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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딴따라, 딴딴따라, 딴딴~
딴딴따라, 딴딴따라, 딴딴~
지하철을 타고 가며 신나게 음악을 듣고 있다.
회사에서 많이 늦게 퇴근 한 덕분인지, 승객들이 거의 없는 한산한 객실 안에서
자리에 편히 앉아, 음악을 크게 듣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가수가 금번에 작곡한 얼터너티브 락 장르의 새 음원에 심취해 있다가
우연히 눈을 '딱' 떠 보니, 마침 앞 자리에 앉은 다섯 사람들이 각기 다른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 중 몇몇이 자꾸 오른쪽 을, (그러니까 내 방향으로 는 왼쪽이 되는 것이지!)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뭐가 있나?
살짜기 궁금하기도 했지만,
뭐, 안 봐도 비디오!
음악을 듣느라 지금 주변 소리는 아무것도 안들리지만,
딴딴따라, 딴딴따라, 딴딴~
딴딴따라, 딴딴따라, 딴딴~
보나마나 근처 재래시장에 장 보고 오신 아주머니들이 크게 잡답을 하고 계시겠지!
생선이나 고기를 각자 얼마나 싸게들 사셨는지, 아니면 지나가던 야채가게에서 우연히 시들은 시금치 같은 것을 덤으로 얻어 오늘 횡재를 했다던지!
집에 있는 아들내미가 장가를 빨리 안 가, 이러다가 내가 먼저 저 세상에 가겠다! 는 웃픈 걱정들까지!
지금 이 이어폰 밖은 얼마나 시끄러울까?
자꾸 오른 쪽을 쳐다보던 그 몇몇이 목적지에 다 왔는지, 슬금슬금 일어나 정차한 역에서 내렸다.
이가 빠져나간 듯, 빈 자리가 생겼고,
나는 그 빈 자리 옆에 앉아있는 남자한테로 시선을 옮겼다.
순간, 그 남자와 눈길이 마주쳤다.
그 남자는 나를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순전히 내 느낌일 뿐. 장담할 수는 없다.)
자신의 왼쪽 손가락으로 오른쪽 을, (그러니까 내 방향으로 는 왼쪽이 되는 것이지!)
자꾸 가리키고 있었다.
피식-
아저씨! 나도 알아요. 알아.
내 옆에서 과연 무슨 일들이 시끄럽게 벌어지고 있는지!
딴딴따라, 딴딴따라, 딴딴~
딴딴따라, 딴딴따라, 딴딴~
보나마나 근처 재래시장에 장 보고 오신 아주머니들이 크게...
에효~ 그만하자! 괜히 머리에 쥐만 난다.
손가락으로 왼 쪽을 가리키던 그 남자 또한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슬금슬금 일어나 정차한 역에서 내렸다.
이제 내 앞에는 빈 자리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내 자리에서 이 칸의 오른 쪽을, 제대로 쳐다보았다.
다들 내렸는지... 아무도 없었다.
그럼 좀 전에, 앞자리에 앉았던 사람들이 가르켰던 내 왼쪽에는......?
시장에 다녀오신 그 시끄러운 아주머니들은 아직도 앉아 계실까?
딴딴따라, 딴딴따라, 딴딴~
딴딴따라, 딴딴따라, 딴딴~
갑자기,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내 옆에 앉아계실 그 분들이...
딴딴따라, 딴딴따라, 딴딴~
딴딴따라, 딴딴ㄸ!
나는 폰을 조작해 음악을 껐다.
이어폰에서 나오던 음악 소리가 순간 멈추었다.
하하호호. 왁자지껄. 두 귀로 크게 들려올 줄 알았던
시장에 다녀오신 그 시끄러운 아주머니들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손에서 괜히 땀이 났다.
별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약간 긴장이 되는 듯 했다.
단체로 의자에 기대 주무시기라도 하는건가?
그러다가 얼굴을 '훽' 하고 돌려서 아줌마들하고 얼굴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서로 민망한 꼴을 볼테니 최대한 천천히, 자연스럽게, 고개만 살짝 돌려보자!
나는 내 얼굴을 왼쪽으로 천천히... 돌려보았다.
어??
예상과 다르게
.........아무도 없었다.
틱-
틱-
틱틱- 틱틱-
갑자기 객실의 하얀 등이 몇 번 정도 깜박깜박 하더니, 모든 불빛들이 순식 간에 나가버렸다.
뭐야! 요즘은 지하철도 정전이 있나?
톡! 톡!
"!"
누군가... 내 등을 날카로운 것으로 '톡톡' 두드렸다.
순간, 머리카락이 쭈뼜해지며, 등 줄기가 오싹해졌다.
x발, 분명... 오른 쪽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음악이 꺼져버린 이어폰에서 귓 속을 향해,
기괴하리 만큼 섬뜩한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넌, 그 쪽으로 돌아보지 말았어야 했어!"
틱틱- 틱틱-
객실의 하얀 등이 몇 번 정도 깜박깜박 하더니...
다시 모든 불빛들이 일제히 점등되었다.
동시에, 내 귀에 꽃힌 블루투스 이어폰이 바닥에 힘 없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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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드득! 뽀드득!
커다란 머리 주변으로 눈알이 백 개가 박힌 아르고스 괴물이
양 눈알이 뽑혀, 그 자리에 구멍이 나버린 사내의 얼굴 뼈를 '꼭꼭' 씹어먹으며 말했다.
오늘까지 백 개 째!
확실히 잘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