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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극의 날 4화
게시물ID : readers_363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에이오스
추천 : 1
조회수 : 26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11/04 15: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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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반나절이 지나서야 사성과 차신단은 의식을 되찾았다.

 새벽의 빛이 밝자 문하생들은 하나 둘 씩 일어나 수습을 하고 있었다. 예인의 치유술 덕분에 고막 상처 같은 경미한 건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왜 백월은 한 명도 죽이지 않고 깽판만 치고 나온 걸까요?”

 대혁이 의무실 침대에서 같이 치료를 받고 있는 사성에게 물었다.

애초에 우릴 죽일 생각이었다면 은비와 예린도 같이 데려왔을 것이다.”

사성이 대답했다.

 누군가가 의무실의 문을 열고 나왔다. 뚱뚱하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을 가진 사내였다. 키가 어중간하고 얼굴이 반반하여 울대뼈가 없었더라면 성별을 헷갈렸을 것이다.

누구시죠?”

 가시가 물었다.

전 기암입니다. 은빈과 친구 사이죠. 조사해달라고 부탁한 게 있어서 잠깐 왔습니다.”

 기암은 말하며 들고 있던 서류봉투에서 종이뭉치를 꺼내 바라보았다.

백월이 절맥인 건 알고 있었죠?”

 기암이 물었다.

당연하지요, 절맥이라 기각을 쓰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대혁이 대답했다.

혹시 절맥의 절이 무슨 한자를 쓰는 지 알고 계십니까?”

 기암이 물었다.

끊을 절 자 아닙니까?”

 대혁이 말했다.

끊을 절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가시가 말했다.

 

아닙니다. 사록을 뒤져본 결과 절맥을 한자로 쓰면 마디 절자입니다

 기암이 설명했다. 절맥은 맥이 끊어졌다는 뜻이 아니라 맥이 마디마디로 되어있다는 뜻이었다.

어쨌든 절맥이면 기각을 쓰지 못하는 거 아니였어요?”

 아리가 물었다.

이 세상에 기각을 쓰지 못하는 자는 없습니다. 절맥은 기각을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협술을 쓰지 못하는 겁니다.”

 기암은 설명을 이었다.

기각은 세계 그 어떤 사람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각을 실체화하는 술법에는 8가지 종류가 있는데 협술, 도술, 인술, 요술, 마술, 연술, 환술, 주술 총 여덟까지입니다. 파생 술법까지 합하면 더 많지만 방금 말한 여덟 술법이 8대 술법으로 손꼽히고 있지요. 앞의 넷은 아시아권에서 발달하였고 나머지 넷은 인도와 중동, 서양에서 많이 발달하였지요. 절맥인 자는 협술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협술은 몸에 기를 흐르게 하는 술법인데 백월처럼 절맥인 자는 맥이 마디로 되어있어 협술을 쓸 수 없습니다. 다만 절맥은 기각 하나하나를 몸에 보관하기 쉬어 다른 술법은 너무나 쉽게 사용할 수 있지요.”

 기암이 말했다.

그럼 백월이 쓰는 술법은 뭐죠?”

 성주가 물었다.

그건 알 수 없지만 도술로 추정은 하고 있습니다. 협술이 신체를 강화시켜준다면 도술은 초자연적인 능력을 부여하죠.”

 기암이 말했다. 차신단과 사성의 상처를 보더니 다시 말했다.

백월이란 자에게 정말 크게 당했군요. 만약 은빈이 없었거나 백월이 은비, 예린과 함께 왔다면 당신들 중 한명은 죽음을 맞이하였을겁니다.”

 차신단이 놀라는 소리를 냈다.

백월이 은빈을 두려워해 도망갔다는 말입니까?”

 가시가 물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백월이 도중 퇴각한 이유는 세가지, 첫 번째는 신수대의 기를 꺾어놓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굳이 신수학교의 문하생들을 죽일 필요가 없어서였고. 두 번째는 은빈과의 싸움을 피하기 위해서였죠. 만약 은빈과 백월이 맞붙었다면 둘 다 죽거나 한 명이 죽고 한 명이 불구가 되거나 결판이 나더라도 양쪽 모두 불구가 되었을 겁니다. 세 번째 이유는 뭐, 아내를 죽이고 싶지 않아서였겠죠.”

 기암은 말하면서 무언가를 종이에 적었다. 그 순간 은빈이 의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Talk of the Devil, and he will appear”

 기암이 말했다. 차신단은 느닷없이 등장한 영어를 알아먹지 못했다.

 가시는 의무실 침대에서 일어나 은빈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은빈 도령!, 만약 당신이 일찍 모습을 보였더라면 백월은 바로 도망쳤을 것이다!”

 가시가 따졌다.

가시!, 우리를 구하러 온 손님에게 무슨 말버릇이냐!?”

 사성이 나무랐다.

아닙니다. 선생님, 가시의 말이 맞습니다. 제가 더 빨리 나타났다면 여러분들을 지킬 수 있었을 겁니다. 면목없습니다.”

 은빈이 말했다.

그런데 은빈 오라버니도 협술을 쓰시나요? 방금 기각을 실체화하는 술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들었어요.”

 아리가 물었다.

아니, 나는 협술이 아니라 마술을 쓴다. 기암도 마찬가지고.”

 은빈은 손을 들어올렸다. 그 순간 천장의 전등과 탁자에 놓여있던 전기램프에 불이 켜졌다. 기암은 가시가 머리맡에 둔 검을 들어 자신의 목에 찔러넣었다. 피가 쏫아올랐지만 기암이 다시 칼을 뽑자 그의 목에 난 구멍은 순식간에 아물어 사라졌다.

아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대혁은 어안이 벙벙하여 겨우 물었다. 차신단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전기를 다루고 목에 칼을 찔러넣어도 멀쩡하게 살아있는 두 남자. 이것이 마술이란 말인가. 신기함은 잠시였고 차신단의 마음에는 마술을 터득하고 싶다는 욕망이 차올랐다.

허나 마술은 속임수를 쓰는 공연을 말하는 것이 아니오?”

 성주가 물었다.

마술은 다의어다. 서양에서 신화적인 존재와 몸을 같이 쓰는 것을 말하지.”

 사성이 설명했다.

사부님은 마술에 대해 아십니까?”

 대혁이 물었다.

나도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허나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구나.”

 사성이 말했다.

내 마음만 같아서는 백월의 목을 따 그대들에게 선물하고 싶으나,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사람 죽이는 일을 하지 못하겠다.”

 은빈이 말했다.

은빈 도령, 복수나 화풀이의 살인은 죄악이나 정의구현과 자기방어를 겸한 살인은 눈을 감아준다고 하였소다. 대체 왜 백월을 죽이지 못한다합니까?”

 가시는 화가 단단히 난 목소리였다.

미안하다. 나는 못한다.”

 은빈이 말했다.

그만하거라 가시야, 은빈 도령도 다 자신만의 신념이 있어 그러는 것이니 우리가 나무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성이 말했다.

절대적인 힘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무너지지 않으나 단 하나 자만은 그것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기암이 말했다.

?”

 가시가 대답했다.

백월이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린 자들과 파자마 파티나 즐기고 있었으니 말 그대로 자만과 경솔이 하늘을 찌르는 군요.”

 기암이 말했다.

네 이 녀석!, 감히 스승님과 우리를 우롱하는 것이냐?”

 대혁이 외쳤다.

아니요, 경고하는 겁니다.”

 기암이 말하자 아무도 대꾸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럼 그 마술이라는 걸 좀 가르쳐줘요.”

 아리가 정적을 깼다.

맞아요, 우리도 마술을 배우면 백월을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대혁이 맞장구를 쳤다.

마술은 배운다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도서나 소환술 같은 매개체가 있어야해요. 그리고 여러분들께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기암이 말했다.

강해지고 싶어하는 너희의 마음은 알지만 이미 협술을 배우는 자는 마술을 쓸 수 없다. 또한 마술을 쓰는 자는 협술을 익힐 수 없지.”

 사성이 말했다.

선생님이 아주 잘 알고 계시네요.”

 기암이 말했다. 아이들의 얼굴에 실망감이 드러났다.

걱정하지 마시죠. 여러분들이라면 협술로 백월을 능가할 수 있을 겁니다.

 

*

 

 성주의 방, 성주는 잠을 잘 오게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몸을 정자세로 눕히고 사지와 오장육부의 힘을 모두 뺀 뒤 머리를 비우는 것이다. 그렇게 아침까지 유지하고 있으면 수면을 질을 높이고 쉽게 잠들 수가 있었다. 그렇게 여유롭게 아침이 되고 몸의 피로가 회복되면서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성주야!”

 아리는 성주의 방에 대뜸 들어와 그의 몸에 올라탔다.

놀자, 놀자, 놀자, 놀자, 놀자. 주말이잖아.”

 성주는 아리의 말에 급히 깨 자신의 몸에 올라타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

사저, 상스럽게 다 큰 처자가 남자의 침대에 오르시면…”

 성주가 말하자 아리는 지루하다는 듯이 몸을 흔들어 성주의 잠을 깨웠다.

 아침, , 낮 할 거 없이 언제나 기운이 넘치는 아리는 그를 억지로 깨워 광장에 나와 놀자고 하였다. 성주는 주말에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였으나 아리는 그럼 책을 가지고 오면 되지 않냐며 칭얼거렸다. 어쩔 수 없이 그는 한 권의 책만 들고 아리에게 끌려가 광장으로 끌려갔다. 봄의 청취가 울려퍼졌다.

그래, 이런 곳에서 독서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성주는 광장 구석의 긴 의자에 앉아 책을 펼쳤다. 그런데 그를 끌고 왔던 아리가 같은 의자에 앉아 머리를 성주의 허벅지에 베는 것이 아닌가.

사저, 다 큰 처자가 외간 남자에게 몸을 내놓다니 남사스럽게 무슨 짓입니까?”

 성주가 말했다.

우린 형제자매와 다르지 않는데 왜 외간남자야?, 그건 그렇고 넌 무슨 책을 아침부터 읽냐?”

 아리가 말했다.

마키아벨리라는 서방의 책략가가 쓴 책이 온데 전략술을 키우고 학문을 닦는데 큰 도움이 되는 군주론이라는 책입니다.”

 성주가 대답했다.

, 여자, 도박, 잡담은 많으면 많을수록 부족해진다고 했으면서 책은 안 그래?”

 아리가 물었다.

책은 다다익선입니다.”

 성주가 대답했다.

 성주의 허벅지에 누워 체온을 느끼고 있었는데 아침 공기를 쐬러 온 사성과 가시가 이를 목격했다.

아니, 아리의 어리광이 날로 심해지니 이를 어찌할 바 모르겠습니다.”

 가시가 말했다.

놔두거라, 아리가 어리광쟁이인 것은 맞으나 제 할 일은 잘하고 있다, 아리는 제 아무리 힘든 훈련도 투정없이 잘 해낸다. 그리고 인간성과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것도 협객으로서는 중요한 장점이 되지 않겠느냐.”

 사성이 말했다.

백월을 상대하려면 군기를 바짝 잡고 있어야 할터인데…”

 가시가 중얼거렸다.

그건 나도 동의한다. 우리가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지.”

 사성이 대답했다.

저는 백월이 두렵지 않습니다. 다만 백월이 박일화의 잔존세력을 흡수할 것이 두려운 거죠.”

 그리마가 말했다. 백월 사건 이후로 그리마는 당분간 신수학교에서 수위로 지내게 되었다.

백월에게는 든든한 빽이 있습니다. 바로 박일화를 추종했던 무리 그 중에도 그들의 아지트이자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프로트’”

 그리마가 설명하자 가시는 소리를 내었다.

기각도 쓰지 못하는 녀석 주제에 자신이 백월을 상대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구나.

 가시가 말했다.

그래?, 그 기각도 쓰지 못하는 녀석한테 41로 쳐발린 건 누구지?”

 그리마가 말했다.

가시, 한 번만 더 입을 놀린다면 종아리 걷을 채비를 해야할 것이다.”

 사성이 쏘아붙였다. 가시는 분하다는 듯이 욕을 삼켰다.
출처 https://novel.munpia.com/291849/page/1/neSrl/4278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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