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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식당
게시물ID : panic_1023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12
조회수 : 163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6/17 21: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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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한번 생각해봐.

아무도 안오는 시골 촌구석에 호수가 있는데 거기에 작은 식당이 하나 있는거야.

얼마나 분위기가 좋겠어?

운치있는 통나무 집에서 호수를 보면서 느낌있게 식사를 하는거지.

그리고 그집 메뉴!

주인 아저씨 솜씨가 진짜 엄청 좋대.

손수 기른 야채랑 신선한 재료들 가지고 하루에 딱 한테이블치 요리를 만든다는거야.

프리미엄중에서도 이런 프리미엄이 없다?

5성급 호텔따위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야 진짜 넌 운좋은거야.

나아니었음 누가 이런 끝내주는델 찾겠어?“

운전을 하던 나는 옆에서 떠드는 친구녀석의 말에 한숨을 쉬며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간은 저녁 여덟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자칭 미식가라 칭하는 친구놈이 며칠동안 엄청난 곳을 발견했다며 설쳐대는 통에

억지로 이 먼곳까지 오게 되었다.

한시간이면 충분할거라는 녀석의 말과 달리 벌써 두시간 반째 밥도 못먹고 운전중이다.

배가고파 휴게소나 편의점에서 뭐라도 주워먹으려 했지만 친구는 기겁을 하며 말했다.

“미쳤어? 조금만 참으면 끝내주는 것들을 먹을텐데 고작 이따위것들로 배를 채우겠다고?

생각해봐. 큼지막한 생선에 살을 싹 발라내놓고 가볍게 양념을 한다음에 오일을 살짝 뿌려가지고 오븐에서 천천히 굽는거야.

노릇노릇하게 익은 생선에 젓가락을 가져다 대면 겉은 바삭바삭 거리고 또 안에 속살은 부드러운게... 와... 이건 진짜 못참지.

딴반찬은 필요도 없이 흰쌀밥에 탁 올려서...“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하고 빨리 가자. 배고파 죽겠다.”

벌써 수십번이나 들었던 말이기에 재빨리 끊고는 서둘러 달려왔지만

어느새 식사시간을 훌쩍 넘긴 상태였다.

조금 짜증이 났지만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녀석의 찬가는 멈추지 않았다.



“와. 거봐 내말이 맞지? 이건 그냥 그림이야.

경치 진짜 끝내 준다. 근처엔 아무것도 없고 이 식당만 딱 하나 있어.

우리나라에 이런데가 있었네.“

호숫가에 자리한 통나무집을 보며 설레발을 치는 친구의 말이었다.

평소에 조금 과한 표현과 텐션을 가진 친구였지만 이번엔 나도 어느정도 수긍할 수 있었다.

해가 벌써 져서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달빛에 비친 호수와 통나무집의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은은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자자! 그럼 끝내주는 호수를 감상하면서 환상적인 요리를 먹으러 가보실까?”

신이나서 움직이는 친구를 따라가는 나도 조금은 기대감이 생겼다.

“어서들 오게. 먼길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우선 앉아서 시원한거 한잔씩들 하고.”

자리로 안내하며 시원한 물을 내주는 주인 아저씨는 덥수룩한 수염이 인상적인 남자였다.

가게라고 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멀끔한 식당은 아니었고

그냥 잘 꾸며진 개인 별장 같은 느낌이었다.

개인 생활 공간에 테이블 하나를 가져다 놓고 예약제로 손님을 받는 모양이었다.

주인 아저씨는 인자한 얼굴로 우리에게 이곳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3년쯤 되었나? 우연히 이 버려진 통나무집을 발견했지.

경치도 좋고 분위기도 좋아서 그냥 눌러앉았어.

그렇게 자릴 잡은 다음 낚시도 하고 밭고 일구고 하다가 적적하니까 이리 손님을 받게 됐는데

다행히도 내가 만든걸 다들 좋아하더구만.

어차피 홀몸에 세상 미련없으니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유유자적 사는것도 좋겠다 싶어.

“저희 엄청 기대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천상의 맛이라고 얼마나 떠드는지 전 사흘동안 여기 생각만 했다니까요.“

흥분한 친구의 말에 아저씨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그리 칭찬해 주니 정말 기분이 좋구만.

그래. 그럼 기대에 부응을 해줘야지.

내 얼른 준비해 올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아저씨가 주방으로 들어가자 난 친구에게 물었다.

“확실히 느낌은 좋네. 근데 이런덴 어떻게 찾았대?”

“진짜 미식가들만 들어올 수 있는 비밀 정보공유방이 있어.

돈주고 티비 나오는 어중이 떠중이 말고

이렇게 초야에 묻혀 사시는 은둔고수분들이 진짜 제대로거든.

모르긴 해도 여기 아는 사람 전국에 백명도 없을걸?“

친구의 자부심 어린 말에 난 어느정도 동조하며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주방에서는 어느새 고소한 음식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자 오래기다렸지?

기다린 만큼 맛있을테니 한번 먹어들 봐.

내가 다른건 몰라도 이거 하나는 자신있거든?“

눈앞엔 큼지막한 생선구이 정식이 정갈하게 차려져있었다.

커다란 생선이 노른하게 구워져 나왔고

쌀밥과 함께 신선한 채소들로 만든 반찬들이 제각기 식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우리는 더 참지 못하고 곧바로 수저를 들었다.

“와... 이건 진짜 인정 해야겠는데?

생선구이 그다지 좋아하는 편도 아닌데 이건 차원이 달라.

내가 이런말 하게 될진 몰랐는데 너한테 고마워해야 되겠다.“

내 평가였다.

지금까지 고생한 것 따윈 생각도 안날 정도의 맛이었다.

생선요리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조차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다.

“그치? 난 엄청 기대하고 왔는데도 진짜 맛있네.

소금간 조금 하고 그냥 구운거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맛있지?

사장님! 이거 무슨 생선이에요? 임연수 같기는 한데 그것치고는 너무 쫀득하고 맛있는데요?“

사장님은 다시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한번 맞춰봐! 제법 미식가니 맞출지도 모르겠구만.”

식사를 하는 동안 친구는 열성적으로 생선이름을 맞추려 했지만

우리가 밥을 다먹을때까지 맞추지 못했고 아저씨는 끝내 대답해주지 않았다.


“정말 잘먹었습니다. 사장님.

좀 멀긴한데 여긴 올가치가 있네요.

다음에 또오겠습니다.“

기분 좋게 인사를 하고 나왔지만 친구녀석은 조금 불편한 표정이었다.

“어쩌면 민물고기일지도 몰라. 근데 비릿한 맛이 전혀 없었는데.....

이건 뭔가 비밀이있어. 분명 끝내주는 조리법이 있을거야.“

친구녀석은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다시 통나무집쪽으로 다가갔다.

“야. 뭐해? 보니까 아저씨 영업기밀 같은데 그걸 알아내서 뭐할라고?”

“뭘하긴 그냥 궁금해서 그러지.

내가 생선구이 수없이 먹어봤는데 저런 맛은 없었어.

그냥 무슨 생선인지나 슬쩍 볼거야.“

녀석은 그냥 못가겠는지 조심스레 건물 뒤쪽으로 돌아들어갔다.

“분명 어디 수조가 있을건데...아 혹시 저건가?”

수조는 아니었지만 통나무집과 멀지않은 곳에 물탱크가 있었다.

저기에 물고기가 있는 모양이었다.

“야 너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아저씨 인상 좋아보이시던데 괜히 사고치지말고 그냥 가자.“

하지만 친구는 이미 물탱크위로 기어올라가 문을 열어제끼고 있었다.

“됐어. 오! 맞다. 안에 물고기들 있네.

와 엄청크다 잉어인가? 잠깐만.....저게 뭐야?“

녀석이 어두운 물탱크 안을 보기위해 몸을 기울인 순간.

‘으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녀석이 그대로 물탱크 안으로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야! 뭐해!!”

당황한 나는 재빨리 물탱크 위로 기어올라가 안을 들여다보았다.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들어 불빛을 비춰본 그곳은 끔찍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친구가 물고기들에게 둘러쌓여 뜯어먹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물고기들은 평범한 것들이 아니었다.

새카만 몸을 가진 물고기였지만 머리는 사람의 얼굴이 달려있었다.

단순히 형태만 비슷한 것이 아닌 명백한 사람 얼굴이었다.

제각각의 얼굴들은 모두 물에 불어터진 듯 퉁퉁 부은 얼굴에 핏발선 눈으로 먹잇감을 노려보고 있었고

날카로운 이빨로 내 친구의 살점을 뜯어먹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들은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물에 산발이된 채 흔들거리고 있었다.

현실감없는 모습에 내가 어찌할바를 모르고있을 때,

갑자기 목에서 압박감을 느끼며 그대로 뒤로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그냥 적당히 거짓말을 할걸 그랬구만.

자네들 호기심이 화를 불렀어.“

목에 감긴 와이어를 풀기위해 애쓰며 돌아보니 아저씨가 쓰러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저씨가 동물 제압용 와이어 막대를 써서 날 끌어내린 듯 했다.

아저씨는 발로 내머리를 밝고는 물탱크 쪽을 보며 말을 이었다.

“무시무시하지? 나도 처음엔 많이 놀랬어.

사람얼굴을 한 물고기라니. 게다가 방금 봤지?

이녀석들 피라냐는 댈 것도 아니게 살벌한 놈들이야.

아 아까 생선이름 궁금하다고 했지?

저녀석들 이름. 인면어야.

오래전 이집 찾았을 때 여기살았던 노인네가 말해주더구만.

어디서왔는진 모르지만 저 노인네가 물고기들 돌봐준 모양이야.

노인네가 죽을때가 되니까 나한테 물고기들을 부탁하고 죽었어.

당연히 난 별로 그럴 생각이 없었지. 난 그냥 적당히 지낼데가 필요했으니까.

근데 말이야. 갑자기 미친 생각이 들더라고.

저녀석들 맛은 어떨까? 그다음은 뭐 보다 시피 이렇게 되었지.“

그 와중에 어느새 물탱크 안은 다시 고요를 찾았다.

“너네가 먹은거 어떻게 조리되는지 궁금하지?

우선 저놈들 말인데 낚시는 아주 쉬워.

튼튼한 그물을 쳐놓고 핏물 조금 뿌려주면 수십마리가 달려들거든.

그렇게 잡은 녀석들을 여기 보관했다가 손님들 오면 바로 잡아내는거지.

어설픈 그물 같은건 안되고 이런 와이어로 목을 콱 노려야돼.

쉽진 않지만 지금은 도가 텄지.

그리고 죽일때도 조심해야해. 잘못해서 물렸다간 손가락이 뭉텅뭉텅 잘리거든.

도끼 가져다가 머리를 콱 쳐내야지.

뭐 아무래도 생긴게 저렇다 보니 사람죽이는 느낌이 들어서 찜찜하긴 하지만.

머리만 떼어내면 다른 점은 그냥 생선이랑 똑같아.

대신 소금간만 살짝 해서 구워도 맛이 기가막히지.

다들 좋아한다니까? 자기가 뭘먹는지도 모르고 말이야.

아무튼간에 내 영업비밀을 들켰으니 그냥은 못보내겠어.

사람들이 몰려와서 저놈들 다 잡아가면 곤란하거든.

그러니까 네놈은 미끼로 써야겠다.

잘라낸 머리가 남아돌아서 미끼로 써볼려고했는데 녀석들이 머리는 안먹더라고.

그냥 신선한 고기가 최고지.“

흐려져가는 의식 사이로 집쪽을 돌아보자 뒷마당 한켠에 굴러다니는 머리들이 보였다.

핏발선 눈에 불어터진 얼굴.

인면어의 머리들이었다.

아니 어쩌면 전부는 아닐지도 모른다.

잠시후엔 내 머리도 저기서 뒹굴고 있게될까?

아저씨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한손에 든 도끼를 높게 치켜들었다.




[호숫가 식당 - 부제 : 인면어 세번째 이야기] 마침.



1. 인면어

http://todayhumor.com/?panic_80757


2. 자살명소 - 인면어 두번째 이야기
http://todayhumor.com/?panic_85169




By. neptun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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