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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어린이날이 사라졌어요!
게시물ID : mystery_93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윤기사
추천 : 0
조회수 : 87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6/30 00: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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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76년 여름, 보건복지부 회의실 안.


“국장님, 이번에 배포할 가족 슬로건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표어 어떻습니까?”


우리나라 전역의 인구 가족계획을 책임지는 보건 국장은, 표어가 적혀있는 기안 서류들을 책상에 올린 서기관에게 말했다.


"음... 김 서기관, 좋긴 한데, 이런 단순한 계몽적인 표어 말고, 혹시 기술적으로 확실하게 출생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것은 없을까? 왜, 요새 기술 좋잖아. 엇 그제 장관님 하고 같이 청와대에 새로 들어온 금성사 20인치 칼라 TV를 구경 같다왔지, 히히히. 와, 진짜 연예인들이 조그만 브라운관 안에서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의 옷을 입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는데, 여태까지 흑백 TV만 보고 있다가 진짜 기가 막히더라고 "


"아이고, 국장님. 보고 차 청와대 가셔서 마침 좋은 구경하고 오셨네요, 휴... 저는 언제쯤이 되어야, 칼라 TV의 받침대 구경이라도 해볼까요?"


"쓸데없는 소리 말고, 김 서기관, 혹시 우리나라 인구를 좀 줄일 만한 좋은 아이디어는 없겠나? 요새 장관님이 아주 인구문제 때문에 골머리 셔. 농림부에서 앞으로의 식량 보급 문제를 자꾸 걸고 넘어 진다나? 그런데 뭐, 우리라고 무슨 뾰족한 방법이 있나? 하루가 멀다 하고 다들 알아서‘응애’하고 태어나는 아기들을 어쩌라고..."


김 서기관은 마치 국장의 마지막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며 조근 조근하게 대답하기 시작했다.


"저, 제 행시 동기가 중국 대사관 쪽에 가 있습니다만, 거기서 기가 막힌 물건을 하나 발견했다고 합니다."


"기가 막힌 물건? 뭔데? 혹시 특수 제작 콘돔 이런 예기면 나 무지하게 김 서기관에게 실망할거야"


"국장님은 저를 도대체 어떻게 보시고, 갑자기 콘돔 예기를 하십니까? 어느 날 부턴가, 중국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귀 밑에 무슨 동전 파스 같은 것을 붙이고 다니길 래, 무엇인지 대사관 동기가 공안 쪽에 물어본 모양입니다. 그랬더니 그게 최초에는 프랑스에서 유부남들의 불륜 방지용으로 만들어진 동전 모양의 파스인데요.“


국장은 순간 두 귀를 의심하였다.


“동전 모양의 파스?”


“예, 그 파스에서 나오는 호르몬 물질이 귀 주변의 신경을 타고 뇌로 올라가, 이성간의 사랑과 성행위를 조절하는 뇌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한다고 합니다. 결국 파스를 귀 밑에 붙이고 있으면 남자건, 여자건 이성을 향한 성적인 욕구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이죠. 그러면 말 그대로 좋아하는 이성이나 아님 단순한 섹스 파트너에서, 한 순간에 동료나 친구 정도로의 관계가 쭉 유지될 수 있는 것 이지요"


국장은 김 서기관의 이야기를 듣고는 놀라서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갈 뻔 했다.


"그런 획기적인 물건이 있었어? 우리는 여태 왜 몰랐지? 아니야, 안기부 쪽은 그 동전파스를 미리 알고, 자기네들이 먼저 시험해 보았을 수도 있어"


국장은 잠깐 생각에 잠기다가, 서기관을 향해 소리쳤다.


"방금 이야기한 그 물건, 동전파스 말이야. 지금 바로 한국에 구해올 수 있겠나? 그렇게 되면 우리 정부에서 ‘둘도 많다 한명만 낳아 잘 기르자.’ 정책으로, 바로 국민들을 통제할 수 있겠는데? 일단 김 서기관, 바로 장관님한테 이 획기적인 물건을 바로 보고 드리자고. 얼른 준비하게~"


                                                                              ***


2026년 여름, 보건복지부 회의실 안.


우리나라 전역의 인구 가족계획을 책임지는 보건 국장은 인상을 사정없이 찌푸리며, 앞에서 발표하는 김 서기관을 계속 쳐다보았다.


"우리나라 평균 출산율이 드디어 0.8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2018년도에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출산율이 1.0 이하로 떨어진 이후, 이젠 대표적인 초 고령 국가인 일본의 출산율이 우리나라의 두 배가 되게 생겼습니다. 이제는 인구 증가를 위해서 정말 강력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시골 동네에서, 도심의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신나는 웃음소리를 들은 때가 정말 가물가물합니다. 아이들이 점점 귀해지다가, 언젠가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민족의 대가 아예 끊기고, 가족제도의 근간이 영영 붕괴될 수 도 있습니다."


김 서기관은 국장에게 결재 서류를 내밀며 다시 빠른 어투로 발표했다.


"1976년에 외국에서 도입된 성 호르몬 억제 도구(일명 동전파스)를 그로부터 20년 후, 우리나라 법에서 국민 소지금지 물품으로 정하고, 또한 전 국민 인구 재난상황으로 선포하여 정부 주도로 동전파스를 일괄 회수를 한지 30년이 또 지났습니다만, 아직까지 그 인구 감소분의 원상 복구를 위해서는, 상당한 기관과 노력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맞아, 그때 그랬지. 멍청한 선배들이 어디서 이상한 물건을 가져와서, 순진한 국민들을 혼동 시켰지”


“국장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아서 그 동안 전국의 유치원과 초등학교 수백 곳이 모두 폐쇄가 되었고, 성 호르몬 수치 상승을 위하여, 전 국민에게 보급품으로 마늘과 전복, 바다장어를, 주민센터를 통하여 3년째 공급하고 있습니다. 한편, 각종 방송사 프로그램 및 결혼 중계업체에서 개최하는 20대~40대 대상 짝짓기 프로그램의 참가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작년에는 대통령 직속으로 ‘한국 짝짓기공사’ 라는 공기업을 설립하여 한 가정, 한명 이상 반드시 아이 갖기 범국민 운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 거기 ‘한국 짝짓기공사’ 사장 직을 전 국민 추천 공모하여, TV에 자주 나오는 세쌍둥이 연예인 아빠가 추천 되셨다지? 그래요. 김 서기관, 계속 발표하게”


“취업 정책에도 적극 반영을 하여, 아이가 있는 유부남이나 형제가 많은 집안의 취업 희망자에게는 두둑한 가점을 주어, 아이를 가진 것이 취업전선에서 아주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의료계 쪽에서는 오랫동안 동전파스 착용자의 교감 생활 부작용을 계속 연구하여, 동전파스를 제거해도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나, 성적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수천만 명의 국민들에게 성호르몬 증가 백신을 무료로 접종시키고 있습니다.”


“맞아! 우리 집에도 얼른 보건소에 가서, 성호르몬 백신 무료 접종 하라는 우편물이 왔더라고”


“국장님, 지금까지 발표 드린 것과 같이 백방으로 열심히 조치하고 있습니다만, 다시 1970년대의 인구밀도로 돌아가려면 또 그 기간만큼의 세월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정책의 결과가 나타날 때 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알겠네. 현재로서는 기다리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더 있겠나?”


“어쨌든 현재로서는 필요가 없어 유명무실 해진 5월 5일 어린이날의, 어버이날 통합에 대한 지침을 전국에 먼저 시달토록 하겠습니다. 여기 결재 부탁드립니다.”


이리하여 2026년에 다가오는 어린이날부터는 빨간색 공휴일에서, 검은색 평일로 달력이 전부 수정되었으며, 기존에 행해져 오던 각종 어린이날의 행사들이, 5월 8일 어버이날 행사에 끼어서 진행이 되도록 하는 정부 지침이, 각 지역 지자체와 교육청을 통해 시달 되었다.


                                                                             ***


2026년 겨울, 보건복지부 회의실 안.


"김 서기관, 투표결과 나왔나? 대통령 선거 말이야"


“아, 국장님 죄송합니다. 바로 작동하겠습니다.”


“아리야~ 텔레비전 시청하게 얼른 모니터 켜죠.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으로 지금"


국장의 물음과 동시에, 김 서기관이 최신 50인치 고화질의 LED 14K 칼라TV를, 본인의 음성으로 바로 작동시켰다.


TV에서는 남, 여 아나운서가 지역별 개표 결과가 표시되어 있는 자료들을 보면서, 패널 들과 토론을 하고 있었고, 드디어 최종 투표결과가 공식적으로 공개되었다. 2대8 머리 가르마를 탄 남자 아나운서가, 테이블 마이크 앞에서 먼저 말을 하였다.


“예, 현재 개표율 97.5%로 대한민국의 21대 대통령이 방금 탄생하였습니다. 바로 경기도당 출신으로 대한민국 다산 왕을 두 차례 역임한 현역 김다산 의원입니다. 국회의원 활동을 한 총 16년 동안, 2년 터울로 무려 총 8명의 자녀를 생산하였습니다. 정말 요즘 같은 제로 출산 시대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우리나라의 확실한 대통령 감이군요. 2위는 아쉽게도 5명의 자녀를 둔 서울 지역구의 이오명 의원이, 근소한 표 차이로 낙선을 하고 말았습니다.”


다음으로 옆에 있던 여자 아나운서가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주변에 들리는 소식으로는, 이오명 의원께서 근래 지역구 의정 활동에 너무 신경을 쓰시느라 거의 집에 못 들어가시더니, 아마 연말에 예정 있었던 쌍둥이 자녀 갖기 계획에 조금 차질이 생긴 것 같다고 합니다. 이 의원님 같은 경우는 정말 아쉽네요. 저도 좀 개인적으로 안면이 있지만, 거의 매일 매끼를, 밥 대신 장어 꼬리만 드시던 양반이었어요. 아마 이 의원님의 어머님이 시골에서 전복을 키우신다죠? 아마 전복죽은 어렸을 때부터, 죽도록 원 없이 드셨을 것 같네요. 뭐, 실제로 전복죽을 너무 많이 드셔서, 이번 대통령 선거까지 2연속으로 ‘죽’ 미끄러지셨다는 웃지 못 할 소리도 있습니다만...”


이윽고 화면이 바뀌고, 대한민국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김다산 의원의 원격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인터뷰가 시작되기 직전에는 김 의원 주변에 서 있던 8명의 튼튼한 자녀들이, 김 의원을 둘러싸고 직접 헹가래를 하는 멋진 모습이 나왔다.


남자 아나운서가 본격적인 인터뷰 시작에 앞서, 김다산 의원에게 짓궂은 농담을 던졌다.


"김다산 의원님의 대통령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혹시 의원님께서는 앞으로 대통령 업무를 정식으로 하실 때에도 추가로 아이를 더 낳으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질문을 받은 김다산 의원이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며, 옆자리에 같이 나온 아내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사실 지금도 제 아내 뱃속에 이미 한명이 들어있고요, 요번에 청와대에 들어가게 되면 청와대 봉황의 기운을 받아 한명 더 낳아보기로 아내와 벌써 합의를 하였습니다. 하하하. 그렇지? 허니~"


옆에 있던 김 의원의 아내가 덩달아 얼굴이 빨개지며, 김다산 대통령 당선자의 허벅지를 두 손으로 세게 꼬집었다.

 

"아~ 아야야~~~ 여보 살살 좀해... 살살~"

 

----------

 

8명의 자녀와 거기에 1명의 자녀를 더 잉태한 김다산 의원이 대한민국의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순간 이었다.

이 역사적인 순간을 시발로 대한민국의 출산율 그래프가 다시 하늘을 향해 '쭉쭉' 올라가기 시작하였으며,

이런 추세라면...

 

'일찌감치 역사속으로 사라진 어린이날을 다시 제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다둥이를 가진 많은 국민들이 의견을 내기 시작하였다.

 

결국, 몇년 후에 어린이날이 국민들 품으로 다시 돌아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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