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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1)
게시물ID : readers_364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강원평창수3L
추천 : 2
조회수 : 2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11/17 00: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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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로 글을 써봤어요. 참고해주세요!
 
조붓한 골목길에 돌면 허름한 세탁소가 있어. 그곳엔 머리가 백발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셨어. 2평 남짓한 작은 가게에 딸린 방에는 손녀로 보이는 작은 꼬마가 누워서 핸드폰을 하고 있었지. 색이 바래서 노오랗게 변한 벽지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이곳에 계셨을지 짐작할 뿐이었어. 주춤거리며 바짓단을 수선하기 위해 왔다고 이내 말을 했지. 여기서 수선을 잘 해주실까. 눈이 침침해서 바짓단을 잘못 수선하진 않을까. 그런 온갖 질문들이 머릿속을 생겨나더라구. 

그때 할머니가 요구르트를 내미시는 거야. 냉장고에서 막 꺼낸 듯 아주 차가웠어. 손녀 먹으려고 꺼냈는데 마침 1개가 더 있어서 준다고. 나는 그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상경해서 신새벽을 굼닐었던 그때가 떠올라서 울컥했지. 할아버지는 바지를 가져가서 바짓단에 하얀 쵸크로 표를 하셨어. 7천원.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가격만 말하고는 미싱기 앞에 앉으셨지. 얼마나 걸릴까요. 1시간 뒤에 와. 할머니가 대신 말해줬어. 방안에 누워있는 손녀는 입에 작은 막대 사탕을 물고 있었는데. 입안 치아에 사탕이 부딪히는 소리만이 세탁소에 가득했어. 

오랜만에 칼퇴근을 해서 한갓한 기분을 느끼며 편의점에가서 마이쮸와 오예스를 한 통 사서 세탁소로 갔어. 할아버지에게 옷을 돌려받으며 고맙다고 앞으로 자주 오겠다고 사 왔던 과자를 넘겨드렸어. 가게를 나와서 옷을 뒤살피니 멀끔하게 수선되어있더라고, 사실 별거 아니잖아. 내가 돈을 주고 서비스를 받는거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냥 그때 할머니가 주셨던 요구르트 하나가 너무 고마운거지. 손녀주려고 차갑게 넣어놨던 그 요구르트 하나가. 어스름해진 길을 따라 걸어오는데 코로나 때문에 요양병원에 면회를 못 간지 오래된 외할머니가 생각났어. 손자 옷을 수선해주시던 미싱기 소리가 비스듬히 열린 방문을 넘어 들려오면 그게 그렇게도 좋았던 그때가. 포근하고 포근해서 맥락 없이 행복했던 그때가. 그냥 퇴근길에 세탁소 갔다가 썰 풀어봐.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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