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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00 게임
게시물ID : panic_1025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프리키
추천 : 2
조회수 : 90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10/03 08: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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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닥의 냉기가 내 뺨에 서서히 느껴진다!


여기는...  도대체...






헉!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급한 대로 눈을 떠보니, 군데군데 조명이 들어오는 어두운 공간 안에 사람 몇몇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두 손을 바닥에 짚고서,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렇게 어두운 공간 안에서도 평소 의심이 많은 내 눈은 밀림의 하이에나처럼 서서히 적응되고 있었다.




손등으로 눈을 비비며 자세히 보니, 겁을 잔뜩 집어 먹은 표정의 40대 여인과, 그 여인의 아이로 보이는 초등학생 나이의 소년. 그리고 갈색 낚시 모자를 눌러쓰고 있으며, 배가 적당히 나온 중년의 아저씨가 쌍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꼭. 너는 누구지? 왜, 여기에 와 있지?


하는 의심어린 눈빛으로!




나!




나??




그, 그래. 나, 나는 대, 대학생!. 정, 정확히는 휴학생이지. 학교 도서관에서 토플시험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올라가는 골목에서 갑자기 머리에 무엇인 가를 얻어맞고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나 보니 바로 여기에 누워 있었던 것이다.




여기는 대체 어디이며?


과연, 무엇을 하는 곳인가?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저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가?


과연, 저 사람들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혹시... 전에 나와 무슨 관계라도 있었던 사람들인가?




더 궁금한 건, 서먹서먹 하게 서 있는 사람들 사이로 네모난 가정용 식탁 위에 큼지막한 디지털 전자타이머가 딱 놓여 있는 것이었다.




대체, 저것은 여기 왜 있는 것일까?


왜, 하필 왜 저게 여기 있을까?


과연, 저것의 용도는 무었일까?


저걸 어떻게 잘만 이용하면, 여기 이 암흑 같은 곳에서 탈출을 할수 있을까?




긴장이 되고, 목이 잠겨 제대로 목 소리가 나오지도 않았지만, 먼저 용기를 내어 저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궁금한 것 들을 한번 물어보기로 했다.




"저... 저... 혹시... 여기에 다들 언제부터 계신 건가……. 웩!"




부웅. 부웅. 부웅.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부웅. 부웅. 부웅.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갑자기 어디선가 레이싱 자동차들이 경기장에서 출발할 때 내는 배기음 같은 굉음 소리가 마구 들려왔다.


이어,  식탁 위의 디지털 전자타이머가 빨간 색으로 05:00 분을 표시하더니,




05:00


04:59


04:58


04:57


04:58


...






1초씩 거꾸로 카운트가 되기 시작했다.


나를 포함하여 거기에 있던 사람들이 우왕좌왕. 우물쭈물. 하는 사이, 시계는 벌써 04:30 분을 거꾸로 지나치고 있었다.




이, 이, 이건 또 뭐야?




겁먹은 채로 가만히 서 있던 40대 여인과 소년 또한 거꾸로 카운트가 되는 타이머를 보고, 갑자기 동요가 되기 시작했다.




여인은 그 굉음 같은 소리를 듣자, 몸을 팔로 감싸며 '벌벌' 떨기 시작했고, 옆에 있던 소년은 여인의 청색 윈피스 자락을 붙잡으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중년의 아저씨도 쓰고 있던 낚시 모자를 벗어 던지고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쥐어뜯고는, 이 기분나쁜 배기음 소리를 떨쳐 낼 요량으로 두 손으로 자신의 귀를 애써 틀어막고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어떤 심리학 서적에서 누가 그랬던 것 같은데? 상대의 기분을 최고로 더럽히는 방법이... 상대에게 그 어떠한 부연 설명도 없이. 주기적으로 기분 나쁜 소리를 들려주며, 규칙적으로 계속 상대를 괴롭히는 것이라고!




지금이 나에게는 '딱' 그런 경우다.


나도, 저 사람들도. 도대체 왜? 왜?




도대체 누가 왜 이러는 건지?


어떠한 영문도 모른 채...


거꾸로 흐르는 저 재수없는 타이머를 바라보며, 이렇게 떨기만 해야 한단 말인가?




갑자기 타이머의 숫자가 01:00 분으로 줄어든 순간, 칠흙 같은 시커먼 바닥에서 성인 평균 어깨의 지름만 한, 동그란 원 세 개가 저절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부웅. 부웅. 부웅.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부웅. 부웅. 부웅.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타이머의 시간이 점점 줄어들 수록, 배기음 소리가 더욱 강렬하고 무섭게 들려왔다.


계속 벌벌 떨기만 하던 여인이 갑자기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 자신의 오른쪽 다리를 들어서 방금 막 그려진 한 개의 원 안으로 얼른 몸을 옮겼다.



"호준아~ 빨리!"



소년도 그 여인의 말을 듣고는 그려진 다른 한 개의 원 안으로 다리를 폴짝, 뛰어 몸을 옮겼다.


소년이 무사히 원안에 들어간 것을 확인한 그 여인이 기분나쁠 정도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중년의 아저씨와 나는, 이 다음의 행동을 어찌해야할 지...

머릿 속으로 경우의 수를 계산하며, 서로를 곁눈질 하다



갑자기,



아저씨가 들고있던 낚시모자를 비어있던 남은 하나의 원 속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갑자기 누런 이를 들어내며 활짝. 웃었다.



히히히!



마침내.


타이머의 빨간 숫자가 00:00 분으로 표시되는 순간!



나는 그 낚시모자가 떨어져 있는 남은 원 속으로 뛰면서 바닥에 엉거주춤 쓰러졌고,



퍽-


퍽-



깔깔거리며 웃던 아저씨의 발밑으로 갑자기 엄청난 고압 전기 스파크가 발생하며, 순식간에 아저씨의 배 나온 몸뚱이가 마치 숯불 안의 놓인 전기구이 통닭처럼 새까맣게 타서 껍데기가 말라 버렸고, 그 주변으로 아저씨의 내장 지방이 녹아버린 듯, 걸죽한 기름들이 조금씩 바닥으로 흘러 내렸다.



뼛 속까지 새까맣게 타버린 아저씨의 몸뚱이가 바닥 한쪽으로 서서히 기울어지며, 마침 어디선 가에서 불어온 더운 열기들이 아저씨의 육신이 담긴 검은 잿가루들을 조금씩 날려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바닥에 그려졌던 그 동그란 원 들이 조금씩 사라져 갔다.



***



방금...


내 눈앞에서 일어난, 진짜 코 앞에서 바라보고도 아직도 믿지 못할, 아저씨의 참변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과연 저 여인은, 이게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사실인지? 알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아저씨는 왜 새까맣게 타서 저렇게 죽어야만 했던 것일까?



아니지!


아니야...



만약, 내가 그 아저씨보다 먼저 그 원안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아저씨 대신 내가 먼저 전기구이 통닭으로 변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다 될 떄까지 생각하며, 한참을 저울질 하던 아저씨는 결국, 바닥에 그려진 원 안이 오히려 치명적인 '덫' 이라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내 눈치를 슬쩍 보다가 자신이 들고 있던 낚시모자를 그 안으로 얼른 던져넣은 것이다. 혹여나 내가 그 모습을 보고 원 안으로 같이 따라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지만 그 결과는... ... ...



"시발!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되가는 거야? 아, 아줌마. 아니 당신은 이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알고있죠? 그렇죠? 어서, 속 시원히 한번 말해 보세요! 설마... 또 바닥에서 엄청난 전기 스파크들이 일어나며, 여기 있는 우리들 모두. 전기구이로 통닭으로 되버리는 건 아니겠죠?"



오른손 엄지 손톱을 계속 물어 뜯던 여인이 나를 보며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나, 나도 몰라요. 정말 아무 것도 몰라요! 이 아이하고 대형 마트에 가기 위해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가, 갑자기 머리에 묵직한 고통이 느껴지며 쓰려졌는데... 눈을 떠보니 바로 여기였어요! 아, 아까는 바닥에 나타난 원 그림 안에, 왠지 빨리 들어가지 않으면 꼭 무슨 봉변을 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위,아래 이빨들이 서로 부딫히며 부정확한 발음으로 듣기 거복하게 말하는 여인이 설명을 애써 참아가며 들었지만, 아저씨의 죽음을 바로 코 앞에서 목격한 나는 더 이상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니,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이제는 그나마 남아있던 이성을 완전히 놓아버릴 정도로, 정상이 아니었다. 나는.



"웃기지 마! 당신도, 아무 영문 모른 채 여기 끌려온 척하고 있지만, 뭔가, 내막을 알고는 있는 거지? 그래서 아까 원 그림이 보였을 때, 누구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었던 거야! 맞지? 그렇지? 뭐야? 도대체? 혹시... 내가 무슨 고도의 사이버 테러 집단 같은 곳에 끌려온 건가? 여기, 이 어둠 컴컴한 지하세계 같은 곳이 대체 우리나라 땅이 맞긴 해?"



부웅. 부웅. 부웅.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부웅. 부웅. 부웅.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나 혼자서! 미친 듯이 마구 울분을 토하는 사이, 다시 아까의 자동차 굉음이 들려왔다. 전자타이머가 다시 05:00 분을표시하더니, 다시 1초씩 거꾸로 카운트되었다. 시발!



또야?



내 몸의 모든 감각. 평행. 운동. 기관들이 순간, 정지가 되었다.



나는 그 여인을 다시 바라보았다. 여인은 굉음 소리를 듣고 겁을 먹어 울고 있는 소년을 챙기는 중이었고, 타이머의 시간은 벌써 02:00 분을 거꾸로 지나치고 있었다.



이번에도 바닥에서 원그림이 나타날까? 아까는 분명 원 그림이 세 개였으니까? 혹시...?



"맞아요. 이번에는 원 그림 두 개가 아마 바닥에 생길 거예요! 만약 그 안에 안 들어가면, 또 누군가가 고압 전류에 감전되어 온 몸이 새까맣게 타버리겠죠!"



이제는 아예 넋이 나간 것처럼, 여인이 마치 남 이야기를 하듯, 나에게 담담하게 설명하였다.


마치, 다음번 전기구이 차례는 '나' 라는 것을 암시 하듯이…



'01:00'



역시, 그 여인의 예상대로 바닥에서 성인 어깨 지름 만한 동그란 원 그림 2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웅. 부웅. 부웅.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부웅. 부웅. 부웅.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부웅. 부웅. 부웅.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엔진이 꼭 터져버릴 것 같은, 엄청난 자동차 굉음 소리가 우리들에게 파도처럼 밀려왔다.


여인이 나한테 마치 '무엇' 이라고 입 모양을 지으며, 얼른 한쪽 발을 들어 한 개의 원 안으로 몸을 이동했다.


이번에는 어찌해야 하지? 내가 남은 원안에 들어가 버리면 저 소년이 대신 죽을 텐데? 가만...  그, 그런데 저 여인은 자기 애를 저렇게 나두고, 냉큼 원안으로 먼저 들어가 버린 거지? 나 또한 저 소년을 밀치고 남은 원 안에 들어가면 어쩌려고??



'00:01'



"호준아! 어서!"


타이머의 숫자가 00:00 분으로 표시되는 순간, 나는 호준이라고 불린 소년을 들쳐 안고, 나머지 한 개의 원 안으로 뛰어들며 소년을 껴 앉고 눈을 감았다.



'00:01'


'00:00'


"......"


나는 한쪽 눈을 조심스레 떠 보았다.



다,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다.

나에게, 이 소년에게도, 아무런 일도, 아무런 변고도,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완전히 도박이었다.



이 끔찍한 암흑 공간에서, 사전에 어떠한 설명도 전혀 듣지 못한 상태에서, 저 원 안에 과연 두 사람이 들어가도 문제가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을 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어떡하든, 이 원 그림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아까 그 아저씨 처럼 최소한 펄펄 끓은 전기구이는 안 될 것을, 좀 전의 처절한 경험을 통하여 몸소 깨우치게 된 것이다.


어쨌든 모두 다! 살았다.


바닥에서 원 그림이 서서히 사라지자, 나는 안고 있던 소년을 바닥에 천천히 내려놓았다.


갑자기 엄청난 울분에 사로잡힌 나는, 맞은 편에서 멀뚱히 서 있기만 하는 그 여인한테 '성큼' 다가갔다.



"이봐! 당신?"


나는 양손으로 여인의 어깨를 잡고는, 마구 흔들면서 여인의 얼굴을 뚫어지라 노려보았다.


"당신이! 엉! 당신이 그러고도 저 아이의 엄마 자격이 되? 만약, 나 혼자 그냥 원 안에 들어갔으면 대체 어쩔 뻔 했느냐고? 그랬으면 대체, 저 아이가 어떻게 됬었겠냐고고고고!!! 지 혼자 살겠다고 자식도 내 팽개치는 당신은 정말 엄마도 아냐! 아니, 당신은 그져  인간의 탈을 쓰고있는 악마야 악마! 사실, 당신이 아까 그 아저씨 보다 먼저 전기구이가 되었어야 했어! 맞아. 그래! 그랬으면 최소한 저 아이는 여기서 끝까지 살아남도록 하는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었다고!!"



여인은 양 어깨에 올려진 내 손을 강하게 뿌리치며, 울고 있는 소년한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기만 할 뿐, 나에게도, 이제는 놀라서 딸꾹질까지 해 대는 그 소년에게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유! x발~ 진짜 여긴 어디야? 도대체 어떤 싸이코 새끼들이 몰래 숨어서 우리를 이렇게 피 말리며 죽이려고 하는 거지?"



“우리처럼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여버리고, 또, 바닥에 이상한 원 그림 같은 걸 나타나게 해서 장난감 말처럼 가지고 놀면, 그게 어디 사람이 할 짓인가? 숨어 있으면 여기로 좀 제발 나와봐봐~ 이 x발 놈들아! 그 x 같은 면상들, 어디 구경이나 좀 해보게!!"


내가 답답한 마음에 칙칙한 허공에다 막 소리를 지르고 있는 사이, 그 여인이 나에게 한마디 '툭' 던졌다.


"다음은 바닥에 원 그림이 한 개만 그려질 겁니다. 이제 누군가는 진짜 홀로 살아남고, 그 나머지는 당신 말대로 진짜 전기구이가 되겠죠. 그게 과연... 누가 될지…"



부웅. 부웅. 부웅.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부웅. 부웅. 부웅.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부웅. 부웅. 부웅.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부웅. 부웅. 부웅.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또 다시 엄청난 굉음의 자동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타이머가 아까같이 05:00 분을 가리키더니, 다시 1초씩 거꾸로 카운트되기 시작했다.


"이봐! 아줌마! 나도 누구보다 내 목숨이 소중하다고! 설마 남은 사람이 아줌마하고 자기 아이뿐이라고. 바닥에 원 그림이 나왔을 때, 내가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


"당신은 어차피 자살을 하려고 생각 했잖아요? 이미 버리로 결정한 목숨! 나와 이 아이를 위해, 한 번 만 양보해 주시면 안 될까요?"



'뭐? 뭐?'


내, 내가 자, 자살을 하려 했다고?



순간, 뭔가 머릿 속에 강하게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

.

.

.


스산한 가을 무렵이라 독서실 옥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얼굴 뺨에 제법 차게 느껴졌고, 마침 휴식을 하러 올라온 다른 학생들도 없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누나의 가출 등으로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나는, 유일한 탈출구였던 외국 유학이 학비 문제로 결국 무산되자, 그 길로 독서실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었다.



그리고 바로 자살을 실행하려던 그 때. 우연히 옥상 구석 쪽의 격자무늬 배수구 구멍 틈새에 껴있던 작은 검은 색 명함을...



부웅. 부웅. 부웅.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01:00'



여인의 말대로 시커먼 바닥 표면에서 동그란 원 그림 한 개가 서서히...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 그래. 나, 자, 자살 하려고 했었다. 그게, 뭐? 잠도 안 자고 정말 뼈 빠지게 과외며, 아르바이트며, 고이고이 유학자금으로 마련해둔 돈. 내 잘난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 하고 진 빛으로 한 순간에 다 압류당해 버렸다고! 내 인생을 화려하게 펼쳐 볼 유일한 탈출구마저 그렇게, 허망하게, 막혀버린 나는... 도대체 어쩌라고!!"



여인의 말이 맞다.


정확했다.



나는 내 목숨을 진짜로 저 버릴려고... 했다.



아버지 사업이 실패해 버려서, 그래서 그토록 꿈에 그리던 유학을 어쩔 수없이 포기하게 되어서, 그 충격으로 집을 나간 우리 누나도 제대로 말리지 못한, 내 자신이 스스로 비참하고 너무나 초라해져서...



그래서 이 x뭐같은 세상! 죽으려고 옥상에 올라간 것인데…



'00:30'



타이머를 확인한 여인이 소년의 손을 잡더니 하나 뿐인 원 안으로 끌고 들어가 아이를 부둥켜 안았다. 이제는 하나뿐인 원 그림 안에, 사람이 더 이상 비집고 서 있을만한 공간은... 없다.


그 와중에 여인이 나를 보고 갑자기 막 웃었다. 이번에는 아까와 다르게 제법 알아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나에게 또박 또박 소리쳤다.


"너희 누나를 내가 잘 안다고…. 내가 아주 잘 안다고. 시발. 우리 가게 룸에서 손님 들, 술 시중하는 애. 눈치라고는 도대체 찾아볼 수가 없어서 손님들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그대로 다 따라서 하고, 비싼 술도 제대로 못 받아 쳐 마시는 못난 돼지 년! 너의 그 젊은 날, 청춘의 아름다운 자살 미수 이야기도 내가 그 년 한테 들은 거라고! 이 머저리 등신아~"



뭐, 뭐, 뭐라고? 우리 누나가??



어느 덧 타이머의 숫자가 00:03 초로 표시되던 순간,



툭-



여인과 원 안에서 같이 '착' 붙어 있던 소년이, 나를 보며 낄낄 대던 여인을 원 밖으로 '툭' 밀쳐내자,


나는 본능적으로 원 그림의 남은 빈 공간으로 뛰어들어 아이를 머리 위로 들쳐 올렸다.



'00:00'



퍽-


퍽-


퍼억-



갑자기 원 그림에서 튕겨져 나가떨어진 여인의 몸통이가 바로 내 얼굴의 바로 코 앞에서 순식간에 전기구이 통닭처럼 새까맣게 타 버리며, 갈색 머리칼 부터 페디규어를 칠한 엄지발가락 끝 발톱까지 타들어가는 족족, 육즙이 줄줄 흐르며, 진한 육고기 냄새가 퍼져나가, 마치 화장장 시신을 태울 때 나는 듯한, 무겁고도 이상하게 기분 나쁜 냄새가 중간중간 연기를 뿜우며 사방에 진동하기 시작했다.


바닥에 흐르는 엄청난 고압 전류 전기가 여기저기 잔 불꽃을 튀기다가, 마지막으로 새 까맣게 재가 되버련 여인의 주변으로 강렬한 파장을 일으키며... 서서히 사라져 버렸다.


나와 소년 주변에 생긴 동그란 원 그림 또한 그 전기 파장과 함께 어디론가로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전혀 무관하게, 나는 소년을 힘 있게 계속 껴 안고 있으면서,


오른쪽 손으로 소년의 눈을, 시야를, 끝까지 가리고... 그대로, 가만히... 서 있었다.



***



"도대체... 왜 그런거지? 호준아? 음... 혹시 삼촌이 좀 알 수 있으까?"




한참 만에...


소년을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놓으며, 나는 애써 침착하게 물어보았다.


"형! 내 이름은 호준이가 아니에요. 그리고 좀 전의 그 아줌마. 여기서 깨어나고서 저도 처음 본 사이거든요? 제 진짜 이름은 기훈이에요. 성, 기. 훈. 그런데…. 형? 아까 그 아줌마 말 들어보니, 형도 진짜로 자살을 하려고 그랬어요? 엄청 나게 높은 데서?"


나는 기훈이에게 뭐라고 답을 해 주어야 할지... 어째 생각이 잘 되지 않았다. 아니! 이젠 그런 질문에 쩔쩔매며 답을 할 이유가 없어져 버렸다. 어쨌든 나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떻게든 이 지옥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저 소년과 함께!!


나는 답 대신, 기훈이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이 소년의 목숨도, 어떻게든, 어떤 방법으로든, 내가 반드시 지켜 줄 것이다.


설사, 그것들을 방해하는 다른 어떤 이들을, 그들의 면전에서 죽이게 되면서도 말이다.


그게 내가 여기서 생명을 다시 얻은 이유가... 분명 될 것이다.



***


그때 갑자기 나와 소년이 서 있던 바닥이 '푹' 아래로 꺼지면서, 도저히 어찌할 새도 없이 경사가 지어진 바닥의 그 밑 자락으로 쭈우욱- 떨어지기 시작했다. 진짜로 바닥 아래 밑은 좀 더 칠흙같이 어두워서 정말 아무 것도 눈에 보이지가 않았다. 나는 소년을 가슴 쪽으로 바짝 끌어 안고, 손으로 다시 소년의 눈을 가렸다. 그렇게 나와 소년은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아래로 계속, 계속, 빨려 내려갔다.



도대체... 얼마나 그 아래로 내려왔을까??



밑 바닥(진짜 여기가 밑 바닥이 맞겠지?) 에 비교적 안전하게 착지를 하였다.


다행히 끝 점에 이르러 점점 경사면이 완만해지는 바람에, 착지하면서 받은 충격들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소년에게, 착지하면서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물어보면서 나는 바닥에 손을 짚으며 천천히 일어났다.


우리가 착지한 바로 그 곳에는, 이미 기훈이 정도의 초등학생 소년 여러 명과 마치 부모처럼 보이는 남, 녀 성인 몇 명들이 어두운 공간을 여기저기 헤매고 있었다.


어디선가 서늘하게 찬바람이 불어오며, 내 얼굴 뺨을 다시 살짝 때렸다.



부웅. 부웅. 부웅.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이제는 익숙한 경주용 자동차의 굉음이 내 귀에 다시 들려왔고,



우리와, 이미 먼저 와 있던 사람들 앞에서는 가정용 식탁 위에 놓인, 아까 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의 디지털 전자타이머에서의 낯 익은 숫자와, 그 밑의 회색빛 액정에서 처음보는 자잘한 글자들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아~



무심코 소년의 손을 잡으며, 반대편의 내 주먹에 있는 힘껏 힘을 실었다.



또...... 시작인가?


난,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꽉- 다물며 긴장한 소년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다.





 

 



05:00



첫 번째 게임에서 살아남으신 것 축하드립니다.

궁금해 하실 두 번째 게임의 룰은 바로,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두 명씩, 함께 짝을 이루는 것 입니다.

모두들 짝을 이루시고 나면, 두번째 게임을 바로 공개해 드리겠습니다.  


제한된 시간은

오분 입니다.


과연, 두번째 게임은 

무엇... 일까요?



얼른 자신의 '깐부' 를 찾아가시지요!

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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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을! 당신이 기대하는 만큼! 얼마든지 바꾸어 드립니다. 

학비가 없는 유학생도... 망해버린 자영업자도...  갑작스런 명퇴자도...  부모를 죽인 살인범 소년도... 




혹시, 지금 인생의 화려한 역전을 생각하신다면!

오:00 게임 (050-xxxx-x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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