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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 회사 부설 00 제약연구소.
연구소의 내부 보안 시스템을 미리 불통으로 만들고 내부로 침입한 영태가 좀비 치료제가 보관된 약품 냉장고
앞에 섰다.
이날을 위해 연구소 보안요원으로 위장 취업까지 하며 좀비치료제를 가져갈 기회만 보아 왔었다. 그만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시시각각 좀비로 변하고 있는 어머니를 치료하기 위해 이 제약 연구소에서 유일하게 개발된 좀비 치료제를, 영태는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약물이 연구소에서 개발되었고, 지금 영태가 몰래 가져가려고 하는 것이 바로 프로토타입으로 처음 생산된 제1호 좀비 치료제이다.
영태는 뛸 듯이 기뻐하였다. 이 치료제가 빨리 대량생산이 된다면 좀비로 변해가는 그의 어머니도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런데 영태가 보안요원으로 있으면서 이리저리 알아보니 갑자기 무슨 일인지? 이 연구소에서는 치료제의 대량생산을 주저하고 있는 눈치였다.
어머니의 상태를 볼 때 영태 입장에서는 하루, 하루가 급한데 왜 연구소에서는 1호 치료제 개발 이후로 대량생산을 주저하는 걸까? 저기 동유럽 어디에선가 비밀리에 진행된다는 인체실험의 최종 결과가 안 좋게 나온 것일까?
하지만 점점 좀비로 변하고 있는 어머니를 보면서 더는 기다릴 수 없게 된 영태가 바로 오늘, 연구소에 몰래 침입을 한 것이다.
사전 분석을 통해 보안 시스템 제거 및 치료제가 보관된 냉장고 위치 등을 몇 번이고 연습을 해왔었다. 그러나 혹시 모를 발각의 대비책으로 영태는 회심의 장비를 가져왔다.
바로 성인 엄지손가락 크기만 한 ‘보관 캡슐’이라는 물건인데, 주사기를 이용해서 치료제를 이 보관 캡슐에 옮겨 담은 다음, 캡슐의 위, 아래를 살짝 눌러주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복용하는 항생제 캡슐 크기만큼 작아지게 된다. 그러면 영태가 작아진 캡슐을 얼른 목구멍으로 삼키고 나중에 배변을 통해 작아진 캡슐을 다시 꺼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행여나 연구소 사람들에게 발각된다 해도 이 보관 캡슐은 영태의 생체신호와 연동이 되기 때문에, 영태를 죽이게 되면 동시에 캡슐도 몸속에서 분해가 되도록 설계가 되어있다.
사실 이 보관 캡슐 자체도 자국의 간첩들이 다른 나라의 신약을 몰래 빼 오기 위해 여기 00 제약연구소에서 비밀리에 개발된 장비였다.
영태가 주머니에서 보관 캡슐과 작은 주사기 하나를 조심스레 꺼낸 후, 냉장고의 문을 열었다.
***
영태가 좀비 치료제를 냉장고에서 꺼내어 보관 캡슐에 옮겨 담는 순간, 갑자기 연구실의 문이 활짝 열리며 연구소책임자인 김 박사가 총을 든 보안요원들과 함께 들이닥쳤다.
김 박사가 놀란 얼굴을 하며 놀란 영태에게 소리쳤다.
“김영태 씨, 지금 뭐하는 건가? 그 치료제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는 알고 그렇게 마구 손대는 건가? 그것은 유일하게 좀비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을 치료할 수가 있는….”
영태가 김 박사를 쳐다보며 손에 들고 있는 보관 캡슐을 얼른 입속으로 집어넣어 삼키고 말았다.
“김 박사님 제가 방금 우리나라에서 하나밖에 없는 좀비 치료제를 꿀꺽 삼켰습니다. 뭐, 김 박사님이 이 캡슐 장비를 개발하셨으니 저보다 더 잘 아시겠죠? 제 생체 신호에 이상이 생기면 이 캡슐이 몸속에서 저절로 분해가 된다는 것을. 그러면 유일한 이 좀비 치료제가 제 몸속으로 그냥 사라지는 겁니다. 당신의 평생 노력도 한순간의 물거품으로 되는 것이고요”
김 박사는 영태를 쳐다보며 분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아, 아, 알겠네. 우리는 여기서 당신을 어떻게 할 생각은 없으니, 신변이 안전하게 확보가 되면 몸속에 삼킨 그 캡슐만이라도 우리에게 제발 다시 돌려줄 수는 없겠나?”
영태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안합니다. 박사님 좀비 바이러스에 노출된 어머니를 먼저 구해야 합니다. 제발 나에게 이 나라 국민을 위해서, 더 큰 대의와 숭고한 목적을 위해 우리 어머니가 좀비로 변할 때까지 그냥 두라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저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목숨과 안전보다 우리 어머니가 더 소중합니다. 저를 얼마든지 욕해도 됩니다. 저에게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평생 손가락질을 하셔도 상관 없습니다. 전 사회에서 범죄자로 낙인 찍힌채로 평생을 도망다닐 각오까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제 어머니를 먼저 살려야만 합니다.
박사님, 정말… 죄송합니다.”
영태는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들었다.
“문 앞에서 다들 비켜 서지 않으면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자살을 하겠습니다. 어차피 어머니를 살리지 못할 바에야 지구의 모든 인간들이 다 같이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게 차라리 저에게 덜 억울할 수도 있겠죠.”
영태가 손에 든 총의 발사 안전장치를 서서히 풀었다.
“아~ 아~ 알겠네. 그 총만이라도 제발 좀 멈춰주게”
이윽고 김 박사가 오른손을 들자, 뒤에 있던 보안요원들이 영태에게 향한 총들을 내리고
영태가 문으로 빠져 나갈 수 있도록 통로 한쪽으로 일제히 비키기 시작했다.
“김 박사님. 오늘 저의 이 죄를 절대 용서해 달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오늘 박사님의 은혜는 죽어서도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태가 마지막으로 김 박사를 한번 쳐다보고선
현관문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
영태가 연구소를 완전히 빠져나간 후,
김 박사가 미소를 지으며 손목에 찬 시계를 쳐다보았다.
마침 보안팀장이 시원한 얼음 물 한잔을 김 박사에게 건네며
조심스럽게 다음 지시를 물어보았다.
“박사님. 김영태 몸속에 들어있는 캡슐은 언제 터트릴까요?”
박사는 시원한 얼음 물을 단숨에 들이키며, 보안팀장에게 음흉한 눈길을 보냈다.
“보안팀장, 지금 바로 진행토록 하지. 캡슐이 터져서 안에 있는 좀비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김영태 몸속으로 퍼지면 이제 이 나라에 현존하는 좀비는 자기 어머니를 포함하여 2명으로 늘어나게 되지. 우리 연구소에서 이 치료제를 대량 생산하고 싶어도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많아져야 수지타산이 어느정도 맞아야 할 텐데, 안 그래?
우리 연구소는 공익기업이 아니라 오로지 수익 만을 노리는 영리 회사라고. 사회에서는 왜들 공공의 건강을 꼭 우리한테만 요구하는지 몰라. 어디 제약회사들이 뭐 땅 파서 장사하는 기업도 아니고 말이야!”
"맞습니다. 박사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보안팀장이 박사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자켓 속에 있던 캡슐 원격스위치를 조심스레 꺼냈다.
손목시계의 시간을 다시 한번 확인한 김 박사가 연구소의 문을 나서며,
마지막으로 보안팀장에게 말했다.
“이제 김영태 몸 속에서 터진 저 좀비 바이러스가 온 나라 안에서 기하급수적으로 퍼질 테니, 다음번에는 냉장고에 가짜 좀비 치료제를 일부러 라도 많이 보관해놓으라고. 그래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그 가짜 치료제 좀 구해보겠다고 여기에 벌떼처럼 찾아올 테니.
인간 좀비들이 많이 생기면 생길수록 우리 연구소의 좀비 치료제 가격은 엄청나게 폭등을 할 거야. 그럼 우리는 치료제를 엄청난 가격에 감염자들에게 판매 할것이고. 결국, 나는 이 지구상에서 손꼽는 최고 부자가 되는 거지, 히히히히~”
"그런것까지 미리 염두를 두셨다니, 박사님은 역시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럼 보안팀장 오늘도 수고~"
미소를 띄우며, 감시 모니터로 박사가 연구소 현관문을 완전히 통과한 것을 확인한 보안팀장이
조금 전 얼음 물을 통해 김 박사 몸 속에 들어간 좀비 바이러스 캡슐을 터뜨리는
원격 스위치를 '꾹' 눌렀다.
'잘가라, 이 김박사 x발x끼! 부디 좀비들이 득실대는 지옥으로나 떨어져 x져랏~'
이윽고 보안팀장이 오늘 아침 연구소 냉장고에서 미리 바꿔치기 해놓은 '제1호 좀비 치료제' 를
특수제작된 냉동가방에다 옮겨 실었다.
'어이, 박사 양반! 이제 지구상에서 손꼽는 최고 부자는 바로 여기 연구소 보안팀장인 바로 나. 나라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