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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맨의 하루#18 군탈체포조 혹은 DP
게시물ID : humordata_19190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ahh
추천 : 4
조회수 : 120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1/08/30 16:37:06

동생들 오랜만이네. 한동안 뜸했다. 사업이 본 궤도에 들다보니 이런저런 일이 많이 생기더라.

무슨 행사는 또 그리 많은지.

 

 

넷플릭스 왓챠 자주 보는데 요즘 넷플릭스에 DP란 드라마가 인기더군. 4화까지 보고서는 채널 돌렸어. 별다른 이유는 없어, 드라마가 현실보다 더 재미없어서지. 옛 생각이 났는데 무슨 일인지 오유가 떠오르더라.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데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어.

 

 

난 사단 헌병대 행정병 출신이야. 행정병은 그야말로 지원부서, 부대 돌아가는 상황을 누구보다 세세히 알 수 있는 자리지. 간부들과 매일 대면하니 부대 속 사정도 당연히 알게 되고. 근무 연도, 근무지 등은 얘기 안 할게. 민감한 부분이 많아서야.

 

 

헌병대에서 군 생활하는 동안 큰 사건, 엄청나게 큰 사건이 둘 있었어. 하나는 덮었고, 다른 하나는 어쩔 수 없었지. 언론이 알게 되었으니까. 좀 있다 얘기해줄게.

 

 

드라마 DP를 중심으로 얘기해보자면,

 

 

부사관을 제외한 헌병대 간부, 즉 장교는 학군, 3사관학교 출신이 많았어. 대부분이었지.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헌병 병과는 원스타가 끝이야. 최고자리까지 가봤자 별 하나란 거지. 하여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은 잘 지원하지 않아. 그렇지 않겠어? 육사 출신이면 누구라도 4성 장군을 꿈꿀 테니까.

 

 

육사 출신들에 비해 진급이 어려운, 그러니 소령, 중령에서 전역할 수밖에 없는 학군이나 3사관학교 출신들 중 성적이 우수한 자원들이 헌병대 지원을 많이 해. 차라리 힘 있는 부대에서 근무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들어서겠지. 당시 우리 부대는, 대장은 학군, 보좌관은 육사, 그 밑 3명의 장교는 3사관, 학군 출신들이었어.

 

 

드라마를 보면 보좌관인 육사 출신 대위가 부사관인 헌병 수사관을 갈구는 장면이 나오는데 당시는 말도 안 되는 얘기였지. 오히려 한 부대에서 십수 년간 짬 먹은 부사관들(정확이 말하면 수사 요원)이 장교들을 은근히 갈궜으니까.

 

 

비슷한 건, 당시 보좌관이나 드라마 속 보좌관이나 할 일이 무지 없다는 거지. 모셨던 보좌관은 수사관들과 고스톱 치는 게 일이었어. 하루 죙일 보좌관실서 뭐하는 지 몰라. 짱박히기 정말 좋은 직급이 헌병대 보좌관이었어.

 

 

사무실도 그래. 드라마 속 수사과에 간부가 1명이라는 건 말이 안 돼. 사단 헌병대만 하더라도 수사과장(혹은 조사과장) 한 명에 수사관이 두서너 명 있고 그 밑에 챠트 그리고 타자 치는 사병들이 두서너 명 정도 있거든.

 

 

영창 근무도 마찬가지야. 내가 근무할 때 영창 근무는 내초, 외초 21조가 기본이었어. 고참은 드라마 속처럼 영창 안에서, 쫄따구는 영창 밖 경계근무를 서는 거지. 그리고 갓 입대한 이등병에게 영창 근무를 시킨다는 건 정말이지 말이 안 돼. 헌병대에서 제일 큰 사고는 탈창과 영창 사고야. 탈창은 탈옥을 말하는 거야.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뿐만 아니라 극도로 불안감을 느끼는 수감자들이 간혹, 자해를 하거나 심지어는 목 메다는 경우도 있어. 이런 자리에 이등병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야.

 

 

야간 경계근무 장면도 나오더군. 전방 사단 헌병대는 인원은 부족한데 근무할 곳은 정말이지 많아. 총원 1/3 정도는 검문소 파견 보내고 나머지 인원들로 사령부 정문, 영창, 사령부 비밀취급소 등에 야간 근무를 서는데, 당시는 2시간이 기본이었지.

 

 

준비하고 오가는 시간까지 합하면 3시간 정도.그럼 근무 끝나면 바로 잘 수 있나? 새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지. 짬이 되는 일병이나 상병은, 병장 근무복 다림질하고 이병이나 일병은, 워커를 닦지. 근무복은 각이 칼같이 서야 하고 워커는 광이 번쩍여야 해. 이 짓을 병장 달 때까지 매일 하는 거야. 겨울이면 죽는 거야. 야상까지 다려야 하니까. 그래서 늘 잠이 부족했지. 헌병병과 출신들 옷 잘 다린다. 지금도 내 옷은 직접 다려.

 

 

, 그리고 고참 기수 외우는 걸 가지고 한따까리 하던데, 이건 별로 중요한 게 아냐. 진짜 중요한 건 아 욕 나온다. 군단사령부, 예하부대 지휘관이나 주요 간부 차량 번호를 외우는 거지. 군사령관부터 시작해서 저 밑에 각 사단의 대대장 차량까지. 수백 개가 넘는 걸 어떻게 외워.

 

 

그럼 왜 이 짓을 왜 하느냐? 프리패스를 위한 거지. 아니 검문소에서 검문하면 대통령 차라도 차를 세워 신분을 확인하는 게 당연한 거잖아. 한번은 **검문소에서 말단인 이등병이 군단 참모장 차량 세워 검문했다가 영창 간 일도 있었어.

 

 

자대 배치받고 제일 먼저 하는 게 수백 개가 넘는 차량 번호 외우는 거였어. 물론 이걸 가지고 매일 한따까리하는 거였지.

 

 

덮어서 그렇지 헌병대 내에서도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늘 있어. 한번은 사단 신교대에 강남의 부동산 재벌 아들이 입대한 거야. 국방부나 군사령부로 갈 넘이 하필이면 전산에 에러라도 났는지 강원도 오지의 신병교육대로 덜컥 와 버린거야.

 

 

이넘 아버지 지인 중 한명이 원스타 헌병감, 일단은 사단 헌병대로 보내놓고 몇 달 있다 헌병감실로 전출시키자. 하여 우리 부대로 온 거였어. 이 넘 그냥 오 이병이라 부를게.

 

 

첨엔 몰랐어. 간부들이 쉬쉬했으니까. 그냥 좀 있다 갈 넘이니 힘든 일 시키지 말고 잘 해줘라 정도였어. 뭐 빽 좀 있는 넘인가 싶었지. 행정반에서 청소나 하고 잔 심부름하는 게 전부였어.

 

 

사는 넘이라 그런지 하루가 멀다 위문품이 왔어. 큰 보자기는 부대원들을 위한 거였고 작은 상자는 오 이병 거였지. 특이했던 건, 이넘 상자엔 꼭 반건조 오징어가 들어있었어. 살다 살다 오징어, 그러니 반건조 오징어를 그렇게 좋아하는 넘 첨 봤어. 반 마리를 한꺼번에 입에 집어넣고 우걱우걱 씹는데, 그참. 그렇게 먹어야 맛있다나 머래나. 내가 그랬어. 작작 씹어라 임마, 턱 빠진다.

 

 

사단이 난 건, 이넘 누나가 친구들을 데리고 면회를 왔는데. 대단한 미모였고 같이 온 누님 친구가 당시 인기 있는 여자 가수였다는 거야.

 

 

이전에 그러니 이 넘 부대 첨 왔을 때, 행정반에 함께 있었으니 나 역시 이것저것 물어봤지. 사회 있을 때 뭐 했냐? 여친은 있냐? 누님은 계시냐? 뭐 그런 뻔한 얘기 말이야. 그랬더니 한번은 이시키가 입대 전 얘기를 하면서 김혜수가(그래 맞아 우리가 아는 그 김혜수) 파티를 열어 줬다는 거야. 군대 간다고. 미친 세*, 이거 또라이 아냐? 단박에 그런 생각이 들더군. 아버지 빽 좀 있다고 잘해줬더니 이시키 우릴 갖고 노나? 뭐 그런 생각이 들었었지.

 

 

사단사령부 정문 근무 서던 김땡땡 병장 눈이 뒤집혀 진 거지. 미모의 아가씨와 인기 가수가 키 작고 얼굴도 까무잡잡하고 남성미라곤 전혀 없는, 좀 있다 부대를 떠날 놈 면회를 왔으니까. 이것 봐라. 그럼 김혜수 얘기도 진짠가?

 

 

그날부터 김땡땡 병장, 누님 소개시켜 달라며 보챘어. 아님, 같이 온 그 가수 면회 좀 오면 안 되나. 좀 과하다 싶을 정도였지. 하도 닦달을 해대니 인기 가수는 아니지만 오 이병이 잘 아는 여친들이 실제 면회를 온 적이 있었어. 뭐 당연히 한 미모하는 분들이었겠지. 김땡땡 병장이랑 몇몇이 나가 재밌게 놀다 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로부터 얼마 후, 부대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 일어났지. 그날도 오 이병 집에서 위문품이 왔고 당연히 반건조 오징어도 있었지. 이넘이 씹다가 진짜로 턱이 빠져버린 거였어. 이시키 어디 짱박혀 졸라리 반건조 오징어 씹다가 턱이 빠지니까 허겁지급 어버버~~ 제대로 말도 못 하면서 행정반으로 뛰어 들어오는 거야. 손에는 먹다 남은 반건조 오징어 반 마리 든 체 말이지.

 

 

손짓으로 입이며 오징어 가리키니까 사정 알만했지. 뭐 바로 의무대로 후송했고 일과 시간 끝날 때쯤 복귀했으니 그렇게 넘어가는 줄 알았지.

 

 

다음 날 아침부부터 간부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어. 오 이병이 수사과 과장과 장시간 면담하더니 다시 대장실로 불려 가고, 이후 다시 수사관 김 중사와 별실에서 한참을 얘기하는 거야.

 

 

이후 저녁이 되었음에도 수사과 간부 누구도 퇴근하지 않았고 저녁 식사시간이 끝나자마자 왕고참부터 말단 이등병까지 줄줄이 수사과로 부르는 거야.

 

 

일지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1. 오징어 먹다 턱 빠진 오 이병이 의무대 갔다 오는 길에 공중전화 박스가 보이길래 집에 전화를 했고

2. 안부를 묻는 어머님께 턱이 빠져 의무대 갔다 오는 길이라 했고

3. 놀란 어머님이 턱이 왜 빠졌냐고 물었고

4. 오징어 씹다 그랬다고 사실대로 말했으면 될 일인데 쪽팔렸는지 어쩌다보니 그리 되었다 둘러댔고

5. 놀란 어머님은 오 이병 아버님께 보고를 했고

6. 더 놀란 아버님은 지인인 원스타 헌병감에게 전화를 걸어 내 아들이 턱이 빠졌는데 제대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더라면서 사람 턱이 빠지는 경우가 흔한 일이냐? 맞아서 그런 거 아니냐 항의를 했고

7. 헌병감은 우리 헌병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사건이 있는 거 같으니 법과 원칙대로 조사하라며 노발대발했고

8. 관내 기관장들과 정례 모임 중이었던 대장은 술 먹다 헌병감으로부터 빡친 전화를 받자 더 빡쳤고

9. 다음 날 아침, 빡친 대장은 간부들 불러놓고 한 대라도 때린 넘 있으면 발본색원하라 지시를 했고

10. 사안이 중한 일인지라 수사과장이 직접 오 이병을 불렀고, 대장도 부르고, 다시 수사관이 불러 자초지종을 캐묻자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감을 느낀 오 이병은 오징어 씹다 그랬노라 자백을 했지만,

 

 

그래도 미심쩍은 수사관이 계속 고참들의 강압이 없었느냐, 갈군 적 없느냐, 물은 얘기 또 묻고 하니 하루 왼종일 불려다니더라 지치고 맥 빠진 오 이병이 실은 김 땡땡 병장이 어쩌구저쩌구 해서 실은 어쩌구저쩌구 한 적이 있다 실토 아니 실토를 한 거였어. 가볍게 머리 몇 대 맞은 것까지. 단순한 헤프닝이 김 땡땡 병장의 '구타'와 '강압에 의한 거시기'로 밝혀지는 순간이었지.  

    

 

앞에서 헌병대 내에서도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많다고 했지? 대부분은 덮어. 이유는 하나야. 진급이 안 되니까.

 

 

그럼 어떻게 처리할까? 덮고 나선 벌을 안 줄 수가 없잖아. 헌병에게 최고 벌은 일반 보병부대로의 전출이야. 한마디로 귀양 보내는 거지.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반병들이 헌병 좋아할 리 없잖아. 당시는 더했지. 무엇보다 폼 잡는 일만하다 맨땅에서 하루 왼종일 작업이며 훈련하는 보병부대에서의 생활은.

 

 

본인 진술도 그랬고 부대원 전수조사해도 나오는 게 없으니 김땡땡 병장을 사단 예하 보병부대로 전출시키는 걸로 사건은 마무리 되었어. 곧이어 오 이병도 육군본부로 갔고. 김 땡땡 병장 외출, 외박 나오면 헌병대 한번씩 들렀어. 후줄구레한 전투복에 낡은 전투화, 까메진 얼굴. 그 이전 폼나는 김 땡땡 병장의 가오는 어디에도 없었어.

 

 

지금 궁금한 건, 오 이병이나 김 땡땡 병장의 근황이 아냐. 입대하기 전, 정말이지 김혜수가 오 이병을 위해 파티를 열어줬을까. 뻥이었을까. 그거야. 얘기가 길어졌는데 정작 DP 건은 하나도 못 했네. 내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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