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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대국밥집의 엄지손가락 수육 사건 (remaster)
게시물ID : panic_1023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윤기사
추천 : 5
조회수 : 219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21/07/20 09: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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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도권 모 S 대학 해부학교실의 김 교수는

요즘 세상을 떠들썩 하게 하는 부녀자 토막사건의 시체 부검을 연이어 진행하다

늦은 저녁이나 할 겸, 학교 근처 순대국밥집에 들어갔다.


이 가게는 학교 근처에서 모녀가 단출히 운영을 해온 20년 전통의 노포 국밥집인데,

그 날은 교수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식당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사장의 딸인 지영의 표정이 '썩' 좋지가 않았다.


"지영씨. 늘 먹던 수육 백반하고 이슬이 한 병!"


하지만 지영은 김 교수의 음식 주문에도 들은 채 만 채,

계산대에 앉아 그냥 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김 교수가 참다가 못해 지영에게 다시 한번 외쳤다.


"어이~ 지영씨. 오늘 무슨 일 있어? 보아하니 얼굴색도 안 좋고, 완전히 딴 사람 같아 보이내?

오늘따라 사장님도 안 보이시고?"


지영은 이제 완전히 넋이 나간 사람 표정을 하며, 김 교수 쪽으로 천천히 돌아보았다.


"교, 교수님. 사장님이…. 아니 아니, 저희 엄마가... 갑자기 사라졌어요. 어제 밤부터…."


"어?"


김 교수가 양파 하나를 된장에 '콕' 찍어 집어 먹다가

지영의 새파란 얼굴을... 안경 너머로 빼꼼히 쳐다보았다.


"에이~, 지영씨. 사장님 간만에 어디 바람이나 쐬러 가셨겠지….

그리고 사장님 아니 지영 씨 어머니께서는 여기서만 20년 넘게 국밥 장사 하시며 그 동안 고생 많이 하셨잖아.

지금도 어디선가 좀 쉬고 계실거야~"


김 교수는 별일 아니하는 듯 너털웃음을 지으며 지영에게 무심코 말했지만...


'하지만, 그러고 보니...'

 

사실, 김 교수 자신도 요즘 들어 토막 난 부녀자 사체의 부검 의뢰가 부쩍 많이 들어오는 것을 보며

나름 이상하게 생각하고는 있었다.

 

좀 전만 해도 경찰서에서 부검 의뢰 들어온 사체 토막이 여기 사장님과

비슷한 나이대의 실종된 부녀자 사체이지 않은가!


단지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갑자기 일시에 차가 쏟아져 나와 도로가 정체되는

병목 현상처럼 우연의 우연 겹친것 뿐일까?

 

아님... 이 동네 주변에 사는 어떤 싸이코 가?  일부러?


"교수님. 주문 하신 수육 백반 나왔습니다."


지영이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김교수의 테이블 앞에 수육 백반이 담긴 쟁반을 `탁` 하고 내려놓더니,

다시 터벅터벅 계산대 쪽으로 걸어갔다.


'아~ 그러고 보니 좀 전에 연구실에서 본 그 부녀자 사체의 얼굴.

 어디서 보았더라? 분명 낯이 많이 익긴 한데?'


김 교수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젓가락을 들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육 접시에서

작은 고기 한점을 집어 들었다.

 

눈앞에 쥐고 있는 은색 젓가락 사이에 낀 검은 고기 한점이 오늘따라 좀 이상하게 보였다.


`헉~'

'이... 이... 이것은….?`


젋은 시절, 명문 의대를 졸업하고 바로 '국과수' 에 연구사로 입사하였다가, 모교인 의대의 해부학교실 주임교수로 근무하기 까지 언 20년.

  

그동안 사체 해부는 나의 천직 이자, 나의 인생 이었다.

 

수 많은 세월 동안 다양한 케이스의 사체를 해부해 보면서 나름 이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로 알려졌고,

자칫 미제로 빠질만한 수많은 경찰 수사 사건의 해결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스스로를 자부해왔다.


'그래서... 이번에도 분명 확실하다.'

 

바로 내 눈 앞에 보이는 이 고기 수육은, 지난 20년 동안 연구실에서 수도 없이 보아왔던...

인간의 엄지손가락 일부라는 것을!


”우웩~”


김 교수는 먼저 몇 숟갈 입안에 개어 넣은 국밥의 밥알들까지 테이블에 모조리 토해내고 말았다.


                                                                            ***

 

 

”우웩~”

 

더 이상 속에서 게울 것이 없어진 김 교수가 냅킨으로 입 주변을 닦으며 테이블에서 힘들게 얼굴을 들었다.

그 때, 앞에 있던 지영이 김 교수가 놀래서 바닥에 떨어뜨린 '엄지손가락' 을 손으로 집어 올렸다.

 

기분 탓인지 약간은 신이 난듯한 지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교수님?  괜찮으세요?"


김 교수가 아무 말 없이 창백한 얼굴로 지영을 쳐다보았다. 


지영은 어느샌가 김 교수가 놀라서 떨어진 '그 것' 을

테이블에 다시 놓으며 교수에게 말했다.


"아, 아, 아니에요. 교수님~  교수님이 혹시나 생각하시는 '그, 그거' 진, 진짜~. 아니에요. 참말이에요! 

저, 저기… 괜찮으시면 좀 더 맛 좀 보시라고 '이 고기 수육'  좀 더 갖다 드릴까요? 

오늘따라 식당에 '이 수육 거리' 가 많이 들어왔거든요. 그러니까 한 접시 만 더…."

 

”우... 우... 우웩~”


김 교수는 지영의 말을 듣자마자 다시 테이블에 엎드려 토 를 했고,  

지영은 김 교수의 테이블에서 수육 접시를 강제로 뺏어 들고는, 갑자기 밝아진 표정으로 식당 조리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식당 조리실 후문을 통해 몰래 밖으로 나온 지영이, 국밥집 앞문 쪽으로 '뺑' 돌아가 돌돌 접혀져 있던 

접이식 파란 셔터문을 쇠 막대기로 걸어 '쭉~' 아래로 닫아버렸다.

 

그 순간, 이제는 더 이상 속에서 개울 것이 없었던 김 교수가 갑자기 무엇인가를 떠올렸다.


`맞다. 좀 전에 실험실에서 해부하다가 중단했던 그 토막 사체에도 엄지손가락이 달려있지….`


드디어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 챈 김 교수가 밖으로 도망치기 위해 일어서려는 순간, 

 

태연하게 가게 문을 잠그고 온 지영이

테이블 위에 가게 고기 자르는 두꺼운 네모 칼을 내려 놓았다. 


'방금 일어난 이 사실들을 난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그럼... 설마...?' 

 

사체 해부에 정통한 20년 관록의 김 교수가 서서히 자신의 마지막을 알아 챌 순간이 다가 왔다.

 

"교수님. 여기 오시기 전에... 혹시 실험실에서 '우리 어머니 꺼'  보셨죠?

 어떠셨어요? 제 솜씨가?"    

 

그 순간, 지영이 가게의 불을 모조리 끄고

떨고 있는 김 교수의 얼굴을 향해 '확' 다가왔다.

 

"교수님, 그 손 좀 잠깐 이리 주실래요?  여기서 바로 시연해 드릴께요!

저도 여기 식당에서 자그만치 20년동안이나 '이 것' 을 썰어왔다고요!"

 

‘아~ 그렇구나!’

 

무엇인가 감이 온 김 교수는 지금 자신이 오줌을 지리는 것을 느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20년 동안 내 인생의 일부 였던 사체들의 숨은 제공자가

지금 내 앞에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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