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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악마에게 사육당하다.(remaster)
게시물ID : panic_1023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윤기사
추천 : 5
조회수 : 94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7/23 20: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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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사 근처에서 동료와 술 한잔을 걸친 영태가 술도 깰 겸, 24시 전화방이 있는 어느 건물의 2층으로 올라갔다.

  

"사장님, 1시간이요!"

 

영태는 계산대에서 연신 졸고 있는 사장에게 크게 외친 후, 전화방 입구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방으로

성큼 들어갔다.

  

재킷을 벗고 편안하게 앉아, 자신에게 전화가 걸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따르릉~`

`따르릉~`

 

몇 분만에 전화 한통이 바로 걸려왔다. 

 

`오늘은 어떤 여자 분이 나에게 전화하셨을까? 떨린다. 히히히~`

 

 영태가 혼자 실실 웃으며, 테이블 위 전화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여 보 세 요~`

`여 보 세 요~`

 

 

상대편에게서 아무런 응답이 없는 것을 확인한 영태가 그만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여보세요? 저는 악마입니다.]

 

 영태가 순간, 예기치 못한 상대의 대답에 놀랐다.

 

 "? , 여보세요?"

 

[저는 악마입니다. 저는 당신이 원하는 복수를 도와줄 수 있어요.]

 

`이게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야? 에이, 재수 없게~`

 

"저기요? 전화 잘못.“

 

[김영태 씨. 오늘 회사에서 직속 상사인 김 과장에게 엄청나게 혼나셨죠?]

 

영태는 상대방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고,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알고 있는 것에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그걸 어떻게 알았지? 회사 미팅실 안에서 김 과장이랑 나랑 단둘이 있을 때 일어난 일인 데?`

 

악마가 계속 말했다.

 

[그러니까 제가 악마죠. 킥킥킥. 어떠세요? 그 쓰레기 같은 김 과장을

`멍멍` 강아지로 만들고 싶지 않으세요?]

 

영태는 순간 웃었다.


`하하하. ? 강아지? 진짜 그렇게만 된다면 인생이 정말 재미있기는 하겠다.

회사에서는 이제 나를 갈굴 상사도 없어지니 회사 생활이 좀 편해지겠네?`

 

[어떠세요? 김 과장을 진짜로 `멍멍` 강아지로 만들고 싶지 않으세요?]

 

영태가 농담 반, 진담 반의 심정으로 수화기에 대고 대답했다.

 

", 그럼 내가 그렇게 해달라고 하면, 그 X새끼 김 과장이 진짜로 강아지로 변하는 건가요?"

 

[내일 회사에 출근해서, 제 말이 맞는지를 한번 확인해 보시죠.

어떠세요? 마음속에서는 김 과장을 `멍멍` 강아지로 만들고 싶으시죠?]

 

이미 술이 확 다 깨버린 영태는 오늘 오후에 자신을 그렇게 비참하게 깨버린 김 과장의 면상을 생각하며, 수화기에다 소리를 질렀다.

 

"~ 그 X새끼 김 과장, 진짜 그 X새끼로 좀 만들어 주세요. 어디 후배에게 피눈물 좀 나게 했으니 본인도 한번 당해 봐야지. 그런데 X새끼라? 히히히"


[좋습니다. 그 대신.]

 

영태가 침을 꼴깍 삼켰다.

 

[내일 다시 이 방에 와 주신다고 약속해 주세요]

 

뭔가 엄청난 것을 자기에게 요구할 줄 알았던 영태가, 긴장이 사르르 풀리며 대답했다.

 

", 알았어요. , 그 정도야~ 저 어차피 여기 전화방 단골이라고요~! 그 대신, 악마 씨. 당신이 말한 약속이 진짜로 지켜지는지 어디 한번 두고 봅시다."

 

수화기 저편, 악마가 낄낄 웃으며 말했다.

 

[감히 인간의 부탁이신데, 여부가 있겠습니까? 킥킥킥~]

 

 

                                                                   ***

 

 

다음 날.

 

영태가 회사에 출근한 후, 회사 옥상 흡연공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입사 동기인 준수가 영태에게

파래진 얼굴로 다가왔다.

 

", 영태야? 너 그 얘기 들었어?"

 

영태가 옥상 흡연 공간의 재떨이에 담배 재를 털며, 얼굴이 새파래진 준수를 멀끔히 쳐다보았다.

 

"왜 그래? 아침에 뭐 잘못 먹고 출근했어?"

 

준수가 소름이 돋는 듯 어깨를 움츠리며 영태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너 네 과장 있잖아?`

 

"? 김 과장님?"

 

왠지 모르게 영태의 심장 소리가,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쿵쿵`

`쿵쿵`

 

"아침에 김 과장 아내란 분이 회사 당직실로 전화를 했는데, 세상에 네 직속 상사인 김 과장이 아침에 자고 일어나 보니까 집에서 온다간다 아무 말 없이 사라졌고, 침대 위에서 못 보던 강아지 한 마리가 놓여 있었다고 하더라.

 

 부랴부랴 경찰서에 남편 실종 신고를 하고, 총무팀에 전달 좀 해서 급하게 병가 처리를 해달라고 말 했더라고. 하긴 김 과장이 부하 직원 대하는 싸가지는 없어도, 여름에 휴가 한번 안 갈 정도로, 회사에서 몸 바쳐 열심히 일해 온 건 사실이잖아? 그런 분이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다니, ...”

 

영태는 그 얘기를 듣자마자 간담이 서늘해졌다.

 

`아니 그럼 어제 전화방 악마 이야기가 다 사실인 건가? 김 과장이?, 진짜 강아지로?`

 

 

                                                          ***

 

 

회사에서 퇴근하자마자 영태가 전화방이 있는 건물 2층으로 황급히 올라갔다.

 

"사장님, 1시간이요!"

 

영태는 계산대 앞의 사장에게 그렇게 외친 후, 어제의 그 전화방으로 들어갔다.

재킷을 벗고 넥파이를 풀어헤치며, 또 악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따르릉`

`따르릉`

 

영태가 떨리는 손으로 얼른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어떠세요? 김 과장 님 확인은 해보셨나요? 키키키]

 

", 아니, , 그럼 김 과장이 진짜 강아지로 변해버린 건가요? , 악마님. 그럼 김 과장이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는 있나요?"

 

수화기 넘어 악마가 자지러지게 웃었다.

 

[한번 동물로 변한 사람은 다시는 원래대로 못 돌아옵니다. ? 예외가 있긴 하죠. 제가 진짜로 마음에 드는 동물을 만났을 경우. 그때는 뭐, 저도 다른 동물은 필요가 없으니까~]

 

영태가 악마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저는 왜... 여기에 또 오라고 하신 거죠?"

 

악마가 이번엔 좀 더 크게, `꺼이꺼이` 웃었다.

 

[말씀해 보세요. 또 동물로 만들고 싶은 사람이 있으세요? 혹시 가까운 사람 중에서.]

 

영태는 `이제 그만!` 이라고 악마에게 외치려다가, 문득.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부유한 집의 아들인 영태는, 자수성가한 아버지의 가르침 때문에, 집에서 용돈 한번 제대로 못 받고 회사에서 김 과장 같은 인간을 만나며 갖은 고생을 겪고 있다.

 

`만약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아버지의 재산은 아들인 내가 법정 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럼 이깟 회사 나부랭이에 굳이 안 나가도. 부동산들이나 관리하면서. 히히히.`

 

영태의 생각을 그대로 읽기라도 하듯, 수화기 너머로 악마가 속삭였다.

 

[어때요? 아버지를 염소로 만들어 버리고 싶지 않으세요?]

 

영태는 흠칫 놀라며, 들고 있던 수화기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갈등했다.

 

`그래도 내 아버지인데.`

 

[어때요? 아버지를 영원히 염소로 만들어 버리고 싶지 않으세요? 그럼 아버지의 수많은 재산은 바로 당신 관리가 됩니다. 세상에, 회사에서 김 과장 같은 인간에게 욕이나 먹어 가면서 밤, 낮으로 일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 인생은 즐기라고 이 세상에 있는 겁니다당신은 지금 그 기회를, 저 덕분에 잡게 된 것이고요. 어때요?]

 

계속 듣고 있던 영태가 악마에게 그만 홀려 버린 듯, 양 눈이 점점 빨개지며 수화기에다 대고 소리쳤다.

 

", . , 아버지를. 아버지를. . 염소로 만들어 주세요. , 악마님.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좋습니다. 그 대신.]

 

영태가 다시 침을 꼴깍 삼켰다.

 

[내일 한 번 더, 이 방에 와 주신다고 약속해 주세요!]

 

`, , 알겠습니다. 저도 당분간은 맨 정신에 집에 들어가긴 글렀으니 내일도 전화방에 다시 오겠습니다.

 , 그럼. 저는 그렇게 알고...`

 

영태가 수화기를 천천히 내려놓고는, 얼굴을 감싸다가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쥐어뜯었다.

 

 

                                                                    ***

 

다음 날 저녁.

 

영태가 회사에서 퇴근하자마자 그 전화방 건물로 바로 들어갔다.

 

", 사장님. 1시간이요!"

 

영태는 어제의 그 전화방으로 또 들어갔다. 재킷을 벗고 넥타이를 풀며, 악마의 전화가 걸려오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오늘 아침에.

 

아니나 다를까? 어제 그 악마의 말대로 집에 잘 계시던 아버지가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셨고, 주택 앞마당 안에는 웬 염소 한 마리가 나타나 눈물을 흘리면서, 마구 뛰어다니고 있었다.

 

출근 전, 영태는 마당에서 울고 있는 그 염소의 모습을 계속 바라보다가,

출근 후, 전화를 걸어 흑염소와 개소주 중탕집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에게 염소를...

바로 팔아버렸다.

 

죄책감이 전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정말 미안합니다. 아버지...

저를 위해서, 조금만, 조금만이라도 용서해 주세요. 죄, 죄송합니다.'

 

다시 전화방.

 

`따르릉`

`따르릉`

 

`, 여보세요?`

 

[저는 악마입니다. 당신의 복수를 도와줄 수 있어요!]

 

영태가 한 숨을 쉬며, 악마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이제 복수는 됐어요. ... 그리고요, 여기 전화방도 그만오고 싶은데?"

 

[~~~]

 

악마가 한껏 웃으며 대답했다.

 

[~ ~ 미안~ 인간 시험용 전화 멘트를 하도 많이 써먹었더니, 아주 그냥 내 입에 붙었네, 붙었어.]

 

영태가 그 말을 듣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인간 시험용?'

 

악마가 엄숙하게 말했다.

 

[너는 점잖은 인간의 탈을 쓰고, 자신을 괴롭힌다는 것을 핑계 삼아 직장 상사를 강아지로 만들고, 재산에 눈이 어두운 나머지, 심지어는 네 아버지까지 염소로 만들었잖아?

 

너는 내가 이 세상에서 정말 애타게 찾던, 도저히 인간 같지도 않은,

정말로 먹음직한 진짜배기 동물이야.

 

어쨌든 내가 너를 이렇게 찾은 덕분에,

그 두 사람은 원래 모습으로 다시 환생을 하겠구나!

~~~]

 

`~~~ ~~~ ~~~ ~~~~~~`

 

그 말을 끝으로 악마에게서 온 걸려온 전화는 바로 끊겨 버렸다.

 

`? 이게 무슨 소리지? 드디어 악마가 나에게 볼일이 없어진 건가그리고 동물로 변한 두 사람이 다시 환생을 한다고? 그럼, 중탕집에 이미 팔려간 우리 아버지는???`

 

어안이 벙벙해진 영태가 수화기를 내려놓으면서,

벽에 붙어 있던 전신 거울을 우연히 바라보았다가

놀라서 그만 전화기 본체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거울 앞에는, 웬 살찐 돼지 한 마리가 `꿀꿀` `꿀꿀`

거리며 탐욕스러운 반달눈을 희번덕하게 뜨고 앉아 있었다.

 

갑자기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느끼며 영태는...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졌다.

 

전화방 공간의 구석구석에서, 뭐라~ 뭐라~ 뭐라~ 는 소리가 들리며, 영태에게 자꾸 말을 거는 것 같았다.

 

고막으로 계속 들려오는, 그 미칠 것 같은 소리에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영태가 벽에다 머리를 마구 찧으며, 있는 힘껏 울음소리를 냈다.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꿀꿀` `꿀꿀``

 

`사람이 여기, 돼지 안에 갇혔어요. 제발 꺼내만 주세요.

 

`꿀꿀` `꿀꿀``

`제발~ 제발~ 살려. 주세요. 꿀꿀.`

 

`꿀꿀` `꿀꿀'

`꿀꿀` `꿀꿀'

`꿀꿀` `꿀꿀'

`꿀꿀` `꿀꿀'

...

...

...

...

 

                                                            ***

 

 

 

돼지의 입에서 괴상하게 갈라지는 울음소리를 듣고는,

  

1층 정육점과 2층 전화방을 동시에 운영하는 사장이자,

인간의 모습을 한 악마가 네모난 고기 자르는 칼을 가지고.

 

영태가 울부짖는 전화방으로, 노크도 없이 들어갔다.

 

[자~ 오랜만에 맛있는 요리나 한번 만들어 볼까?

오늘은 어디 부위부터 잘라 볼꼬?  히. 히. 히. 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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