치에 대한 분노가 빚어낸 ‘문제적 사건’이다. 그러면 이준석은? 분노가 폭발하는 지점에 서 있었던 건 그의 절묘한 행운이다. 하지만 분노의 에너지를 변화와 혁신으로 승화시킬 만한 철학과 사유, 정직성과 일관성이 있을까.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6072037005&code=990100#csidxd10379ebfb2d22bb8671600576b094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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