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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극의 날 6화
게시물ID : readers_363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에이오스
추천 : 1
조회수 : 36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11/06 16: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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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대혁과 아리는 연락을 받고 달려온 은빈과 같이 암 돔으로 가보기로 하였다. 사성과 함께 견학 겸 삼대악괴의 단서를 찾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심이었다. 은색 승용차에 아리와 대혁이 평상복으로 입고 사성도 평범한 흰색 드레스를 입고 은빈과 함께 탔다. 운전은 은빈이 하였다. 사성은 조수석에 타고 나머지 둘은 뒷자석에 탔다.

“아, 차 타는 거 진짜 오랜만이다. 그치?”

 대혁이 말했다.

“그러게요, 사형. 뭔가 드라이브 하는 느낌이랄까요?”

 아리가 말했다.

“우리가 지금 놀러가는 거니?”

 사성이 말했다.

“그래도 견학이라니까 왠지 설레서 헤헤.”

 아리가 말했다.

“뭐 됐다. 뭔 일이 나진 않겠지. 은빈 공, 암 돔이 위험하다거나 하진 않겠지요?”

 사성이 물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삼대악괴 탈출 건 외에는 아무 사건 일어난 적 없습니다. 간수끼리 군기가 있다고는 하는데 그건 아래층 흉악범동 이야기고 평범한 범죄자들이 수감되는 곳은 간수 죄수할 거 없이 화목하게 잘 지냅니다.”

 은빈이 말했다. 차로 이동하는 동안 아리와 대혁은 서로를 간지럽히는 장난을 쳤다가 시끄러워지자 사성한테 꾸중 한 번 듣고 은빈은 애들은 그럴 수도 있다며 웃어넘겼다. 시간이 꽤 지나자 암 돔에 도착했고 넷은 자리에서 내렸다.

“오늘 견학 오기로 한 분 맞죠? 신수학교?, 좋은 곳에서 오셨네.”

 암 돔은 정말 기괴하게 생겼었다. 건물이라고 하기도 민망했다. 넓은 허허벌판에 거대한 원통 모양으로 땅이 깊게 파여있었는데 시멘트로 구멍의 벽을 고정시켜놓았다. 그야말로 거대한 땅의 구멍, 시멘트가 없었으면 씽크홀로 오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선형의 계단이 있었는데 구멍이 워낙 깊고 커 직접 걸어야하나 속으로 걱정했으나 다행이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워낙 외진 곳에 있어 면회객들은 많이 없다고 하나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한 남자가 치킨 두 마리를 싸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음식 들고 와도 돼요?”

 아리가 속삭였다.

“빵하고 유제품류만 아니면 상관없다.”

 그리마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도 면회하러 오셨나보네요. 제 딸이 여기 있어서 생일날 뭐라도 먹이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빵은 못 가져온다고 해서 대신 치킨으로… 허허”

 남자는 밝은 톤으로 말하였지만 왜인지 슬픔이 섞여있었다.


*


“저 죄송합니다. 정말 어떻게 안 될까요?”

 이나가 물었다.

“고객님, 사정은 이해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습니다. 집도 재산도 없으신 분에게 어떻게 천만원이나 빌려드려요.”

 직원이 답하였다.

 서이나의 아버지 서준은 아내의 당뇨합병증을 고치겠다고 집도 팔아가면서 극진히 보살폈지만 돌아온 건 아내의 초상과 빚 뿐이었다. 차를 팔아서 겨우 빚을 갚긴 했지만 준은 아내의 죽음 이후 시름시름 앓게 되고 결국 대장암 진단을 받고 말았다. 의사 말로는 수술을 하면 쉽게 나을 수 있었지만 보험도 재산도 없었던 이나는 수술비 천 만원을 구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은행과 금융업체를 돌아다니며 돈을 빌려달라고 애걸복걸하였으나 당연히 돈을 빌려주는 곳은 없었고 수술이 너무나도 급했던 서이나는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다.

 서이나는 허위로 건물문서를 위조해 금융업체에 담보라며 제출했고 금융업자는 별 의심없이 그녀에게 천만원을 빌려주었다. 그리고 준을 수술시킨 후 준의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모든 연락을 피해 아버지를 데리고 잠적하였다. 아버지가 건강을 되찾자 그녀는 경찰에게 자신이 저지른 짓을 고백하였고 그녀는 체포되었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준은 사회복지기관의 도움으로 직업과 숙소를 얻을 수 있었다. 부녀에게 동정 여론이 일었으나 법은 법이고 죄는 죄인 법.

 이나는 무려 세 가지 범죄로 입건되었다.

-건물문서를 위조하였으니 사문서위조죄.

-자신에게 건물이 있고 돈을 갚을 계획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였으니 사기죄.

-아버지를 부양을 이유로 도주하고 돈을 갚지 않았으니 채무불이행죄

 이로 인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은 그녀는 교도소에 수감된 것이었다.


 이나가 처음 암 돔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겁에 질렸다. 싱크홀을 시멘트로 마감해서 만든 듯한 거대한 구멍 그곳에 나선형으로 이어져있는 계단 구멍 한 가운데에 십자가 모양의 층이 있었고 나선형 계단을 걷다가 각 층마다 있는 바닥에 들어와 휴식이나 운동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녀가 있을 곳은 206호 지하 2층이었다. 간수 두 명에게 둘러쌓여 계단을 내려갔다.

“잘 들으세요. 142번 짝수 호는 여자방, 홀수 호는 남자방입니다. 암 돔에서는 2인이 한 방을 쓰며 모범수는 상호 합의에 한에서 남녀가 같은 방을 쓸 수도 있습니다.”

 간수가 말했다. 이나는 구멍의 벽을 통째로 도려내 만든 듯한 투박한 방에 지레 겁을 먹었다. 그녀는 206호에 도착하였다.

 전구는 하나 뿐이었지만 딱히 어둡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들어간 방에는 자연 금색 단발에 여자가 있었는데 혼혈아로 보였다.

 박일화 정권 직전에 죄수복이 바뀌었다. 남녀 할 거 없이 면속옷 위에 얇은 두루마기를 입는다. 두루마기가 워낙 길기 때문에 바지는 딱히 필요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여자 죄수복은 흰색, 남자 죄수복은 검은색이다. 죄수복으로 한복을 입는다는 것은 찬반 논란이 있었지만 금방 사그라들었다.

 두루마기를 입었지만 여자는 침대에 누워 다리를 꼬고 있었기 때문에 하얀 맨다리가 들어갔다. 간수는 206호에 같이 들어가 설명을 해주었다.

“여기 달린 구멍은 정수기입니다. 컵을 넣고 누르면 물이 나와요. 방 뒤에 있는 저 문은 화장실 겸 욕실이고요. 나머지는 7번이 설명해주실 겁니다. 무슨 일 생기시면 욕실 문 옆에 있는 빨간 색 버튼 누르시고요.”

 간수는 간단한 설명을 하고 방을 나가버렸다.

 7번이라고 불린 여자는 웃통을 벗은 몸좋은 남자가 그려진 화보집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누가봐도 여자들을 위한 도색잡지처럼 보였다.

“교도소에서 그런 거 봐도 돼요?”

 이나가 물었다.

“이건 엠파이어라는 잡지인데 야하긴 해도 공식적으로 19금 도서는 아니니까 상관없어요.”

 7번이 대답했다.

“그런데 신입, 몇 살이세요?”

 7번이 물었다.

“아, 저는 서이나. 24살입니다.”

 이나가 말했다.

“나보다 두 살 동생이네. 말 편하게 해도 되지?, 나는 희이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희이가 말했다.

“그런 책은 어디서 구했어요?”

 이나가 물었다.

“야, 여기 되게 좋아. 종이에다가 갖고 싶은 책 하나 써서 창살 앞에 있는 우편통에 넣으면 한 달에 하나 갖고 싶은 책 공짜로 준다?”

 희이가 말했다.

“아, 네 그것 참 좋네요…”

 이나가 중얼거렸다.

 교도소에 막 들어온 이나는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교도소에 들어온 것, 겁에 질린 것도 있었지만 아버지가 잘 계실까 하는 걱정이었다. 창살 왼쪽 벽에 구멍이 뚫려있었고 그 위엔 버튼이 달려있었다.

“언니, 저 구멍하고 버튼은 뭐에요?”

 이나가 물었다.

“아, 저건 우편함이야. 쪽지에 갖고 싶은 책이나 민원사항을 써넣으면 일주일에 한 번씩 간수들이 와서 걷어가지.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마다 리어카가 방을 쭉 도는데 그 때 버튼을 눌러놓고 있으면 리어카가 멈춰서 간식이나 생필품 같은 걸 살 수 있어.”

 희이가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슬슬 점심시간이군, 나올 때가 되었는데.”

 희이는 말하면서 창살 넘어 중앙탑에 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띠링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정수기에서 도시락통이 나왔다.

“헉?, 여기 되게 최첨단이네요.”

 이나가 말했다.

“오늘 반찬은 무엇일까나.”

 희이가 흥얼거리며 도시락통을 열었다. 쌀밥에 제육볶음과 콩나물무침, 김치와 시금치였다. 도시락통의 구석에서는 작은 밤빵이 들어있었다. 희이는 도시락통 모서리에 붙어있는 플라스틱 스포크를 꺼내 밥을 먹기 시작했다.

“너도 먹지 왜 그러고 있어?”

 희이가 밥을 입에 우물거리면서 말했다.

“어, 그러니까. 잘 먹겠습니다.”

 이나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맛은 그럭저럭이었다. 편의점에서 파는 도시락 같은 맛이었다. 다만 꽤 싱거웠다. 이나가 국은 없냐고 하니까 희이가 국은 염분이 많아서 안 준다고 대답했다.

“아, 진짜. 남자들은 고기반찬 한 움쿰 씩 준다더니 왜 여자들만 이렇게 쥐꼬리만큼 주냐고 이건 성차별이야!‘

 희이가 밥을 먹다 말고 투덜댔다.

“아, 누님. 남자랑 여자랑 대사량이 다른데 밥을 똑같이 주면 그게 성차별이죠.”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어, 이건 어디서 나는 목소리에요?”

 이나가 말했다.

“홀수 방은 남자방이잖냐, 옆 방에서 나는 소리야, 여긴 방음이 안 돼서 노가리를 깔 수 있어서 좋아. 인사들해, 얘는 진석이라고 나보다 6개월 늦게 들어온 내 따까리야. 내 발바닥을 아주 수준급으로 핥길래 내가 특별히 부하로 삼아줬다.” 

 희이가 말했다.

“아 누님, 따까리가 뭡니까 예쁜 말들 놔두고, 그리고 언제 제가 누님 발바닥을 핥았어요?”

 진석이 말했다. 창살 옆에서 손이 하나 나왔다. 진석의 팔이었다. 진석의 손에는 밤빵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난 이거 안 좋아하니 누님이 드세요.”

 진석이 말했다.

“오, 땡큐.”

 희이가 밤빵을 받았다. 이나는 그렇게 빵을 맛있게 먹는 사람은 처음보았다. 한입 베어물더니 무언의 감탄을 하고 허겁지겁 빵을 물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이나에요. 잘 부탁드려요.”

 이나가 말했다.

“아, 저는 진석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곱상한 진석의 목소리를 듣자 진석의 얼굴이 궁금해졌다.

“저기, 언니, 혹시 진석 오빠 얼굴 볼 방법은 없나요?”

 이나가 말했다.

“야 안 돼, 진석이는 내 꺼야!”

 희이가 말하자 옆방에서 음식물을 뿜는 소리가 났다. 희이의 갑작스런 농담에 놀란 진석이 실소를 한 것 같았다.

“저기 12시 반부터 창살이 열리고 자유시간이니 그 때 보시면 될 거에요.”

 진석이 말했다.

 자신이 먹었던 도시락통은 욕실에서 비누로 설거지를 한 뒤 창살이 열리고 중앙 공간에 제출해야한다. 희이는 설거지를 대충하면 간수한테 호되게 혼낸다고 이야기했다. 2시 전까지 다시 원래 자신 방으로 들어가야하며 문이 다시 잠긴다.

 층마다 존재하는 십자가 모양의 난간을 건너면 중앙공간이 나온다. 중앙공간에서는 여러 권의 책과 라디오, 텔레비전이 있으며 헬스용품도 간간히 보였다. 흰색 타일로 되어있었고 말끔한 제복을 입은 간수 넷이서 감독을 하고 있다.

 이나가 난간을 걸어 중앙공간에 도착하자 머리가 긴 여자간수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나, 놀랍겠지만 수감 첫 날부터 너희 아버지가 면회를 왔다.”

 간수가 말했다.

“네?, 수감 첫 날 부터요?”

 이나가 되물었다. 아버지는 성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었고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있을 때는 몸이 안 좋아 만날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준과 은빈이 내렸다.

“저는 2층에 만날 사람이 있으니 여러분 먼저 밑으로 내려가세요.”

 은빈이 말했다. 준은 헐레벌떡 이나에게 달려갔다.

‘그래도, 수감 첫 날부터 치킨까지 싸들고 딸을 만나러 가다니 딸바보였나보군.“

 은빈은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준은 딸 이나의 뺨을 후려쳤다. 중앙공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놀라서 바라보았고 간수가 달려와 준을 막았다.

“이나, 어째서 그런 짓을 한 거냐, 왜?”

 준이 말했다.

“저는 아빠를 살리고 싶어서…”

 이나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트리고 싶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물론 날 살려준 건 고맙지만 이건 아니잖아,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는 지 알아?”

 준이 말했다.

“죄송해요, 아빠.”

 이나는 결국 말하면서 눈물을 터트렸다. 유독 서럽게 우는 이나를 보며 모두가 안쓰러워했다. 은빈은 다가와 준의 어깨를 잡았고 희이는 이나를 일으켜세웠다.

“진정하시죠 아버님, 딸이 죄를 지은 것은 맞지만 여기서 이런다고 바뀌는 건 없잖아요.”

 희이가 말했다. 간수는 준을 끌고 가려고 했지만 이나가 말렸다. 결국 희이와 이나와 준은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왜인지 은빈도 같이 앉았다.

“자네는 왜 같이 앉나?”

 준이 물었다.

“아, 저 금발머리 여자랑 할 얘기가 있어서요.”

출처 https://novel.munpia.com/29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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