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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대팔 씨?
게시물ID : panic_1023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윤기사
추천 : 4
조회수 : 76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1/07/19 16: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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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 근처 사설 독서실 칸막이 좌석에서 취준생인 성진은 취업시험용 문제집을 3시간 째 풀고 있었다.

 

만만하게만 보았던 필기시험 문제가 막상 잘 안 풀려 혼자 막막해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휴대전화가 진동 모드로 조용하게 울려댔다.


‘어~ 누구지?  모르는 번호인데, 혹시 저번에 취업 원서를 넣었던 회사인가?’


성진은 전화가 끊길세라, 얼른 독서실 밖으로 나와 통화 버튼을 잽싸게 눌렀다.



“흠, 흠,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이대팔 씨?]


“네? 여,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이대팔 씨. 그동안 잘 계셨어요?]


성진은 잽싸게 밖으로 나와 받은 전화가 회사 취업담당자가 아닌 것을 깨닫고,

굉장히 낙담을 하였다.


'뭐야? 이 사람은? 다짜고짜...'


“저기, 전화 잘못 거셨습니다.”


성진은 얼른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독서실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뒤이어 성진이 공부에 다시 집중하고 있는데, 좀 전의 그 번호로 또 전화가 걸려왔다.

상진은 바로 키패드의 종료 버튼을 누르고,


/저기요! 전화 잘못 거셨다고요. 그리고 저 취준생입니다. 앞으로 다시는 저에게 전화하지 말아 주세요/

라는 문자메시지를 바로 찍어 보내버렸다.


'에이 씨. 공부 흐름이 완전히 끊겼네?' 


홧김에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바로 밖으로 나가서 점심을 사 먹은 후, 다시 독서실로 들어와 나른함을 느끼며 

자리에서 ‘꾸벅 꾸벅’ 졸고 있는데, 성진의 휴대전화기가 또 울려댔다.


'어? 누구지? 이번에도 모르는 번호 인데? 아니면 혹시...'


성진은 혹시나 하는 기대로 전화를 받기 위해 독서실 밖으로 얼른 나왔다.


목소리에 애써 졸린 티를 안 내려고, 아! 아! 발성연습을 몇 번이나 한 후,

정중하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디시죠?”


[이대팔 씨, 식사하셨어요? 아까 접니다.]


'엥?'


성진은 놀라서 휴대전화기의 액정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분명, 아까 하고는 다른 번호다.


그런데... 아까와 같은 목소리다.


성진은 갑자기 짜증이 ‘확 ‘ 올라와 전화기에다 대고 마구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 저, 이대팔 씨 아니라고요. 잠깐만. 그런데 아까하고 전번이 틀리네요?  뭐야 이거... 다시는 저에게 장난전화하지 마세요. 한번 만 더 이렇게 장난치면, 바로 경찰에 신고합니다.”


성진은 씩씩대며 오전에 걸려온 전화 번호를  '이대팔 받지 마',

조금 전에 걸려온 전화 번호를  ‘이대팔 진짜 받지 마’ 로

휴대폰에 저장을 하고, 씩씩대며 다시 독서실에 들어갔다.


성진이 다시금 공부에 한참 집중하는데, 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저녁 무렵이라 분명 지원했던 회사에서 오는 전화는 아닐 것이고, 마냥 울리는 전화음을 아예 무시하기로 했다.

한참이나 울리던 전화기 소리가 멈추고 잠시 후, 문자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이대팔 씨, 전화 왜 안 받으세요? 제발 전화 좀 받아주세요]


그 문자 메세지를 보는 순간, 성진은 너무나 열이 받은 나머지 이번에는  '이대팔 X새끼' 로 번호 저장을 한 후,

휴대전화기 전원을 아예 종료해버렸다.

 

'에이 씨~~~  공부하는 와중에 재수없게~~'

 

성진은 너무나 분하고 짜증이 계속 솟구쳐서, 그냥 책상에 엎드려 버렸다.


                                                                            ***


다음날, 성진은 사용하던 휴대전화기의 번호 변경을 요청하러, 동네 근처에 있는 이동통신 대리점에 들어갔다.

들어가는 입구 창문에 ‘PS 공식인증대리점’이라는 로고가 선명하게 붙어있었다.


“안녕하세요, 손님~"


"안녕하세요, 지금 제가 사용하는 전화번호를 다른 번호로 변경 좀 하려고요”


어느 정도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중년의 직원 분이 친절하게 손님을  맞은 후, 변경 신청서 양식을 성진에게 갖다 주었다.


“손님, 여기 서류에 간단한 인적사항 좀 적어주세요.”

 

"아, 예. 여기 있는 빈칸들만 다 채우면 되는 거죠?"

 

성진은 신청서 양식을 꼼꼼히 다 채운 다음, 방금 전 그 직원에게 제출을 하였다.


“박성진 님. 마지막으로 확인 한번 하겠습니다. 전화번호 변경 차, 저희 대리점에 방문하신 것 맞으시죠?

잠시만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정상적으로 변경 완료가 다 되면 다시한번 이름 불러 드릴게요”


“예, 제가 적어드린 번호로 꼭 좀 잘 부탁드립니다! 히히히”

 

 


                                                                           ***


그 다음 날, 성진은 독서실에서 한참을 집중하며 공부하다 머리도 식힐 겸, 잠시 휴게실에 들어갔다.


“이제 그 쓰레기 같은 전화가 안 오니까, 좀 살 것 같네. 휴~”


그때 휴대전화기로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띵똥, 띵똥'

 

‘어, 바로 어제 필기시험을 보았던 회사의 전화번호다’


갑자기 좋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고, 아니나 다를까….


[박성진 님.  B 기업 필기시험에 합격하셨습니다.

 0월 00일 있을 최종 면접시험 참석을 알려….]


'이 얏 호, 됐다, 됐어. 재수 없는 전화를 막아났더니, 드디어 내 액운이 다 털어진 모양이네? 이젠 최종 면접 시험에만 올인하자. 아자, 아자!'

 

성진은 신이 나서 마구 소리를 지르며 두 손을 번쩍 치켜 들었다. 휴게실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깜짝 놀라 성진을 쳐다보았으나 이내 무슨 상황인 줄 파악하고 "축하 해요" 라는 격려의 말들을 전하기 시작했다.  

 

성진은 너무나 기뻤다.

이제까지 자신의 젊은 날 고생들이 거의 다 끝나간다는 확신이 생겼다.

좋은 직장도, 예쁜 여자친구도, 또 근사한 차량도...

조금 만 더 힘을 내서 손을 뻗으면 금방 다 차지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쩌면 자신은 드디어 대한민국에 선택받은 젊은이 무리에

들어갈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


늦은 저녁 무렵이 되자, 성진은 가방을 매고 독서실을 나와 집으로 가다가, 어느 구석진 곳에서 공중전화 박스를 발견했다.

 

희망하던 회사의 면접시험 참석 문자를 보고 기분이 너무 좋은 성진은, 갑자기 누군가에게 엄청나게 장난질을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실'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공중전화 박스에 잽싸게 들어갔다.


성진은 먼저 자신의 휴대전화 연락처에서 “이대팔 받지 마” 로 저장된 번호을 찾은 다음, 공중전화기에 동전을 넣고 그 번호를 천천히 누르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바로 받을 것 같았던 성진의 예측은 똑같은 전화기 기계음 소리만 계속 들려오고,

 

더 이상 받지 않는 것 같아, '그러면 그렇지' 하며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는 찰나,

 

'띵디딩'

 

공중전화기 액정 속의 동전이 차감되며 상대편에서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여. 보. 세. 요?]


성진은 갑작스런 상황에 '흠짓' 하고 놀랬으나 미리 계획한 대로 

코맹맹이 목소리를 내며 조심스럽게 상대에게 물어보았다.


“흠흠. 혹시 이대팔 씨 계신가요?”

 

상대는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누구시죠?]


“아~ 좀 아는 사람인데요? 이 번호가 이대팔 씨 전화번호 아닌가요?”


그 이후, 계속된 침묵이 전화박스 안에서 홀연히 감돌았다.

 

'아이씨~ 내가 기분이 좋아서 괜한 장난을 쳤나?'


몇분 간의 침묵이 계속 흐르면서, 성진은 괜히 두렵기도 하고 더 이상 장난 전화에 대한 흥미가 점점 떨어지면서

전화를 그만 끊으려고 하였다.


“정말 안 계시나 보네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이제 그만 끊어야 겠….”


[죽었어요.]


“예?”


[죽었다고요. 이대팔 씨.

양방향 지하철 선로 가운데에서, 버터구이 오징어 가위로 자른 거 같이, 사지가 갈기갈기 찢겨서 죽었다고요. 그 사람은 그날 아침에도 평소와 다름 없이 거울 앞에서 이대팔 가르마를 멋지게 탄 후, 가족들에게 출근 인사를 하며 힘차게 회사로 출발 했죠. 교통 사고로 한쪽 다리가 많이 불편하긴 했지만, 가족들을 위해서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고, 항상 남들보다 회사에 일찍 출근해야 한다고 그렇게 매일을 지하철역으로 씩씩하게 걸어갔어요.

박성진 씨? 혹시 우리나라 보험 영업이 생각보다 얼마나 힘들고, 인내심이 넘쳐야 하는 직업인지는 아시나요?]


성진은 상대방의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어찌할 바를 몰라, 양손을 덜덜 떨며 수화기를 계속 들고만 있었다.

 

'이 목소리... 맞아. 최근에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음... 어디였더라...' 


“하필 그날은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이었고, 지하철 1호선 옥외 플랫폼이라 주변 바닥이 굉장히 미끄러웠죠.

그러다 그만 대팔이의 다리 힘이 풀리는 바람에 선로 쪽으로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깜짝 놀란 대팔이가 살려달라고 주변에 마구 외쳤죠. 아주 큰 고함을 질렀다고 해요. 미끄러지면서 다리를 접질려 스스로 선로 위로 올라오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마침 그 주변에는 몇몇 사람들이 열차를 기다리며 서 있었는데...

멀쩡하지 않은 사람이, 정상인이 있어도  위험한 곳에 떨어졌는데, 그것도 지하철이 곧 도착한다는데, 거기에 서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휴대전화기만 쳐다보고 있었더군요. 허긴 뭐, 다들 내 일이 아니니까.

박성진 씨!  바로 당신도!”


'헉'

 

성진의 기억이 머릿속 어딘가에서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 자리에 나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 했는데...


‘역시 그거였었나? 그때 그 지하철역 실족 사건….’

 

성진은 핏대를 세우며 다급하게 수화기에 대고 외쳤다.


“여, 여, 여보세요. 어짜피 그건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물론 돌아가신 분한테는 정말 죄송한 일이지만,

자기가 부주위 해서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건데, 한 낫 취준생일 뿐인 제가 뭘 어쩌라고요. 저도 취업 공부다, 아르바이트다, 뭐다 해서 엄청나게 힘든 사람이라고요. 요즘 세상에 자기 목숨은 자기가 스스로 알아서 챙겨야 하는것 아닌가요?”


 

수화기 저편에서 다시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너도 역시나 똑같은 놈이야. 모든 문제에 대해 자신은 속 빼고 항상 남의 탓으로 만 돌리지. 그러고보니 내일, 대기업 B 회사에 최종 면접 보러 가지? 사람이 옆에서 죽어 가는데 내 일이 아니라고 휴대전화기만 계속 쳐다본 너의 그 잘난 행동 들을, 조 목 조 목, 내가 그 회사에 잘 전달해 줄게. 킥킥킥킥킥킥. 그러면 박성진 씨는 아마 거기 면접관들에게 엄청난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사람이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초 위급한 순간에도 옆에서 오롯이 자신의 휴대전화기에만 집중을 할 수 있다고. 킥킥킥킥킥킥”

 

고막이 찢어질듯한 상대방의 기분 나쁜 웃음 소리가 끝나자 성진이 바로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이, 이봐, 당신. 그런데 어떻게 내 이름이며, 내가 내일 면접 보는 것까지 알 수가 있지? 혹시 그 사건 이후부터 나를 계속 미행해 왔나?”


“왜? 그때는 옆에서 사람이 죽건 말건 아무런 신경도 안쓰더니 이제 와서 쬐끔 겁이라도 나는건가? 너도 우리 대팔이가 당했던 것만큼 내가 똑같이 갚아주지…. 뭐, 그렇다고 너무 억울해하지는 마. 대팔이도 그렇고 너 또한 세상에서 안타깝게 죽어 나가도 주변 사람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어. 그래! 자기 목숨은 자기가 스스로 알아서 챙겨야지, 그거 좀 전에 네가 나에게 한 말 아니었나? 너는 내 경고 전화가 왔을 때마다 무시를 하고 끊었지만,

나는 최소한 그렇게는 안 할 거야…."


 

`띠~ 띠~ 띠~ 띠~ 띠~`

 


성진은 너무나 무서운 나머지, 그만 공중전화 박스 안에 힘없이 쭈그려 앉아버렸다.

수화기가 머리 부분 부터 아래로 '툭' 떨어지며,

끊어진 통화음 소리가 전화박스 공간 안에서 계속 울려 퍼졌다.


`띠~ 띠~ 띠~ 띠~ 띠~`

`띠~ 띠~ 띠~ 띠~ 띠~`

`띠~ 띠~ 띠~ 띠~ 띠~`


그때 아까부터 전화 박스 창 너머로 성진의 뒤통수를 쳐다보고 있던 중년의 남자가, 들고 있던 휴대전화기를 끊으며 박스의 유리문을 활짝 열었다.

 

그때 울고 있는 성진과 남자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아~ 아~ 맞다. 그... 이동통신...' 


남자가 가죽장갑을 낀 손으로 공중전화기에서 바닥으로 대롱 대롱 매달려 있는 수화기의 꼬불꼬불한 전화선을 두 손으로 움켜 잡고,

 

사시나무 떨듯 '덜덜덜' 떨고 있는 성진의 목 주변을 챙챙 감았다.   


[하하하. 아까 말한 대로 난 절대로 너를 무시하지 않아!

넌 이제 조금만 있으면 우리 대팔이를 만날 수 있지...  어때? 그만 속죄하고 싶지는 않나?]

 

"네?"

 

남자가 성진의 물음과 동시에

성진의 목 주변에 감긴 전화선을 양쪽으로 힘껏 당겨버렸다.

 

[안녕하세요, 손님~ 이제 다 되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땀을 흘리며 일을 다 마친 중년의 남자는

한쪽 다리를 심하게 절며 공중전화 박스를 천천히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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